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평화봉사단(단장 강상철)이 지난 달 ‘2017 국제개발협력사업’ 일환으로 아프리카의 진주 우간다(Uganda)에서 ‘평화의 씨앗 나누기’ 봉사활동을 벌였다. 지난 8월 20일부터 8월 30일까지 10박 11일에 걸쳐 쿠미(Kumi) 은예로(Nyero) 지역에서 12명 단원이 ‘쿠미와 제주, 하나 되는 평화 캠프’라는 주제로 활동했다. 제주특별자치도 평화대외협력과 주최, 제주평화봉사단 주관으로 이루어진 이번 사업은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t, ODA) 사업의 일환으로 전쟁과 재난․재해 발생국가, 저개발국가를 대상으로 제주 평화의 섬 이미지를 제고하고 지구촌 평화 증진을 위한 실천사업이다. 우간다 쿠미에 ODA 사업을 통해 새 희망을 심고 평화 증진 활동에 함께 참여한 양영길 시인의 글을 10회에 걸쳐 나눠 싣는다. <편집자 주> 

[양영길 시인의 우간다 이야기](6) 에또고이니야 외벽 한쪽은 소똥 칠로 마감

옹고디아네 에또고이니야에서의 베개 없는 잠은 생각보다 편했다. 딱딱한 침상인데도 진흙벽에 100% 자연 소재의 집에서 잔 기분은 숲속에서 힐링한 것 같이 몸이 한결 가볍게 느껴졌다. 아침 안개 사이에 드러나는 옹고디아네 집들은 밤에 본 것 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집 한 채 한 채가 단칸방 형식으로 돼있었다. 입구 쪽에서부터 왼쪽으로 우리가 묵었던 게스트 룸, 입구 한가운데 팜유나무, 게스트 룸 맞은 편 오른쪽에는 커튼이 드리워져 있는 샤워실, 울타리 가운데 안방, 안방 왼쪽에 그늘이 넓은 나무, 그리고 가족들의 방, 식기 건조대 등이 있었다. 주변이 모두 텃밭이었는데, 고구마, 옥수수, 결명자 등을 재배하고 있었다.

화장실은 이번 홈스테이를 위해 새로 단장했는데, 앞에 노란 물통을 매달고 있는 손 씻는 장치는 아래 나무를 밟으면 물통이 기울어지면서 물이 흘러나와 손 씻기에 아주 편했다. 아침에 세수하고 머리는 감아야 해서 물을 좀 부탁했더니, 먼 길을 걸어서 길어온 물을 따뜻하게 덥혀 한 양동이나 주어 고맙게 머리를 감았다. 어젯밤 땀을 씻지 못하고 잤지만 한결 개운했다. 홈스테이 아침 식사는 케이크 몇 조각, 삶은 달걀 몇 개, 차(茶)가 나왔다. 나는 케이크 한 조각과 삶은 달걀 한 개를 먹고 차 한 잔을 했다. 차 향기가 인공이 가미되지 않은 깨끗함이 몸과 마음을 한결 맑게 해 주었다. 팜유의 열매를 구경하고 그 기름을 맛보고 싶었지만 나의 언어가 부족해 말을 붙이지는 못했다. 

▲ 화장실 앞 손 씻는 도구.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둘째 날 저녁에 숫자 매직카드는 우리 실무팀까지 합류해 재미있게 진행됐다. 여섯 장으로 된 카드인데, 숫자를 속으로 찍어서 옆 사람에게 내가 듣지 못하게 말해주면, 내가 그 숫자를 알아맞히는 게임이다. 어떻게 알아맞히는 지 모두 궁금해 하기에 그 비밀을 털어 놓고 나니 모두들 해맑게 웃었다. 숫자 매직 카드는 알란에게 주고 왔다. 친구들과 게임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즐거웠다. 알란은 다음 날 아침에 아이들과 함께 춤을 추면서 우리들을 환영해 줬다. 

아침에 텃밭을 구경하는데 아이들이 따라오다가 일하는 시늉을 했더니 괭이를 들고 일하는 모습을 연출해 주며 해맑게 웃었다. 그 옆에 고구마꽃은 제주의 꽃과 같았다. 출발하기에 앞서 가족사진을 찍었다. 글로리아가 무릎을 꿇고 손 씻을 물을 건네던 보답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나도 두 무릎을 그들 앞에 꿇었다. 새벽이슬이 내려앉은 흙바닥에. 약간 당황하는 듯 했으나 ‘스마일’ 소리에 금방 환하게 웃어 줬다. 양 1마리를 선물하고 돌아왔는데, 베이스캠프를 출발하려는 시간에 옹고디아 부부와 막내 조비아 셋이서 살아 있는 닭 한 마리를 선물로 가지고 달려왔다. 

