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도로는 무엇인가요?
우리에게 도로는 무엇인가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에못동산 앞 큰질 댕길 땔랑 괴양 댕겨 주십서

북에못동산 앞이 큰질 댕길 땔랑 괴양괴양 댕겨 주십서.

요제기 용석이 삼춘이 그 질 넘어가단 사고 난 중환자실에 싰젠 헙디다.
저번 가을엔 기만이네 할망도 곹은 디서 사고 난 돌아가셨고예,
그 전인 기봉이 삼춘도 똑 그 자리서 사고난 돌아가셨쑤다.

우리 동네 진동산에서 한림 가젠 허문 새로 빤 그 큰질을 꼭 넘어가사 되는디
나이 든 할망하르방덜 어디 옆이 보멍 지나갑니까?

차 거진 사름덜이사 재게 댕견 좋을지 모르쿠다마는
돌아가신 우리 삼춘덜 넋은 누게가 위로해 줄 거우꽈?

북에못동산 앞이 큰질 댕길 땔랑 제발 괴양괴양 댕겨 주십서.

드리고 싶은 말씀: 우리에게 도로는 무엇인가요?

1. 이 시에 나오는 교통사고들은 모두 실제로 있었던 사건들입니다. 고향에 몇 년 만에 갔다가 들은 소식이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넋두리를 좀 해야겠다고 맘 먹었습니다.

2. 저도 자가용 승용차를 타고 다닙니다. 그러니 저도 교통사고를 낼 수도 있고, 시원스레 잘 빠진 도로들의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를 쓴 다음부터는 운전할 때 좀 더 조심하게 되었습니다.

3. 자가용 차량이 있어서, 쭉쭉 잘 빠진 도로가 있어서 편리한 것은 누구나 인정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자가용 차량이 늘면 늘수록, 시원한 도로가 뚫리면 뚫릴수록 우리의 전통마을과 그 마을을 지키고 있는 어른들은 점점 더 이 사회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소외되고, 마치 풍경화 속 인물들처럼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을 앞으로 시원한 도로가 뚫리면, 혜택은 그 귀찮은 마을을 빨리 통과해버리고 싶은 자가용 운전자에게 돌아갈 뿐,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오히려 피해만 보게 되는 이 슬픈 상황을 어찌 개선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번역
북에뭇동산(주1) 앞에 있는(주2) 큰 길(주3) 다닐 때는 고이고이 다녀 주세요.

엊그저께 용석이 삼촌(주4)이 그 길 건너가다가 사고가 나서 중환자실에 있다고 합디다.
저번 가을엔 기만이네 할머니도 같은 데서 사고 나서 돌아가셨고요,
그 전엔 기봉이 삼촌도 꼭 그 자리에서 사고 나서 돌아가셨습니다.

우리 동네 진동산(주5)에서 한림(주6) 가려고 하면 새로 뺀 그 큰 길을 꼭 넘어가야 되는데,
나이 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어디 옆을 보면서 지나갑니까?

차 가진 사람들이야 빨리(주7) 다녀 좋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돌아가신 우리 삼촌들 넋은 누가 위로해 줄 것입니까?

북에뭇동산 앞에 있는 큰 길 다닐 때는 제발 고이고이(주8) 다녀 주십시오.

※ 주석
주1:북에못동산은 고유지명임. 아래 나오는 진동산이라는 동네의 입구에 해당함. 마을의 북쪽에 있는 연못 옆에 있는 오르막길이라는 뜻임.
주2: 표준어에서 부사격 조사 “에”는 명사 앞에 올 수 없지만 제주도 사투리에서 “에”에 해당하는 “이”는 명사 앞에도 올 수 있음. 즉, 표준어의 “의”와 같은 용법으로 쓰이기도 함.
주3: 귀덕에서 대림, 명월을 지나 월령과 신창까지 이어지는 한림읍 우회도로
주4: 제주도에서는 옆집 아저씨 또는 아주머니를 삼춘이라고 함.
주5: 고유지명. 한자어로는 장원동, 행정구역상은 한림3리.
주6: 한림읍내를 이 일대에선 “한림”이라고 부름. 
주7: “재게”는 “재다”라는 형용사의 부사어 활용형. 재다는 “잰 걸음으로” 등으로 쓰이는 표준어임.
주8: 괴양괴양은 “고이고이”라는 표준어에 대응하는 말로서, “조심스럽게”, 혹은 “천천히”라는 뜻으로 쓰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