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토지거래허가구역 묶이면..."상당수 이미 거래" 실효성에 의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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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공항 예정지. ⓒ제주의소리
국토교통부가 10일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을 발표한 직후 제주도가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전역에 대해 전격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키로 했다. 투기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의미다.

제주도는 이날 오전 10시 도청에서 열린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용역 최종발표보고회’ 직후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이 결정에 따라 성산읍 107.79㎢는 오는 15일부터 3년 간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된다.

당초 제2공항이 들어서는 성산읍 5개 마을 6850만567㎡를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려 했으나,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성산읍 전체로 확대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대규모 개발 등으로 토지의 투기적인 거래가 성행하거나, 지가 급 상승 지역, 혹은 그런 우려가 있는 지역을 묶어 투기적 거래를 제한하기 위한 제도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해 규정돼 있다. 국토교통부장관의 고시로 가능하나, 제주도는 제주특별법을 통해 권한을 이양받았기 때문에 도지사가 직접 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 허가구역 지정은 공고한 날부터 5일 후에 그 효력이 발생한다.

이 지역에서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시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허가를 받지 않고 체결한 계약은 무효가 된다. 등기는 물론 지적공부에도 오를 수 없다.

△자신의 거주용 주택용지로 이용하려는 경우 △지역 주민을 위한 복지시설 △농어업인이 농업, 축산업, 임업, 어업을 위해 사용하려는 경우 등에만 거래가 가능하다. 결국 거래가 위축되고 투기성 매매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땅값 급등도 막을 수 있다.

현재 제주에서는 '가파도 프로젝트'가 진행중인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도 일부 지역과, 제2관광단지 개발사업 예정지로 지정된 서귀포시 동홍동 미악산 일대 두 군데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있다.

그러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성산읍 일대가 제2공항 유력 후보지 중의 하나로 거론되면서 이미 ‘살 사람은 다 샀다’는 얘기가 나온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사실 공인중개사들은 대정읍 신도리를 (제2공항 예정지로)많이 예상했고, 실제로 이 부근에 대한 구매가 많았다. 예상 밖”이라면서도 “'대세'와는 다르지만, 신산리 일대 토지를 대거 구매한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성산읍 특정 지역의 토지 수만평을 한꺼번에 사들인 경우도 있다.

신산리 주민 현경숙(60)씨는 “1~2년전부터 최근까지 이 일대에서 3.3㎡(평)당 20만원에 불과했던 땅을 50만원에 주고 구입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이미 조짐이 보였는지 부동산업자들 사이에서는 ‘아는 사람은 다 산다’라는 얘기가 나돌았다”고 전했다.

심상찮은 조짐도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10월27일 발표한 ‘2015년 3분기 전국 지가 변동률’에서 제주 땅값은 2.81% 올라 전국 17개 시도 중 대구(2.89%)에 이어 두 번째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제주시(2.69%) 보다 서귀포시(3.01%)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읍면지역에선 유독 성산읍이 3.75% 오르며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혁신도시가 있는 법환·서호·호근동(3.67%)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혁신도시 일대를 제외하면 올해 들어 지난 3분기까지 가장 땅값이 많이 오른 지역이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이라는 얘기다.

반면 기존 4군데 후보지 중 대정읍 신도리가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면서 투기성 자본이 대거 대정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도 희비(?)가 엇갈린 셈이다.

원희룡 지사도 10일 오후 제2공항 관련 성산 주민 설명회에서 이 같은 분위기를 언급했다.

원 지사는 사전에 예정지를 공개할 수 없었다는 설명을 하면서 “저희도 보안을 전제로 발표 직전에 신산-온평지구라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며 “다들 아시다시피 부동산 중개소들을 통해서 엉뚱한 곳 가서, 한 (제2공항 후보지를 노린 투기성 자본의) 80%는 그쪽 가서 땅을 샀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 A씨는 “대부분의 투기성 자본이 신도 쪽으로 몰렸다. 가격이 3배 오르고 매물이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며 “이에 비해 성산 쪽은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다만 제2공항 입지 발표 이후 성산 쪽에 매물로 나왔던 토지들이 다시 쑥 들어가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제2공항 예정지 발표와 동시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예고됐지만, 소문을 좇는 투기성 자본에 의해 허가구역 지정이 빛을 바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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