▲ 옹고디아네 어린이들이 고구마밭에서 일하다가 카메라가 가까이 다가가자 활짝 웃고 있다.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사실 에또고이니야를 옹고디아네 집에서 처음 본 것은 아니었다. 홈스테이 전날 양호근 PD와 둘이서 버스를 운전하는 고프리(부리부리, 38)의 도움을 받아 베이스캠프에서 멀지 않은 사이몬 댁을 촬영했다. 사이몬네 에또고이니야의 외벽의 일부는 낯익은 마감이었다. 물어 봤더니 내 생각이 맞았다. 소똥이었다. 제주에서도 70년대까지는 초가집에 그렇게 했었다고 했더니 모두가 웃었다. 옹고디아네 게스트 룸은 입구부터 안쪽까지 시멘트 바닥이었는데 사이몬네 집 내부의 바닥은 그냥 흙바닥이었다. 낯선 방문객을 맞이하러 이웃에 사는 사람들이 다 모여들었었다. 사람들은 모여 들어 10명이 넘었는데, 선물 준비가 안 되어 난감해 있을 때, 고프리가 아이들에게는 사탕을, 어른들에게는 칫솔 세트를 선물해 줘서 무안함을 겨우 면했다. 

아이들의 물펌프질 소리에서 ‘다그닥 다그닥’ 말 달리는 소리가 났다

고프리는 이제 38살인데 아들 딸 각각 두 명씩인데, 대학생에서부터 초등학생까지 모든 학교에 다 있다고 했다. 고프리는 축구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영국, 독일, 스페인 경기는 다 보는데, 선수들 이름과 포지션까지도 안다고 했다. 

▲ 우간다 쿠미의 축구연습장_유니폼과 신발을 갖추고있다.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필자도 옹고디아네 집에서 아침에 아이들과 축구를 했다. 공이 생각보다 빠르지 않았다. 공은 천이나 끈을 동여매어 만들어 찼는데 옹고디아네 아이들은 맨발로 찼다. 우간다 사람들은 남녀노소 모두 축구를 좋아한다고 했다. 축구에 대한 열기는 우간다 가는 곳마다 볼 수 있었다. 우리 단원들이 쿠미에 도착했을 때도 차창 너머로 축구하는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옹고디아에게 우간다에는 에티오피아의 ‘아베베’나, 케냐의 ‘볼트’ 같은 선수가 없냐고 물어 봤다. 세계적인 선수는 없지만 이곳 사람들은 달리기는 잘한다고 했다. ‘맨발의 마라토너 아베베’는 아프리카의 전설이었고, ‘볼트’는 아프리카의 히어로였다. 

사이몬네 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물펌프장 아이들을 만났다. 소몰이 풍경 너머로 물통을 머리에 이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물 길러 다니는 아이들은 쿠미에서 가장 먼저 마주친 모습이기도 했다. 흙먼지 날리는 도로가에서 물 길러 다니는 행렬을 만나기도 했는데, 사실 ‘아프리카’ 하면 가뭄과 오염된 물이 떠올랐었다. 어쩔 수 없이 오염된 물을 먹고 각종 질병에 노출돼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했던 게 사실이었다. 그래서 물 길러 다니는 길거리 풍경은 물에 대해서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손 펌프로 뽑아 올린 물은 비교적 깨끗했다. 마중물 없이도 잘 올라오는 것 같았다. 먹을 수 있냐는 손시늉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환하게 웃었다. 키 작은 아이들은 춤추면서 ‘다그닥 다그닥’ 펌프질을 했다. 잠깐 눈을 감았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말 달리는 소리가 역사의 언덕을 지나 내게로 달려오는 것 같았다. 

▲ 물 긷는 펌프장 풍경.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 소떼가 지나가는 너머로 물통을 머리에 이고 있는 모습.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 현지 스텝과 필자가 함께 한 사진.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 양영길 시인은 199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이후, 『바람의 땅에 서서』, 『가랑이 사이로 굽어보는 세상』 등의 시집을 냈으며, 최근 청소년 시집 『궁금 바이러스』가 출판되기도 했다. 

물 길러 다니는 아이들
양영길

쿠미 사람들의 하루는
물 긷는 일부터 시작되었다.
물은 모두 아이들 몫이었다.
머리에 이거나 때로는 끌거나
모두 노란 물통을 가지고 다녔다.

'아프리카'하면 가뭄과 오염된 물이 떠올랐는데,
곳곳에 물펌프가 설치되어
가까운 펌프장으로 들고 나고 있었다.

아포루오콜 학교를 오가는 길에서도
읍내 장터로 가는 길에서도
은예로보건소 한 쪽에서도
펌프장 마다
노란 물통이 길게 줄 서 있었다.
아이들의 손 펌프 소리는
멀리까지 퍼져 나갔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마중물 없이도 올라오는 물은
비교적 깨끗했다.
먹을 수 있냐는 손시늉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환하게 웃어 주었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잠시 눈을 감았다.
어디선가 말 달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역사의 언덕을 지나
휘파람소리도 들리는 듯했다.

어린 아이들은 맨발이었고
춤추듯 아주 즐겁게 펌프질을 했다.
"요가 게레"(안녕하세요)
한 손을 흔들면서도
펌프질을 했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내일을 향해 커다란 눈망울 굴리며
말 달리고 있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