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실상과 문제점을 파헤친다!

중문 SCI 왕국, "라스 제주 리조트(Las Jeju Resort)"는 실현될 것인가?

25살된 중문관광단지의 오늘

지난 8월 30일은 중문관광단지 개발에 첫 삽을 뜬지 2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경주 '보문단지'와 더불어 국내 관광단지 개발의 효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중문단지. 그러나 시설규모나 관광객들의 선호도를 비교해 보면 단연 국내 최대의 관광단지다.

1978년 착공된 중문단지는, 108만평 규모로 1단계(서부지구) 68만평, 2단계(40만평) 등으로 나뉘어 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며, 2005년까지 투자 계획 규모는 민자를 포함해 1조 7,414억원이었지만 지금까지 7,872억원이 투자됐다.

1단계 사업지구에는 하얏트제주리젠시호텔, 제주신라호텔, 제주롯데호텔 등 숙박시설 7개소 1,569실을 비롯해, 중문골프장(18홀), 여미지식물원, 돌고래쇼장(퍼시픽랜드), 테디베어뮤지엄 등 위락 휴양시설이 차례로 들어섰다. 최근 2단계 사업지구에 제주국제컨벤션센터가 준공됐으며 ‘밀레니엄관’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화려한 평가 이면에, 서라벌호텔, 상록호텔, 해양수족관 시설을 비롯하여 마리나시설 등 여러 사업이 착공된 상태에서 부도로 수년 째 방치돼 미관을 해치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16개 입주업체에 고용인원이 2천 5백명이고, 단지내 연간 매출액이 2천억원에 달하는 등 종합휴양단지로서의 역할을 나름대로 해내고 있다는 평가다. 또 중문단지는 서귀포시의 지방세중 부동산 관련 세수입 1백23억여원 중 40%에 해당하는 48억원을 단지 내 입주업체들이 부담하고 있는 등 어려운 서귀포시 살림에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중문관광단지를 찾은 관광객은 지난해 283만 명으로, 제주 관광객 중 60% 이상이 단지 내 관광지를 관람하거나 숙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곳은 1991년 한소 정상회담 이후 한미, 한일 정상회담 등이 잇따라 개최되면서 세계 정상들의 모임 장소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SCI의 초대형 프로젝트

이러한 중문단지에 태풍이 불어오고 있다. 근 25년 동안 개발해온 내용이 어린이 장난감 같다며 비웃기나 하듯 일거에 30억 달러(3조 6천억원)를 투자하겠다는 미국 투자회사가 작년 12월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관광공사가 중문 2단계 지구 잔여 부지 매각공고를 한 후 6개 업체가 문의해 왔는데, 그 중 다른 업체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겠다는 해외 자본이 나타난 것이다.

그 이름하여, 스타크 컴퍼니스 인터내셔널(SCI: Stark Companies International LLC). SCI는 중문관광단지 2단계 사업지구 14만 5천평과 인근 토지 15만평 등 30여 만평의 부지에 30억 달러를 투자해 1만실이 넘는 호텔과 카지노를 중점 개발해 ‘제주형 라스베거스’를 만든다는 거창한 계획을 제출했다.

서귀포시는 물론 제주도, 아니 더 나아가 정부로서도 큰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만일 이사업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단지 서귀포시 중문지역의 관광개발과 경제를 뛰어넘어선, 제주도 유사이래 최대규모의 개발과 투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제주도의 역사를 바꿀만 한 메가톤급 계획임은 물론, 제주관광의 미래를 뿌리채 바꿔 놓을 수 있는 초대형 개발구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사업은 우리나라 외자유치 사상 단일사, 단일사업으로는 최대규모라는 점에서 제주도와 서귀포시는 물론 관광공사, 산자부까지도 커다란 관심 속에 성사되기를 바라고 있고, 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베일에 쌓인 사업계획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러한 중대한 계획이 정작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다만 언론 지상을 통해 간간이 보도되는 피상적 내용으로 짐작할 뿐이다.

