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 남북 당국회담의 북측 수석대표인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회담을 공개로 진행하는 게 어떻겠냐는 이례적인 제안을 했다. 북한이 이번 회담에 상당히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리 위원장은 9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린 고위급 남북당국회담 모두발언에서 "오늘 이 회담을 지켜보는 내외의 이목이 강렬하고 기대도 큰 만큼 공개를 해서 실황이 온 민족에 전달되면 어떻겠나"라며 "기자 선생들도 관심이 많아서 오신 거 같은데 확 드러내놓고 그렇게 하는 게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이에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회담 공개와 관련해 말한 것이 상당히 일리가 있다"면서도 "아무래도 저희가 모처럼 만나서 할 이야기가 많은 만큼 일단 관례대로 회담을 비공개로 진행을 하고 필요하다면 중간에 기자분들과 함께 공개회의 하는 것이 순조롭게 회담을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리 위원장은 "(회담 공개를 통해) 북남이 얼마나 (회담에) 진지하게 노력하는가를 보여주면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당국이 하는 일에는 의미가 깃들어야 한다. 그 의미가 결국은 민심에 부응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공개했으면 좋겠는데 귀측의 견해를 감안해서 비공개로 하다가 앞으로 필요하면 기자 선생들 불러서 우리 회담 상황을 알려드리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남북 수석대표를 통틀어 회담을 공개로 진행하자고 제안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동안 남북 회담은 조 장관이 언급한 대로 통상 비공개로 진행했고, 회담 결과만 공개했다.

이를 두고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근식 경남대학교 교수는 "최고지도자(김정은)가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지시한 만큼 자신들은 이번 회담에 자신감 있게 임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김 교수는 또 "남한이 생각지도 못했고, 제안하더라도 남한이 받을 수 없는 것을 던짐으로써 회담의 주도권을 잡고 가겠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남북 양측은 회담 시작 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이번 회담에서 좋은 성과를 내자고 밝히기도 했다. 조 장관은 "시작이 반이다는 말이 있다. 오랜 남북관계 단절 속에서 회담이 시작됐습니다만 시작이 반이다 라는 마음으로 의지와 끈기를 갖고 회담을 끌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충되긴 합니다만 첫술에 배부르랴 하는 그런 얘기도 있다. 그런 것도 감안해 서두르지 않고 끈기를 갖고 하나하나 풀어가면 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오늘 회담에서 민심에 부응하는 좋은 선물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리 위원장은 "자연의 날씨보다 북남 관계가 더 동결상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북남대화와 관계 개선 바라는 민심 열망은 비유해서 말하면 두껍게 얼어붙은 얼음장 밑으로 더 거세게 흐르는 물처럼 얼지도 쉬지도 않고, 강렬함에 의해 북남 고위급 회담이라는 귀중한 자리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남 당국이 진지한 입장과 성실한 자세로 이번 회담을 잘해서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온 겨레에게 새해 첫 선물을, 값비싼 결과물을 드리는 게 어떠한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이 자리에 나왔다"고 덧붙였다. 

리 위원장은 또 조 장관이 유년 시절 스케이트 선수로 활동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동심은 순결하고 깨끗하다. 그 때 그 마음을 되살린다면 오늘 북남 고위급 회담이 잘 되리라고 생각한다"며 회담 분위기를 띄우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2000년 6.15 정상회담 이후 어려워진 남북관계 현실을 말하기도 했다. 리 위원장은 "올해 대학에 들어가는 조카가 있는데 2000년 6월에 출생했다. 벌써 18년이 됐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두 번씩이나 지났으니까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나"라며 "뒤돌아보면 6.15 시대 그 모든 것이 다 귀중하고 그리운 것이었고 생각해보면 참으로 아쉬운 시간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 이 기사는 <프레시안>과의 기사 제휴에 따라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