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로 다가온 제주의 꽃들(30)

   
꽃을 찾아 떠난 여행길에서 만나는 식물들의 다양한 세계는 경이롭기만 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개감수는 작년에 처음 만났습니다. 꽃은 보이질 않는 듯 한데 이파리의 모양이 얼마나 균형을 잘 이루었는지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작년에 처음 만났을 때에는 이미 화들짝 피어난 시기였기에 처음 피어나기 시작하는 풋풋한 모습을 보질 못했습니다.

봄이 시작되고 한라산 중산간지역에도 이런저런 꽃들의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눈에 잘 보이는 것들-노루귀, 복수초, 현호색, 개별꽃, 개족두리, 점나도나물 등등-을 찾아다니다 줄기와 이파리만 살짝 올라온 새싹을 만났습니다.
무얼까 궁금했는데 꽃이 피면 보자고 기다렸는데 봄이 한 장 익어갈 무렵에 확인을 해보니 개감수였습니다.

   
꽃의 세계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때로는 꽃보다 이파리가 아름다운 것도 있고, 열매가 아름다운 것도 있고 심지어는 뿌리가 더 아름다운 것도 있고, 줄기가 더 아름다운 것도 있더군요. 그 중에서 개감수는 이파리가 더욱 아름다운 꽃이랍니다.
갈고리처럼 보이기도 하고 초승달을 닮은 것 같기도 한 작은 연록색 꽃을 감싸고 있는 붉은 이파리가 오히려 주인공처럼 보입니다.

비슷한 식물을 총칭하는 속명 유포르비아(Euphorbia)는 줄기나 잎이 다육인 식물을 가리킵니다. 선인장류같은 다육질의 식물에도 이 속명이 붙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속명은 로마시대의 누미디아의 왕 주바(Juba)가 그의 주치의인 유포비아를 위해 붙인 이름이라고 합니다.(이유미 <한국의 야생화 designtimesp=21403> p.55 참고) 이 사람은 주로 대극과의 식물들을 이용해서 약재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식물과 관련을 맺게 된 것이죠.

   
그러나 개감수는 독초이기 때문에 색이 좋다고 봄나물 같은 것으로 먹으면 안됩니다. 한방에서는 독초도 잘 다스려 쓰임새 있게 사용을 합니다. 독초를 다스려 양약을 만든 조상들의 지혜가 참으로 깊습니다. 개감수는 덩이뿌리를 풍습, 당뇨병, 임질, 치통, 이뇨, 통경, 사독, 백선, 악성종창, 발한, 진통 등의 약재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개감수의 이파리는 좌우대칭의 묘미를 잘 아는 것 같습니다. 맨 처음 별 모양의 꽃대 이후에는 맨 처음에는 마치 옷고름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화들짝 이파리를 펴며 또다른 줄기를 내곤 합니다.

꽃들을 바라볼 때 주인공은 꽃이 되겠지만 때로는 이렇게 조연이 더 아름다울 수도 있고, 주인공은 또 다른 조연들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니 때로는 꽃보다 이파리가 예쁜 것도 흉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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