그 거대한 투자규모에 기가 죽어서 그런가? 제주도의 역사를 바꿀만한, 어떤 측면에서 보면 제주도 내에 또 다른 소왕국(SCI왕국?)이 건설될 수도 있으며, 제주관광과 경제가 일거에 바뀔 수도 있는 이 거대 프로젝트에 대해 정작 제주도의 주인들인 도민들이 그 정보 접근에 차단되어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렇다면 SCI의 중문개발계획, 이른바 '제주형 라스베가스'계획은 무엇인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그동안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확실치는 않지만, 단지 명칭은 "라스 제주 리조트(Las Jeju Resort)"로 최근 알려지고 있다. 투자기간과 규모는, 당초 25억 달러에서, 8년간 30억달러(3조 6천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7월 24일, 정부관계관회의에서 최종제안된 내용이다.

25년간 7,800억이 투자된 기 중문단지의 개발현황과 비교해 보면, 그 1/3 기간 내에 4배에 달하는 자금을 한 사업자가 투자하겠다는 계획인 셈이다. 그 투자규모의 대단함에 어느 누구라도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이들은 우선 한국관광공사 소유인 중문관광단지 2단계 개발지구 미분양토지 14만 5천평을 일괄 매입키로 하는 한편, 인접 15만여 평의 부지를 추가로 매입하여 개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SCI가 부지 내에 구상하는 사업들은 도대체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가? 언론보도를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카지노 호텔. 당초 9,800실 규모의 호텔 객실 구상을 밝혔었으나 이를 1만5000여 실 가까이 확대하고 호텔 5곳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시설을 계획하고 있다. 호텔 1동당 40층 높이로 150m에 달한다. 건물 높이 만으로도 제주 최대임은 물론, 호텔 객실수 만으로도 제주지역의 모든 관광호텔과 콘도미니엄 등 관광숙박업은 물론 일반호텔을 합친 것(1만 74실)보다 많은 규모다.

둘째는 36홀 규모의 골프장이다. 이를 위해 인근 토지 15만평을 매입할 계획이다.

다음으로, 2만t급 대형선박 카지노와, 1000척 수용 규모의 마리나시설, 크루즈 선박터미널, 수족관, 콘도미니엄 아파트, 모노레일, 쇼핑센터, 식물원을 포함한 테마파크 등 종합리조트시설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라스제주리조트 단지 안에서 모든 일정을 소화하는 시설을 설치하겠다는 것으로 제주 안에 'SCI 소왕국'을 건설하겠다는 구상에 다름 아니다.

SCI측은 이 사업이 성사될 경우 제주와 4시간 거리에 있는 중국과 일본 등지의 관광객 130만~170만 명을 경비행기나 크루즈 등으로 자체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어진 정부 주도의 밀실협상

지난해 12월 이 사업이 처음 지상에 공개된 이후, SCI의 주협상 파트너는 관광공사도, 제주도도 아니었다. 바로 '산업자원부'였다. 산자부는 이 사안을 노무현 정부 들어 최초의 외자유치 사업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검토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수 차례 관계부처 회의를 개최하여 세부사항 협의에 들어간다. 5월초 개최된 산자부 주관 관계부처 국장급회의를 필두로, 6월 말에는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관계부처 국장급 회의, 7월 하순에는 다시 산자부 주관으로 관계부처 및 SCI 관계자 회의가 열린다.

이어 지난 8월 13일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윌셔 그랜드호텔에서 SCI 브루스 스타크 회장 등 관계자들과, 한국 쪽에서는 박봉규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 김형수 제주국제자유도시추진단장, 김성현 서귀포시 부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협상을 갖는다.

