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합의 사항 지키지 않아…"조작 아니면 있을 수 없다"한나라당 "모든 문제, 공천심사위에서 결정 할 것"

▲ 여론조사가 번복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 리서치플러스 임상렬 대표.
한나라당의 공천 심사 번복과 관련, 여론조사기관이 조사한 설문 응답자가 기본적인 표본추출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바람에 특정후보에 편중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당초 후보자가 합의한 여론조사방법도 지키지 않는 등 이번 조사가 여론조사기관이 자기 입맛대로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은 공천결과 번복 파문이 일자 19일 오후 1시부터 한나라당 제주도당사에서 여론조사기관측과 문태성, 장동훈 후보측, 한나라당 공천심사위 관계자가 참가한 가운데 해명하는 자리를 2시간 가량 가졌다.

하지만 이날 현장에서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 요인들이 잇따라 도출되는 등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문후보 "조작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 후보 합의사항도 안지켜...인정할 수 없다"

장 후보 "제3의 기관 의뢰하는 '재조사' 반대...공천심사위원회가 하루빨리 결정 내려야"

제13선거구(노형 을)에 대한 여론조사 기관은 한국갤럽에서 부터 (주)리서치월드, (주)KM조사연구소 등 네 차례에 걸쳐 의뢰를 시도했으나 여러가지 문제로 도중하차, 결국 (주)리서치플러스가 맡았다. 결국 마지막 주자 역시 보기드믄 '여론조사 뒤엎기'라는 오명을 낳으며 '말 많고 탈 많은' 결과를 초래한 셈.

이날 문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 조작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한나라당과 여론조사기관은 공식 사과를 하고 제3의 다른 조사기관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장 후보는 "본선에 뛰어야 할 입장에서 하루빠리 공천심사위가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며 "제3의 조사기관에 의뢰해 재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여러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어 반대한다"며 공천심사위의 재검을 요청했다.

▲ 이날 한나라당은 두 후보자가 모인 가운데 해명의 자리를 가졌지만 시원한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후보측 "후보가 합의한 여론조사방법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여론조작?...도대체 무엇이 문제였나?

세 번이나 여론조사기관 섭외를 실패한 후 가까쓰로 이번 조사를 맡은 곳은 서울 소재 (주)리서치플러스(대표이사 임상렬).

이들은 지난 16일 제13선거구 한나라당 도의원 후보 경선을 위한 주민 여론조사를 위해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 대상자는 전화번호부를 이용해 무작위 추출방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표본추출에서 부터 분석과 데이터 입력까지 부실로 일관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우선 여론조사의 기본적인 사항인 인구비율을 고려한 샘플 추출에 실패했다. 남여비율(남/여=47.4%/52.6%)의 문제는 그렇다 치고서라도 특정 연령대(30대 36.3%, 40대 30.4%)에 편중된 비율(총 66.3%)을 보임으로써 편파적이며 의도적인 여론조작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비해 20대는 11.3%, 50~60대 이상은 22%를 응답자로 설정했다. 연령별 응답자 수는 19~29세 79명, 30대 254명, 40대 213명, 50대 86명, 60세 이상 68명이다.

이러한 결과는 결국 후보적합도 조사에서 편중된 지지도 결과를 낳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리서치플러스 임상렬 대표는 "단순한 회사 실무자의 실수"라며 "단지 이름만 바뀌었을 뿐 그  결과에는 문제가 없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하지만 이번 (주)리서치플러스의 여론조사는 조사설계부터 표본추출, 조사과정 및 입력 그리고 분석 등 총체적 부실과 오류로 일관했다.

당초 공천심사위는 여론조사 방법과 관련 두 후보자가 성별비례(50:50)로 하되 49:51까지 인정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또 인구비례별로 샘플을 추출할 것도 합의내용에 포함시켰다. 아울러 데이터의 신뢰를 위해서는 노형동 인구에 바탕을 두어 정확한 샘플수와 그 비율을 정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조사에서는 30~40대가 66%에 이르고 20대와 50~60대가 33% 밖에 되지 않아 결국 연령별 인구비례 합의 내용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셈이 됐다.

