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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가 주최한 ‘제9회 제주 10대 문화 UCC공모전’스토리보드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고은(35)씨. ⓒ제주의소리
[제9회 제주10대문화 UCC공모전] 스토리보드 부문 최우수상 고은씨

제주4.3사건 당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타지에서 생을 마감한 행방불명인들이 스토리보드(storyboard)를 통해 ‘귀천’(歸天)했다.

<제주의소리>가 주최한 ‘제9회 제주 10대 문화 UCC공모전’에서 고은(35)씨는 ‘4.3행불인 빗속이 귀환’ 작품으로 스토리보드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올해 처음으로 도입된 스토리보드는 보는 사람이 스토리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주요 장면을 그림으로 정리한 계획표를 말한다.

스토리보드는 시나리오의 내용을 시각화해 표현하기 위한 도구이자 제작진 사이의 의사소통을 돕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고씨는 제주4.3사건으로 다른 지역에서 행방불명된 고인이 고향인 제주를 찾아 제주4.3평화공원을 떠돌며 슬퍼하는 모습을 스토리보드에 담았다.

비가 내리는 어느날. 행방불명인은 수소문 끝에 4.3평화공원을 찾아 위령제단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자신과 같이 먼 곳에서 죽어간 친구와 동료, 삼촌 들의 모습에 다시 눈물을 떨군다.

위패봉안소와 각명비를 묵묵히 돌아본 행방불명인은 후손들이 제대로 된 장례조치 치르지 못한 영혼들을 위해 마련한 수의를 입고 편안히 저승길로 가는 귀천(歸天)에 오르게 된다.

심사위원들은 “제주4.3행불인 희생자의 유족 입장에서 4.3의 비극과 화재, 상생을 되새겨 보는 작품으로 흑백 사진과 구도가 잘 어우러지며 엄숙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평가했다.

행불인은 4.3당시 이유도 없이 끌려가 현재 제주시 건입동의 주정공장에 수용됐다. 이후 불법 군사재판에 회부돼 실형을 받은 뒤 육지부 형무소로 수감됐다. 희생자는 3000여명에 이른다.

제주도는 2008년 제주4.3 60주년을 기념해 행불인 표석을 제주4.3평화공원에 모셔와 2009년 표석을 세우고 매해 진혼제를 봉행하고 있다.

고씨는 “4.3사건 당시 행불인이 된 조상의 시선에서 역사를 바라보고 후손들 모두 4.3의 비극과 화해 그리고 상생을 되새겨보자는 의미에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유도 모른채 낯선 땅에서 생을 마감한 조상들의 넋을 기리는 마음도 담았다”며 “평화공원 내 각명비에 마련된 귀천(歸天) 조형물처럼 편안히 저승길로 가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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