이 회의에서 SCI 측은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허가 및 카지노 설립에 따른 법인세 10년간 전액면제, 150m에 달하는 호텔 건축을 위한 용적률과 건폐율, 고도제한 등의 확실한 해결과, 계획서 제출 후 2개월 이내 인·허가 절차 이행 등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전제조건이 충족될 경우 스타크사는 4개월 이내 투자계획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9월초 부지 매각계약을 체결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는 소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8월 30일자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문광부)는 최근 제주특별법 개정안에 미화 5억달러 이상을 관광시설에 투자할 외국인이나 법인에 투자이행 조건부로 카지노를 허가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문광부는 이 외국인 카지노 조건부 허가 조항을 관광진흥법 개정안에 포함시켜 입법예고한 상태인데, 관광진흥법 개정과는 별도로 특별법 개정안에 이 조항을 포함시키겠다고 나선 것이다. 문광부의 이 같은 방침은 관광진흥법보다 특별법 개정이 빨리 진행되고 있는 데다 SCI가 요구하고 있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시설을 허가하기 위한 관련장치 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건교부도 관련 조항 포함을 긍정 검토하고 있고, 지난 27일 산업자원부에서 열린 SCI사의 투자 유치 관련 회의에서도 중문단지 외국인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현실화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다른 쟁점은?

정부부처가 이렇게 발빠르게 화답하고 나서는 것을 보면, 정부로서는 SCI의 요구조건을 가능한 대부분 수용할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데, 외국인 전용카지노야 그렇다 하더라도 SCI가 요구하는 다른 쟁점은 무엇이고,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처리하려 하는지 아직까지는 베일에 가려진 상태다. 다만 이번 외국인카지노 선허가 조항을 추진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가능한 SCI측의 모든 요구조건을 정부는 들어주려는 것 같다.

그 중 하나는 153m(40층 규모)에 달하는 호텔건축을 위한 용적률·건폐율·고도제한 문제 등 이다. 중간에 언론 보도에 따르면 SCI와 120m로 낮추는데 합의했다고 하지만, 이 또한 지난 8월의 협상과 관련한 보도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원점으로 돌아간 것 같다. 당초 알려진 바에 따르면 SCI는 용적률 200% 이상을 요구한 반면, 현재 중문관광단지에 적용된 건축물의 고도제한은 35m에 용적률은 60%에 지나지 않고 있어 법 개정 등이 필요한 실정이며, 이 지역에만 적용할 경우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우려가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다른 해석도 존재한다. 현재 도시계획법상 용적률은 60%이지만, 유원지로 지정될 경우 필지별이 아닌 유원지 전체로 건폐율을 적용하면 200%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건교부의 해석에 따르면 필지별 200%가 아닌 관광단지 전체면적을 기준해서 200% 적용하면 스타크사 요구가 수용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SCI 측이 요구한 법인세 10년간 전액 면제 조항을 산자부가 어떤 해법을 내올지, 또한 대규모 마리나 시설 및 크루즈 접안 시설에 필요한 공유수면 매립, 점용 문제를 해수부는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된다.

어쨌든 이상의 협상과정을 통해 분명한 것은 제주에서의 개발계획임에도 제주도나 서귀포시는 거의 배제된 채, 정부(산자부) 주도로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제주도는 외자유치 확정시 관련인허가 전담 검토팀(국제변호사, 도시계획전문가, 건축미관 전문가, 대학교수, 환경전문가 등)을 구성하여 운영할 계획을 세우고 있을 뿐이다.

SCI의 필리핀 50억달러 투자는 거짓

그렇다면 SCI사는 도대체 어떤 회사인가?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 8년 이내에 30억 달러를 투자 혹은 동원할 능력이 있는 회사인가?

