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정부의 '제주권 신국제공항 개발 타당성 조사 계획' 발표 이후 25년만에 제2공항 건설이 확정됐다. 제주도로서는 기존 공항 확장이냐, 새 공항 건설이냐는 지리한 논쟁을 끝내고 한길로 매진할 수 있게 됐지만, 일방적 부지 선정에 따른 주민 반발 등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다. 4조원이 넘는 막대한 사업비 조달방안과 기존 공항과의 관계 설정, 24시간 공항 운영여부, 에어시티 조성 등 과제도 산적해 있다. <제주의소리>가 제2공항 건설에 따른 과제 등을 연속적으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백년대계 제주 제2공항] ⓸ '공역' 이유로 '소음지역' 피해감수? 정석, 1일 이륙 8회뿐  

▲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제주 제2공항 최적입지로 성산읍 온평리가 결정된 가운데 지난 2012년 국토연구원 신공항 용역에서 제시됐던 신산리 후보지에서 온평리로 옮겨가게된 중요한 배경이 인근 표선면에 위치한 정석비행장과의 공역 중첩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노란색 공역은 이번에 항공대컨소시엄이 제시한 성산읍 온평리 제2공항 공역, 회색 공역은 2012년 국토연구원이 제시한 신산리 신공항 공역, 파란색은 대한항공의 현 정석비행장 공역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미래제주 100년 프로젝트로 꼽히는 ‘제2공항’ 건설계획이 윤곽을 드러낸 가운데, 성산읍 온평리가 최적입지로 결정된 데는 대한항공이 인근 표선면에 운영 중인 정석비행장과의 공역 중첩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된 때문으로 확인됐다. 


특히 2012년 제주도가 국토연구원에 의뢰한 '제주 신공항 개발구상 연구용역' 당시 제시됐던 성산읍 신산리 입지안보다 이번 성산읍 온평리 입지안이 항공기 소음피해 지역이 훨씬 늘어나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10일 제주도청 탐라홀에서 발표된 제주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연구용역 최종 결과의 최대 관심사였던 ‘제2공항’ 최적입지로 성산읍 ‘온평리’(국토부 발표는 신산리라고 함) 일대가 낙점되면서 2012년 국토연구원 ‘제주 신공항 개발구상 연구’ 용역 당시부터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던 ‘신산리’와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최종 입지선정에서 기존 ‘정석비행장’과의 공역(空域) 중첩이 최우선 고려돼 해안형 공항으로 제시된 2012년 당시 ‘신산리’ 후보지에서 좀 더 내륙으로 이동한 ‘온평리’로 상당 부분 수정된 것으로 확인돼 주목된다. 

▲ <제주의소리>가 지난 15일 드론을 띄워 촬영한 제2공항 부지 항공 사진. 저 멀리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 등이 한눈에 조망된다. / 촬영=박재홍 PD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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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국토연구원이 수행한 제주 신공항 개발구상 연구용역에 보고된 '제주 신공항' 후보지들. 당시에도 성산읍 신산리(파란 원 안)도 유력한 후보지 중 한 곳이었다. ⓒ제주의소리

  국토부, 제주100년 대계 제2공항 후보지 발표 '오락가락' 왜? 

공역은 비행 중인 항공기가 서로 충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확보가 필요한 공간을 말하는 것으로, 기존 신산리 입지안에서 바로 인근 마을인 온평리 입지안으로 변경되면서 정석비행장과 항공기 이착륙 시 공역 중첩은 사라졌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제주도내 각 읍면동 주민대표들과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를 최종보고하면서 2025년까지 제주 성산읍 신산리 일대에 제2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최적 입지와 관련, ‘신산리’라고 발표한 직후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신산리·온평리’ 일대로 정정했다가, 다시 ‘성산읍’ 일대로 바꾸는 등 단 하루 만에 세 가지의 명칭이 오락가락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특히 취재기자들로부터 정확한 입지를 알려달라는 요청이 쇄도하자 국토부 관계자는 입지의 75% 가량이 온평리임에도 “성산읍 신산리가 입지이지만 일부는 온평리가 포함돼 있다”고 말하는 등 혼선을 자초했다. 

이날 국토부가 발표한 총 25쪽 분량의 PPT 자료에 제시된 제2공항 최적입지 선정 지도(자료 20쪽)를 <제주의소리>가 분석한 결과, 당초 신산리라고 발표했던 것과 달리 활주로를 비롯한 제2공항 예정부지 위치가 신산리가 아닌 온평리인 것으로 확인됐다. 온평리가 전체 사업부지의 대부분인 75%를 차지하고 나머지 25%에 신산, 수산, 고성, 난산 등 인근 성산읍 4개 지역이 일부 포함돼 있었다.   

국토부 용역진은 성산읍 일대 500만㎡ 부지에 사업비 4조1000억원을 들여 3.2km의 남북 활주로 1본을 건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연간 수송능력은 현 제주국제공항 2000만명보다 많은 2500만명이다.

공항인프라가 활주로 외에 계류장, 유도로, 터미널, 각종 지원시설 등이 다 포함된 것임을 감안하더라도 사업부지의 대부분이 온평리인데도 국토부가 ‘신산리’라고 발표하자, 이날 하루 동안 성산읍 주민들조차 “무슨 국가용역 발표가 이렇게 오락가락하냐”며 거친 항의가 이어졌다. 

<제주의소리> 취재 결과, 제2공항 사업 예정부지를 ‘신산리’로 발표한데는 이유가 있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2012년 ‘제주 신공항 개발구상 연구’ 용역 당시 제시했단 후보지 중 한 곳이 ‘신산리’였기 때문이다.

