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칼럼] 제주도민을 대표하는 '얼굴' 임을 잊지 말길

새로운 바람(개혁풍, 진보풍, 여풍)을 기대하며

드디어 총선이 끝났다. 이번 총선 결과는 '자업자득(自業自得)'이란 말로 압축될 수 있다. 국민주권을 무시하고 탄핵이란 폭거를 자행한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자초한 결과라는 것이다.

선거 결과 사실상 노무현대통령은 정치적으로 복권되었다. 16년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바뀌면서 20여년 동안 부패수구세력의 대변정당이 독점해 온 '기호 1번'의 주인도 바뀌게 됐다.

또한 40여년만에 진보정당이 그것도 두자리 수로 민주당과 자민련을 제치고 원내 3당으로 당당히 진입하여 국회에 '새로운 바람(진보풍:進步風)'을 예고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10선을 노리던 김종필이 낙선하고 40, 50대 전후세대 정치신인들이 대거 원내에 진입하여 세대교체를 이룬 것도 의미깊다 하겠다. 또한 사상 최대인 40여명의 여성 국회의원이 탄생하여 국회에 여풍(女風)이 불게된 것도 축하할만한 일이다.

선거기간 동안 난무했던 여러 바람(탄핵풍, 박풍, 노풍, 추풍) 대신, 이제는 새로운 바람(개혁풍, 진보풍, 여풍)이 여의도를 휘몰아 전국에 불어 오길 기대해 본다.

반면 이번 선거는 정책 보다는 이미지, 자학, 신파 드라마가 휩쓴 선거이기도 했다. 이성에 호소하기 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눈물의 정치가 난무했고, 깊은 영성에 기반두어야 할 '삼보일배' 조차 선거에 활용, 희화화되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또한 동서(東西) 지역분할의 장벽이 여전히 높다는 것을 실감한 선거이기도 했다. 물론 부산·경남 지역에서 민주노동당이 두석, 열린우리당이 몇 석을 건짐으로써 지역주의 타파의 '싹'을 틔운 것은 사실이나,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지역감정이 맹위를 떨치고 있음을 다시 확인한 선거이다. 이러한 지역풍(地域風)에 힘입어 정형근, 김용갑, 김기춘 등 수구우익세력의 나팔수들이 대거 생존해 국회에 재입성한 것도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이다.

네티즌 "열린우리당 잘나서 찍어준 게 아니야"

선거가 끝난 후 네티즌들은 17대 국회에 바라는 마음을 다음과 같이 쏟아내고 있다(미디어 다음 '17대국회에 바란다' 게시판 참조).

열린우리당에 대해 쓴소리를 올린 네티즌들은 대부분 “열린우리당 후보가 뛰어나서 뽑아 준 게 아니다”며 '국민을 위한 정치', '국민을 무서워하는 정치'를 해줄 것을 당부했다. pilgrim님은 “우리당을 찍었지만 제대로 하지 않으면 다시는 안본다”며 “국민 무서운 줄 알고 똑바로 하라”고 말했다. ‘이군석’님은 “우리당은 국민의 바람이 무엇인지 정말 가슴 깊이 새겨라”는 글을 남겼다.

장숙진’님도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당을 찍었다”며 “우리당 의원들은 교만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고 부탁했다. ‘김예원’님도 “우리당이 좋아서 뽑은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어서, 최선이 없어서 차선의 선택으로 뽑은 것”이라며 “과반수를 차지했다고 자만하다가는 큰 코 다칠 테니 제대로 해 주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원내 과반수를 차지하여 명실상부한 집권여당이 된 열린우리당이 주의깊게 경청할만 한 내용이 아닌가 한다. 대통령 탄핵도 반대하지만 대통령도 사과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여론이 70%에 달했었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국민들에게 약속한 '개혁과제'를 성실하게 실천해 나가야 한다. 문성근, 명계남씨가 얘기한 것처럼 '잡탕' - 검증되지 않은 후보가 다수 포함된 - 정당이란 비판을 더 이상 듣지 않으려면, 자만을 버리고 개혁노선을 분명히 해나가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 첫 시험대가 민주노동당이 제기한 이라크 파병 재검토 문제라 생각하는데, 이를 어떻게 슬기롭게 풀어나갈지 주목한다.

제주도민을 대표하는 '얼굴'임을 잊지 말라

제주의 경우 열린우리당 후보가 3석 모두 석권했다. 또한 제주 최초의 진보정당 소속이자 여성 국회의원을 배출하게 된 것도 진심으로 축하할 만한 일이다. 더불어 승리한 후보에게는 축하를, 낙선한 후보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특히 세 분의 지역구 당선자에게 유권자의 한사람으로서 부탁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이번의 열린우리당 세 분의 당선이 후보 스스로의 치열한 노력에 의해 비롯된 것은 분명하지만, '탄핵풍'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제주 지역에서 치러진 선거사상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그만큼 유권자들이 정치에 대한 환멸을 느끼고 있으며, 찍을 후보가 없다는 고민을 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을 지지한 14%에 달하는 '진보성향의 유권자들을 기억하라'는 권고를 하고 싶다. 특히 제주시 지역의 경우 강창일 후보의 당선에 이들의 막판 '비판적 지지'가 결정적으로 작용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부채의식을 갖으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진보적이고 개혁성향을 정책과 실천으로 담아 안으라는 말이다.

나아가 앞서 인용한 네티즌들의 기대처럼, 제주도를 대표하여 의정할동을 성실히 수행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최소한 공약(公約)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공약(空約)으로 추락되지 않기를 바라며, 항상 연구하는 자세로 정책위주 의정활동을 전개해 나가 주길 기대한다.

또한 북제주군 지역에서 보여준 '소지역주의' 문제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제시해 주고 있다. 청산되어야 할 '연고주의'가 드러난 것은 이번 제주선거의 가장 큰 흠결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의 해결을 위해 당선자는 물론 유권자 또한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마지막으로 '유권자가 주인'이라는 초심을 잃지 말기를 바란다. 항상 국민(유권자)을 두려워 하라는 말이다. 선거운동 기간에만 유권자에게 머리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 임기 4년 내내 '겸손'을 좌우명으로 삼아 의정활동을 펼쳐나가 주길 바라는 것이다.

이제 여러분은 제주도민을 대표하여 여의도로 간다. 제주도민을 대표하는 '얼굴'임을 항상 잊지 말고, 제주도민의 자존으로 국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키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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