제주도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관련자료<미국 투자자 SCI사 개요>를 그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 사업체 개요

○ 업 체 명 : Stark Companies International LLC
○ 주 소 : 850 E. desert Inn Road #PH3, Las Vegas, NV
○ 대 표 자 : Bruce C Stark(회장)
○ 설립년도 : 1966년(하와이 주정부에 등록됨)
○ 종업원수 : 3인, 단 Projejct 별로 이사 구성 및 회사설립
○ 업 종 : 부동산 개발업

□ 중요 수행 프로젝트

○ 1988년 : 하와이 One Water Plaza 건설(고급 상가 및 사무실 건물, 3.5억불)
○ 1992년 : 샌디에고 One Harbor Drive 건설(202실 규모 APT 2동, 1.3억불)
○ 1988년 : 필리핀 Manila Navy Complex 건설(호텔,마리나,골프장,APT,병원 등, 50억불)
○ 2000년 : 라스베가스 The Great Masters 건설(600실 규모 콘도 3개동, 2억불)

□ 참고사항

○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 의견
- 동 투자가의 일시불 자금동원 능력은 수억불을 상회함
- 프로젝트별로 Board Member 구성 및 회사 설립
- 1980년대 로브스 지 미국 400대 재산가 '후보'로 선정
※ 미국의 경우 대형투자가들은 GE Capital이나 Boeing과 같은 공개기업도 있으나, 외부에 잘 노출되지 않는 대형투자가들이 대부분임

이 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88년도에 필리핀에서 건설했다는 마닐라 Navy Complex다. 그 투자규모가 50억달러(6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SCI의 투자능력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

이와 관련 제주MBC 송원일기자의 보도(7일 25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송기자의 취재결과 50억 달러의 필리핀 투자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시 송기자가 인터뷰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보자.

△ 필리핀 정부관계자 : "루머 수준이다. 기업 자체적으로 추진하다 포기했을 것이다"
△ 스타크사 관계자 : "추진하다 중단된 사업이다. 필리핀 정부 자체의 문제 때문에 사업을 진행 할 수도 없었다. (팜플릿에) 완공한 사업과 계획 중인 사업이 있었는데, (필리핀 투자를) 완공된 사업으로 보고 오해했을 것이다"

이상을 종합하면 SCI는 그동안 1억~3억달러 정도의 투자만 했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문제는 30억 달러를 투자할 능력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스타크사는 이번의 중문지역의 투자 자금의 3/4(혹은 6/7)을 금융권에서 유치할 계획이어서 자금조달 능력 등 사업 실현가능성 여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뒤따라야 한다. 필리핀의 경우처럼 만일 자금 동원이 안되어 사업이 추진 안되더라도, 우리 정부의 문제 때문에 안됐다고 회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SCI의 중문투자와 관련해서 검토해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다.

도민이 배제된 개발계획과 여타의 문제

첫째, 앞서 지적한 것처럼 제주개발의 주체이자 제주도의 주인인 제주도민이, 제주관광, 아니 제주도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개발구상은 물론 쟁점 사항조차 공개되지 않는 현실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이런 문제를 지적하며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지난 9월 1일 SCI의 개발계획, SCI가 제시한 투자 조건, 협상과정에서의 쟁점과 정부측의 입장 등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과 정보공개 청구를 산자부와 관광공사, 제주도에 제출했다.

둘째는, 투자자에 끌려 다니는 외자유치 방식이다. 아무리 외자유치도 좋고 노무현 정부들어 최초, 최대의 외자유치 협상이라고 하지만 미국까지 정부 고위관계자가 가서 비밀협상을 벌이는 모습은 썩 유쾌하지 않다. 백보 양보해 외자유치를 위한 충정이라고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주장하는 오만방자한 선투자 조건 해결 요구에 관계 당국이 설설 기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문제다.

