학교의 존재 이유는 실로 다양하다. 단순한 교육 공급 기관이 아니라는 얘기다. 경우에 따라선 그 지역사회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존재 유무 자체가 인구와 생활권을 바꿔 놓기도 한다. 최근 '제주시내 중·고교 이전 재배치'가 교육계 화두로 떠오른 것도 이러한 학교의 존재 이유와 맞물려있다. 도내 중·고교는 대부분 역사가 30년 이상 됐다. 물론 신생학교는 예외다. 그동안 평면적 도시 확산이 진행되면서 기존 도심은 공동화로 학생들이 빠져나가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고, 거꾸로 특정 신규 개발 지구엔 중·고교가 집중되면서 지역불균형마저 낳고 있다. 교육당국이 중·고교 재배치 카드를 들고 나온 것도 이러한 상황 변화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학교가 지역사회에 끼치는 막대한 영향 때문에 이 또한 쉽지않은 과제다. 자칫 큰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뇌관을 안고있다. [제주의소리]가 중·고교 재배치 구상이 왜 나왔는지, 갈등 소지를 줄일 묘안은 없는지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현안 떠오른 중·고교 재배치] ③ 교총-전교조, '장기적 안목' 주문 

옛 제주시(동(洞)지역)의 도시 팽창으로 중⋅고등학교 재배치의 명분은 충분하다. 그렇다면 학교는 어떻게 재배치해야 할까.

최근 고교체제 개편 최종용역보고회에서 용역진은 일반고 신설이나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을 통해 일반고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학령인구의 감소로 학교 신설보다는 중앙고와 영주고, 제주고의 특성화반을 없애 '완전한 일반고'로 전환하거나 외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 최종보고회에서 용역진은 최근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애월읍에 위치한 외고를 일반고로 전환해 일반고 정원을 늘림과 동시에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석문 교육감도 지난 1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학교 이전 재배치의 지역적 범위에 대해 “제주시 동지역을 우선하지만 읍면지역을 배제한 것은 아니”라고 말해, 그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맞춰 제주시 동지역 일반고 8곳(대기고, 제일고, 오현고, 신성여고, 제주여고, 중앙여고, 사대부고, 남녕고. 이하 무순) 중 일부를 애월읍과 조천읍으로 옮겨 동지역 집중을 해소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그나마 제주시 동부권에 위치한 세화고(구좌읍)가 최근 수시 입학 전형에 강세를 보이면서 지원 학생이 늘고 있어 도교육청이 한 시름(?) 덜었다.

제주도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옮길 수 있는 학교는 공립 뿐이다. 국립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사립의 경우 재단측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재단측의 협조는 도교육청이 학교 이전에 따른 인센티브나 동기를 줄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제주시 동지역 공립중은 일중, 중앙중(이하 남중), 동여중, 중앙여중(이하 여중), 동중, 서중, 아라중, 한라중, 탐라중, 노형중, 오름중(남녀공학) 등 11개교다.

공립고는 제일고(남고), 중앙여고(여고) 뿐이다.

이들 학교 중 최근에 설립된 탐라중, 노형중, 오름중, 한라중은 현실적으로 학교 이전 가능성이 떨어진다.

아라중(1992년 개교)도 20년이 넘었지만, 아라동에는 아라중을 대체할 만한 학교가 없어 논의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학교 이전과 관련해 가장 많은 민원은 제주시 서부지역(연동, 노형, 외도 등) 여중⋅고 교육 수요 해결이다. 

최근 학교 재배치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중앙여고, 중앙여중, 동여중 등 3개교가 가장 먼저 물망에 올랐던 이유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중앙여중(삼도동)과 중앙여고(이도동)를 신제주권으로 이설해 그 지역의 여중⋅고 신설 요구를 흡수하고, 기존 부지를 공립 도서관으로 활용한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또한 사립인 제주여중⋅고의 이전 배치도 논의할 수 있다. 제주여중⋅고의 경우 한때 공립 전환을 모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여중⋅고는 학교가 건립된 지 40년이 넘어 재건축이 시급한 실정이다. 재단과 교육청의 협의를 전제로 공립화 전환 및 학교 이전도 검토해볼만 하다.

중앙여중⋅고와 제주여중⋅고가 신제주권과 삼화지구로 나눠 이전하면 영평동에 있는 신성여중⋅고와 함께 옛 제주시를 균형적으로 커버할 수 있어 금상첨화다.

학교 이전 재배치는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지금부터 논의해야 할 현안임에는 틀림없다.

양대 교원단체인 제주도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제주지부도 학교 재배치 만큼은 큰틀에서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두 단체는 1~2년 안에 학교를 재배치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교총 관계자는 “도시가 팽창하고, 학생 통학여건이 나빠지면서 도민들의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 교육 수요에 따라 학교 재배치나 신설 등 합리적 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교육 당국으로서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학교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통학 여건 개선이 중요하다. 또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학교 재배치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려 하면 안된다. 학교 재배치 후 다시 통학 여건이나 교육 수요 관련 민원이 생겨서는 안된다. 그만큼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전교조도 학교 재배치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시했다. 다만, 학교 재배치가 교육 수요 해결에만 주안점을 둘게 아니라 읍면지역 학교 활성화도 꾀해야 한다고 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학교 신설이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도시 구조에 맞는 학교 재배치는 필요하다. 교육은 백년대계다. 학교 재배치를 통해 읍면지역 학교 활성화까지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장 시급한 것만 해결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두 단체의 지적처럼 학교 재배치는 너무 서두르면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민원도 해결하지 못하고, 막대한 예산만 낭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학교 주변 주민들의 입장도 살펴야 한다.

교육당국으로서 학교 재배치는 어쩌면 잘해야 ‘본전’이다.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다. 크게보면 제주교육의 미래가 달려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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