따라서 인구 구성비는 700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대는 135명이 되어야 하지만 실제여론조사에서는 79명(58%)을, 30대는 235명이 되어야 하지만 254명(108%), 40대는 180명이 되어야 하지만, 213명(118%), 50대는 77명이 되어야 하지만 86명(116%), 60대 이상은 71명이 되어야 하지만 실제조사에서는 68명(95%)만을 조사했다.

남녀 응답자의 성비도  남성 47.4%, 여성 52.6%로 나타나 당초 합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여론조사 한 관계자는 "어느 연령대 하나를 제대로 표본추출을 못하면서도  공정하고 투명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문 후보측은 "(주)리서치플러스의 대표이사는 여론조사기관을 8 여년간 운영한 회사의 오너가 아니냐"며 "초등학생도 저지르지 않는 실수를 범했으면서도, 단순한 실수이고 결과는 바뀐 것이 맞다는 주장은 옹색하기까지 하다"고 꼬집었다. 

▲ 장동훈 후보(앞)와 문태성 후보는 이날 '여론조사' 과정에서 빚어진 각종 문제를 놓고 서로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들쑥날쑥 연령층 적합도 조사...특정 후보 편중 결과 그대로 반영

결국 이러한 설문 조사는 후보자 공천을 결정짓는 '후보적합도'(지지도) 조사에 그대로 반영됐다.

30대에서 50대는 장 후보를 높게 지지했으며, 20대와 60대는 문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아래표 참조). 따라서 연령별로 고른 추출에 따른 응답 설문이 이뤄지지 않아 이미 객관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관련 리서치플러스 임상렬 대표는 "20~30대가 일반적으로 비슷한 경향을 보이는 것은 맞지만 일반화 시킬 수는 없다"며 "광역단체장의 경우 일반적인 경향을 보이지만 광역의원의 경우에는 뚜렷한 경향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임 대표는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가 일반적인 경향이 나타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한다"고 일부분 시인하는 애매한 모습을 보였다.

또 설문대상이 편중됐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700명의 샘플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실제 전화를 하다보면 5가구 중 1가구가 걸리는 경향이 있다"며 "전체 표본수를 맞추기 위해 불가피했다"고 해명., 설문대상자에 대한 편중 의혹이 말끔히 해결되지는 않았다.

▲ 제13선거구 한나라당 도의원 '후보 적합도' 결과. 20대와 60대는 문 후보, 30~40대는 장 후보 지지율이 높다. 응답자 역시 연령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여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다. 객관적인 샘플추출로 보기 힘들다.

▲ 후보적합도에 대한 정당 지지도<제공=리서치플러스>

▲ 여론조사 방법 등에 대해 설명하는 임 대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서 모든 것 결정"....정작 김동완 위원장은 이날 현장 참석 않아

이와관련 한나라당 제주도당은 "공천심사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결정짓겠다"고 밝혔다.

김영표 사무처장은 "모든 권한은 공천심사위원회가 갖고 있다"며 "후보들의 입장이 있겠지만 공천문제는 공천심사위의 결정사항이며 오늘 후보자들의 의견을 모아 조속히 문제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동완 공천심사위원장은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한나라당 사무국 관계자는 "연락을 해도 받지를 않는다"며 "어디 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태성 후보는 당사를 들어오자마자 "김동완 위원장이 어디 갔느냐. 위원장이 해명을 해야한다"며 "잘못됐으면 당당히 시인하고 밝힐 생각을 해야지, 왜 자꾸 감추려고만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문 후보는 "결국 한나라당과 조사기관이 짜고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성 발언까지 제기되는 등 한때 험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이에 한나라당 제주도당은 "그래도 심한 말은 삼가해 줬으면 한다. 하루속히 공천심사위원회 회의를 열어 뒤바뀐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해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차분히 응수했다.

이날 해명 자리가 끝날 때까지도 김동완 공천심사위원장은 끝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아 차후 총책임자로서 적잖은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 18일 오전에 서울서 내려 온 (사)리서치플러스 임상렬 대표와 전호석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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