셋째로, SCI 측이 제기하는 용적률, 건폐율 등을 다 들어 주었을 때 제기되는 환경적 문제(치명적 경관파괴) 및 기존 입주 업체와의 형평성문제를 들 수 있다. 국내 업체는 35m 고도제한과 60%의 용적률을 적용시키고 외자에게는 200%를 적용한다? 더구나 이 지역은 지삿개 주상절리가 있는 보호지역으로 이 정도의 고도를 허용해 주었을 경우 경관파괴는 불가피하다. 이 외에도 골프장과 대규모 마리나 시설 및 크루즈 접안 시설과정에서 초래될 해안 파괴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넷째는, 호텔객실 및 외국인 카지노의 과잉공급으로 인한 기존 업체의 타격을 들 수 있다.언급했듯이 SCI가 계획하는 호탤객실 수는 1만5천여 실로 현재 제주지역의 모든 관광호텔과 콘도미니엄 등 관광숙박업은 물론 일반호텔을 합친 규모(1만174실)를 상회한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위축되고 있는 도내 호텔 시장을 더욱 위협하는 것이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의 집계 과 도내 특급호텔의 객실판매율은 지난 97년 75%를 웃돌았지만 2001년 들어서는 68.6%, 2002년 65.7%로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지 않아도 불황이라는 도내 카지노업계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들의 위기의식은 매우 심각하다. 이들만이 아니다. 도내 3개단지 30개 지구 및 국제자유도시 선도프로젝트에 의해 개발될 예정으로 있는 지역들의 각종 숙박시설은 건설되기도 전에 공급과잉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외에도, 상주인구와 유동인구의 급증으로 인한 교통량, 상하수도 시설, 도로와 용수 등 기반시설의 부족문제(1천여억원의 제반 기반시설 조성비 부담주체와 매입비용)도 문제이고 항공편 등 운송수단 문제도 제기된다. SCI는 사업이 성사되면 중국과 일본의 관광객을 경비행기로 수송할 계획이라는데 그렇다면 제주도가 추진하는 지역항공사와 더불어 포화상태인 공항시설도 문제다. 또한 골프장 조성을 위한 잔여부지 매입 시 '토지수용령'을 발동할 것인지도 주목된다.

제주관광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한다

필자는 금번 SCI와 정부측의 협상과정을 보며 작년 11월에 있었던 '경제특구법'의 처리과정과 유사점을 발견한다. 결론부터 얘기한다면 국제자유도시특별법 처리가 지연되거나 무산되면 외자유치에 차질을 빚는다는 이데올로기 동원 가능성을 경계한다는 것이다.

작년 11월 동아일보는 다음과 같은 보도를 통해 경제특구법의 시급한 처리를 주장한 바 있다. "인천시가 경제특구 설치를 전제로 127억달러(약 15조원)의 투자를 유치키로 했으나 정치권의 지역이기주의와 노동계의 반발로 경제자유구역법(경제특구법) 처리가 지연되면서 투자 유치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모건스탠리, 포스코 등과 함께 컨소시움을 구성해 127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던 미국 게일사(社)가 실제 얼마라도 투자했다는 소식은 아직 들어 본적이 없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국제자유도시특별법 개정안이 당초 의원입법에서 정부입법으로 방향을 전환한 점, 문광부가 관광진흥법 개정안 처리 방침에서 특별법 개정안에 외국인카지노 관련 조항을 삽입시키기로 한 점등을 주목한다.

마지막으로 제주 관광의 정체성 문제이다. SCI가 공포한 것처럼 그들은 중문의 30만평 땅 위에 제주판 라스베가스왕국을 만들려 하고 있다. 비록 다른 관광지구에 비해 그 규모가 크다고 할 수는 없으나 자본 규모만으로는 가장 최대라는 점, 그들이 주창하는 것처럼 그 단지 안에서 모든 것을 소화할 수 있게 만드는 시설을 갖춘다는 전략으로 미루어 보면, 제주도의 이미지가 라스베가스처럼 카지노관광지로 바뀔 수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당초 이 소식을 접하면서 중산간 지역이나 엄격히 보호돼야 할 지역이 아닌 이미 관광단지로 지정된 이 지역에 외자가 들어온다는 것을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해 왔다. 환경파괴는 덜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하나씩 살펴보면 우려할 만 한 내용들이 다수 발견된다. 또한 외국인 카지노의 이면에 '내국인카지노'라는 복병이 은폐되어 있지는 않은 지도 경계한다.

더 늦기 전에 제주도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향후 진행과정을 살펴보며 목소리를 내야할 시점이라는 것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끝)
<이지훈의 쓴소리 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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