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직 칼럼]상생의 정치를 위한 지각있는 한표의 행사를

드디어 17대 총선 날이 밝았다

예전 선거운동에 비교해
엄중해진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적용에 따라
타의던 자의던 돈 선거를 치루지 못하게 되어
선거 판이 돈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좀 맑아진 느낌이 든다.

늘상 주는 쪽만 선거법상 문제가 되었지만 예전과 달리 돈이나 접대를 받는 쪽도
엄한 처벌을 받는 쌍방처벌의 새 선거법이 효과를 보게 된 점도 있을 것이고,
노무현 정부 들어 선거법 위반 사안들과 정치권에 대해 달라진 검찰의 독립적인 시각과 자세도 한몫 한 것 같기도 하고,
청중동원이 필요 없게 된 새 선거제도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또한 고무적인 것은 빈 공약을 난발하고 있긴 매 마찬가지라 하지만 그래도 활성화된 후보 토론회를 통하여 중상모략이나 비방보다는 정책대결을 하려는 자세가 보여 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구태를 벗지 못한 모습들이 17대 선거에서도 보여 지고 있다.

색깔논쟁을 부추기거나,
지역감정이나 파벌을 내 세워 표 몰이를 하려는 것이나
나라의 미래를 위하여 엄정하게 자격있는 후보를 결정해야 할 선거에
혈연이나 지연, 학연을 끌어들여 선거 판을 흐리게 하는 것도 그런 모습들 중에 하나일 것이다.

물론 한 개인의 삶이 성숙해 지는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한 법인데
하물며 일국의 선거 판이 하루아침에 달라지길 원한다면 도둑놈같은 심보라 말 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선거를 앞두고 모두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이성적인 판단으로만 누구도 쉽게 후보와 지지 당을 결정할 수 없게 만드는 지역적 배경과 복합적인 요소들이 우리 앞에 서로 얽혀 있다는 것이다.

각 당은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얼굴의 혁신적인 공천을 했다고 주장을 하지만
후보의 자격과 상관없이 당락에만 매달려 인기 영합형의 후보를 공천한 문제,

탄핵정국에 대한 다른 이해관계,

여전히 구시대의 유물같은 정치인들을 껴안고 있는 정당,

자기가 가진 모습과는 무관하게 권력 앞에 줄서기 하는 정치인들과 그들을 받아들이는 정당,

각 정당들이 표방하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책들 등

정답이 없는 시험문제를 풀어야 하는 수험생이 된 기분이긴 하지만
다행이 이번 선거에는 후보에게 던지는 한 표와 지지 정당에 던지는 한 표가 또 있어
어쩌면 선택의 여지를 조금은 넓혀주고 있다 하겠다.

여하튼
착한 심성의 지혜로운 후보에게 표를 던져야 함은 물론이고

자기의 기득권을 지키고 특정 무리의 권리와 명예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소유형 후보나 정당보다는

소외된 이웃과 남을 먼저 생각하고 '공공의 선'을 지향하며 다른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는
존재형 후보나 정당에 표를 던져야 할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쓰잘데 없는 정치는 잊고
봄놀이나 가자는 사람도 없진 않겠지만

날이면 날마다 주어지는 권한도 아니고
몇 년에 한번씩
그것도 어쩌면 유일하게 풀뿌리 민중이
범접하기 힘든 정치권에 큰 소리치며 행사할 수 있는
가장 큰 권한을 포기하는 것은

우리가 딛고 의지하며 사는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개인적인 삶의 안녕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행동은 아닐 것이다.

지각있는 한 표의 행사가
나라의 향방을 좌우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명심해서

귀중한 한 표를 빠짐없이
행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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