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요청 수용"...'재심의 전제' 박근혜 대통령 추념식 참석은 어려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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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자치부가 제주 4.3희생자 재심의 사실조사를 늦추기로 했다. 4.13 총선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에따라 오는 4월3일 치러지는 제68주년 제주 4.3희생자 추념식에 박근혜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행정자치부는 22일 "제주도가 4·3사건 희생자 재심의를 위한 사실조사를 서두르지 말 것을 행자부에 공식 요청해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행자부는 지난해 12월 보수단체의 요청을 받아들여 4.3사건 희생자 중 남로당과 무장대 수괴급 인사라는 주장이 제기된 53명을 재심의하기 위해 사실조사에 나서도록 제주도에 통보했다.

보수단체는 이들 53명이 좌익활동에 가담했다며, 희생자 위패를 철거하라는 주장을 줄곧 펴왔다. 또 '4.3진상조사보고서 가짜', '4.3평화공원은 친북·좌파 양성소'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4.3단체와 유족들이 희생자 재심의에 강하게 반발하고, 사실조사 권한을 가진 4.3실무위원회는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에 제주도는 행자부에 4.3희생자 53명에 대한 사실조사를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  

올해 4.3 국가추념일은 제20대 총선 선거운동기간과 겹친다.

행자부가 제주도의 요청을 수용함에 따라 4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올해 4·3 추념일까지 재심의를 마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게 됐다. 

자연히 박근혜 대통령의 추념식 참배 가능성도 줄어들었다. 

정부는 보수단체가 주장하는 소위 '불량위패'를 치우지 않고는 대통령의 참배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제주4.3은 총선에 출마한 새누리당 후보에게는 아킬레스와도 같은 존재였다. 4년마다 돌아오는 총선이 매번 4월3일과 비슷한 시기에 치러지면서 상대적으로 보수색이 짙은 새누리당 후보들에게는 악재로 작용한게 사실이다. 

이에따라 새누리당 후보들은 4.3추념식에 대통령의 참석을 먼저 요구하기도 했다.

이번 행자부의 사실조사 보류도 총선을 앞두고 이같은 지역정서를 감안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행자부는 4.3실무위원회를 비롯한 지역사회가 희생자 재심사는 곧 화해와 상생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는데도 재심사 수순을 밟아왔다. 그만큼 재심사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는 얘기다.

사실조사 보류가 희생자 재심의라는 입장 자체를 거둬들였다고 보기는 힘들다. 따라서 이번 결정이 철저히 총선을 겨냥한 카드인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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