당시 국토연구원 보고서에는 내륙형으로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23.52㎢), 해안형으로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13.3㎢)와 성산읍 신산리(13.99㎢), 해상형으로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해상(8.61㎢) 등을 유력한 후보지로 제시됐다. 

당시는 현 제주국제공항을 폐쇄하고 새로운 ‘신공항’ 건설을 구상하던 용역이라, 2개의 활주로를 신산리 해안 인접 지역에 설치하는 것으로 구상됐지만, 이번 용역에선 현 제주국제공항도 유지하면서 1개의 활주로를 갖춘 ‘제2공항’으로 용역 방향이 수정되면서 공항 입지도 당초 제시됐던 신산리 해안에서 인근 온평리로 좀 더 내륙 쪽으로 옮겨졌다.    

  제2공항 '최적입지' 신산리서 왜 온평리로 옮겼을까? 

그렇다면 처음 검토됐던 신산리 해안 입지 예정지(활주로 두 개)를 옮기지 않고 활주로만 한 개로 변경해도 될 것을 굳이 인근 온평리로 입지를 옮겼는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눈에 보기에도 2012년 교통연구원 용역에서 제시한 신산리 입지안보다 현재 온평리 입지안이 소음피해 지역이 훨씬 늘어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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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제2공항 최적입지로 성산읍 온평리가 낙점되면서 기존 2012년 신공항 용역 당시 신산리 후보지 안보다 항공기 소음피해지역이 더 확대돼 주민피해 논란이 예상된다. 제2공항이 들어서는 온평리, 신산리, 난산리, 수산리. 고성리 등 성산읍 5개 지역 외에도 오조리, 시흥리, 구좌읍 종달리, 상도리, 하도리 등과 표선면 신천리 등이 항공기 공역에 포함돼 소음피해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항공기 소음으로 인한 피해주민과 지역이 확대될 것이 분명함에도 온평리가 신산리보다 제2공항 입지로서 장점이 있기 때문이란 추론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이번 용역에 참여한 ㈜유신의 한 관계자는 지난 12일 <제주의소리>와 통화에서 제2공항 최적지 최종평가를 거치는 과정서 2012년 국토연구원 용역당시의 신산리 후보지보다 현 온평리 후보지가 소음피해가구는 좀 더 늘어난 것이 사실이지만 보상비와 공사비 등 적정한 사업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답변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2012년 용역 당시는 기존 정석비행장에 대한 고려가 조금 미흡했던 것 같다. 저희들은 기존 공항과의 공역 중첩과 정석 공항과의 공역 중첩을 가장 최우선적 요인으로 잡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신산리 후보지와 방향 등이 많이 바뀌게 된 배경”이라며, 정석비행장과의 공역 중첩이 후보지를 신산에서 온평으로 이동하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일부 기업 위해 다수 주민 소음피해 간과"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제동목장 인근에 있는 정석비행장은 대한항공에서 조종사 양성및 훈련용으로 만들어 길이 2300m, 폭 45m 활주로에 항공등화시설, 계기착륙장치(ILS) 등을 갖추고 있다. 현재는 한국항공대학교의 비행 훈련 목적으로도 사용 중이고, 한국항공대는 이번 제2공항 연구용역에도 참여하고 있다.  

대한항공 측에 확인한 결과, 올 들어 10월 현재까지 정석비행장의 훈련기 이륙횟수는 총 2606회였다. 훈련 목적의 비행기가 월 평균 260회, 즉 1일 평균 8차례 정도 정석비행장 활주로를 통해 이륙하고 있다. 심야시간을 제외하면 한 시간에 단 한 대꼴도 미치지 못하는 횟수다.  

하루 단 8대의 훈련항공기 운항에 따른 공역 중첩을 피하기 위해 항공기 소음피해 확대가 불보듯한 온평리로 후보지를 변경했다는 설명인데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사기업이 훈련용 비행을 위해 하루 단 8회 사용하는 비행장과 공역이 일부 겹친다는 이유로 항공기 소음에 노출돼야 하는 성산읍 주민들이 훨씬 더 늘어나는 셈이다. 

소음피해와 고도제한 등 타 지역으로부터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해안형’을 적용했던 기존 ‘신산리’ 후보지에서, 굳이 왜 소음피해 지역이 훨씬 늘어나는데도 내륙형에 가까운 인근 온평리로 제2공항 부지를 옮기도록 결정한 것인지 여전히 명쾌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도내 정치권 모 인사는 “제2공항 입지를 결정하는데 가장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토지수용, 집단이주, 항공기 소음 등 공항 유치로 인한 지역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라며 “그런데 기존 신산리 후보지에서 온평리로 후보지가 바뀌면서 일부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지역주민들의 피해를 맞바꾼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후보지가 바뀌면서 최소한 피해를 줄이거나 이익을 입게될 기업들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국토연구원이 2012년 제시했던 신공항 후보지들 중 ‘신산’ 후보지의 공역 아래에는 성산일출봉과 우도 등 제주의 대표적 관광명소 뿐만 아니라,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신양리 섭지코지와 ㈜보광제주의 보광휘닉스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보광제주는 섭지코지 일대의 국공유지가 포함 된 65만3851㎡ 부지에 3870억 원을 투입, 호텔·콘도 등 숙박시설과 각종 해양관련시설, 그리고 공연장 등 대규모 성산포 해양관광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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