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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에서 마을회 공동 소유 농로로 알았던 땅이 제3자에게 매각되면서 마을 주민이 농로를 막는 일까지 벌어졌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초점] 지적불부합지에 미불용지까지 갈등 사유 복잡...토지가격 급상승 분쟁 해결 난망

제주시 동부지역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옆집 주인으로부터 당혹스런 얘기를 들었다. A씨의 집 터 중 절반 가량이 자기 소유라는 황당한 이야기였다.

할아버지부터 100년 넘게 살아온 집 터가 다른 사람의 땅이라는 주장에 A씨는 버럭 화를 냈다. 급기야 양측은 소송까지 언급하며 사이가 멀어졌다.

최근 제주도 땅값이 치솟으면서 곳곳에서 토지와 관련된 갈등으로 지역 주민간에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지적불부합지에 미불용지까지 갈등 사유도 다양하고 복잡하다.

A씨의 경우 옆집 매매에 따른 측량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대를 이어 살아온 집이지만 지적도상 경계와 실제 경계가 일치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지적불부합지란 지적공부에 등록된 소재지와 지번, 지목, 경계, 면적, 위치, 소유자가 실제 현황과 일치하지 않는 토지를 말한다.

2016년 1월 기준으로 국토 필지 중 14.7%, 면적으로는 6.2%가 지적불부합지다. 제주의 경우 전체 필지 80만5819필지 중 24.6%인 19만8711필지, 241㎢가 이에 해당한다.

현장에서는 실제 진입로가 존재하지만 지적공부상에는 도로가 접하지 않아 건축허가가 나지 않는 등 각종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도로로 쓰고있지만 지적공부에는 없는 도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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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한 마을의 골목길. 도로 일부가 자신의 소유로 확인되자 토지주가 도로에 콘크리트 벽을 쌓았다. ⓒ제주의소리
A씨의 경우처럼 자신의 토지에 다른 사람의 건축물이 들어서는 사례도 있다. 이 경우 저촉되는 토지 만큼 매입을 하라며 높은 금액을 요구하거나 소송으로 번지기도 한다. 

모 마을 이장은 “최근 농촌 집까지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팔려나간다. 이 경우 측량을 하면 경계가 겹치는 일이 많다. 땅값까지 치솟으며 주민들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의 경우 952필지 96만㎡의 실제 경계가 맞지 않아 올해 1억6666만원을 투입해 지적재조사를 벌이고 있다. 내년 6월까지 경계결정이 목표다.

제주도는 지적불부합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2년부터 2030년까지 19년간 국비 180억원과 지방비 18억원 등 모두 198억원을 투입해 ‘지적재조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불용지를 둘러싼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미불용지는 1960~1970년대 새마을운동 과정에서 주민들 동의에 따라 도로로 사용됐지만 정작 공유지로 등기되지 않아 보상금을 지급해야 할 토지다.

B씨의 경우 1967년 12월 성산일출봉 인근 토지 109㎡를 매입하고 1977년 바로 옆 토지 221㎡를 추가로 사들여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다. 이듬해에는 지목이 도로로 변경됐다.

제주도는 애초 토지주들이 도로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했다고 주장했지만 토지주들은 제주도가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토지에 도로를 개설했다며 토지 점유에 따른 부당이득금 소송을 냈다.

법원은 미불용지를 인정해 제주도에 최근 5년간 부당이득금을 B씨에게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토지를 매입하지 못할 경우 매달 일정금액의 사용료도 내야 한다고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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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례없는 땅 값 상승 속에 지적불부합지와 미불용지 등 토지와 관련한 분쟁도 급증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2015년 기준 제주지역 미불용지는 옛 국도 50만㎡, 지방도 162만㎡, 농로와 마을안길 27만㎡ 등 총 239만㎡에 이른다. 이들 토지 매입에 필요한 예산만 4000억원 가량이다.

제주에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된 미불용지 부당이득금 관련 소송만 92건에 달한다. 최근 땅값이 오르면서 미불용지 관련 소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초에는 제주시 서부지역에서 한 토지주가 측량과정에서 자신의 땅이 도로로 사용중인 사실을 확인하고 아스팔트 도로에 토지 경계선을 따라 콘크리트 벽을 쌓는 일도 있었다.

동부지역에서는 일제강점기 마을공동 소유 땅을 자신의 이름으로 등재했던 이장의 자손들이 땅을 제3자에게 매각하면서 밭으로 가는 진입로가 막힐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치솟은 땅값에 분쟁 해결도 어려워지고 있다. 공시지가가 오르면서 지적불부합지에 대한 조정이 쉽지 않다. 미불용지도 토지 매입비와 사용료가 올라 지방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과거 잘못된 측량과 지적공부상 등기 등의 문제로 곳곳에서 토지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며 “최근 부동산 값 폭등으로 이 같은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토지 문제로 개인재산권 침해는 물론 공동체 파괴마저 고민해야 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지적재조사 등 토지 관련 사업을 통해 분쟁을 최소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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