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서는 2007년 제주해군기지 관련 예산 삭감 여부를 둘러싸고 막바지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14일 도의회에서는 정부차원의 해군기지 관련설명회가 개최되어 도민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또한 제주도는 20일경 국방부가 주최하는 설명회를 개최하고 이달 말 경 도민대토론회를 열 계획이라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다시금 주목하는 것은, 제주해군기지(부대규모)의 ‘실체’다. 그 동안 우리는 제주해군기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하는 말이다. 아니, 그 동안 해군이나 국방부는 제주도민들에게 해군기지의 규모를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했는가 하는 물음이 더 정확하다. ‘무슨 생뚱맞은 질문이냐’는 반론이 있음직하다. 그동안 이지스함을 포함 함정 20여척이 계류할 수 있는 규모라고 누차 밝히지 않았나고 해군측은 얘기할 수 있다. 그 얘기는 맞다. 그러나 ‘거기까지’ 뿐이다.

우리가 궁금한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함정이, 어떤 규모로 들어오는가 하는 것이다. 항공모함 한척이 구축함 수십대와 비교가 안되는 것처럼, 그 규모에 따라 제주환경 및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다대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해군기지T/F의 영향 분석 또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고 판단된다(엄밀히 말해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했는지 모르겠다). 사실 해군기지 찬반 논란이 이어져 왔지만 그 실내용도 모른 채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의 우를 범해 온 것은 아닌지 지금 시점에서 냉정하게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이런 취지에서 해군기지  부대규모는 물론, 쟁점이 되어 온 미군기지 및 MD와의 연관성 문제를 몇차례 연재한다.(편집자 주)

# 그 동안 해군은 부대규모 실체를 단 한 번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해군이 지난해 만들어 도민들에게 배포한 자료집 ‘제주도민과 해군이 함께 건설하는 화순항’에는 공사기간(06년~14년), 부지(12만여평), 부두(함정 20여척 계류가능) 외로 어떠한 규모의 부대가 들어오는지 적시돼 있지 않고 있다. 단지 ‘함정 20여척’ 뿐이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서 구체적으로 제주에 들어오는 부대 규모가 1개 기동전단 규모라는 것이 밝혀졌고, 동시에 ‘잠수함’도 들어온다는 얘기가 간간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이것도 확실한 얘기가 아니라 단지 기동전단에 소속된 잠수함 정도라는 소문밖에 없었다.

그런데, 바로 지난 14일 도의회에서 열린 정부 설명회에서 해군은 처음으로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공개했다. 해군본부가 만들어 배포한 ‘제주해군기지 사업추진계획’ 자료에는, 이 기지에 수용할 수 있는 부대 규모를 다음과 같이 적시하고 있다. 단 한 줄에 불과하지만 매우 중요하므로 눈 크게 뜨고 살펴보자.

# 비로소 윤곽이 드러난 부대규모

“1개 기동전단 및 2개 잠수함 전대, 육상 지원전대”가 그것이다. 이와 더불어 기동전단이란 “KDX-Ⅱ/Ⅲ 및 배속함(LPH,AOE,잠수함 등)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KDX-Ⅱ(4,500톤)는 일반적인 구축함을 뜻한다. 또한 KDX-Ⅲ(7~8천톤)는 한국형 ‘이지스함’을 말한다.

LPH(Landing Platform Helicopter)란 상륙함(LPX)의 하나로 올해 5월 시운전에 들어간 ‘독도함(1만 4천톤급)’같은 대형 수송함을 얘기하는 것이다.

AOE는 항해중 전투함정에 유류. 탄약, 식량 등 물자를 공급하는 ‘종합군수지원함’으로 국내에는 9천톤급 '천지함' ‘대청함’ 등이 있다(그런데 제주에는 이의 두배가 넘는, 아직 건조되지도 않은 2만톤급의 배치를 고려하고 있다).

한편 국방부는 2004년 국정감사자료에 제주 화순항을 모기지로 3개의 기동전단을 전략기동함대 전력으로 편성하겠다는 계획을 국회에 보고한 적이 있다(이후 이 계획은 1개의 기동전단 계획으로 ‘일단’ 축소됐다)

여기에는 1개 기동전단은, 상륙함(LPX) 1척 +한국형 구축함(KDX-Ⅲ) 2척 +KDX-Ⅱ급 4척, 2만톤급 군수지원함 1척 ‘등’으로 구성된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규모다.

▲ 1만 4천톤급 LPX(독도함 기준) 1척

▲ 7~8천톤급 KDX-Ⅲ(이지스함) 2척 = 1만5천톤

▲ 4천5백톤급 KDX-Ⅱ(구축함) 4척 = 1만8천톤

▲ 2만톤급 군수지원함(아직 미건조, 국내 최대) 1척 외에

▲ 소속 잠수함 0대 + 2개 잠수함 전대

▲ 기타 호위  및 초계함 0대 등 대략 토탈 7만톤이 넘는 규모다.

여러 사정으로 일단 1개 전단만 우선 출범시키기로 올해 결정났지만, 이로 미루어 보면, 단기적으로는 위의 1개 기동전단 규모의 제주 해군기지가, 장기적으로는 3개 기동전단의 ‘전략기동함대’ 규모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된다.

# 1개 ‘기동전단’이 장기적으로는 ‘전략기동함대’ 규모로 확대 전망

처음 공개된 2개 잠수함 전대 계획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처음 등장한 ‘2개 잠수함 전대’ 계획이다. 이건 기동전단에 소속된 한두척의 잠수함 수준이 아니라 독자적 작전능력을 갖춘 규모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해군은 기동 전단 외에 잠수함부대를 제주에 배치하려 하는 것일까? 그 해답은 다음과 같은 기사로 유추할 수 있다.

“이지스구축함은 잠수함을 탐지하는 능력은 뛰어나나 적 잠수함을 공격하는 능력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적 잠수함을 공격하는 최고의 무기는 역시 아군의 잠수함이다. 따라서 기동전단의 능력을 극대화하려면 3∼5척으로 편성된 잠수함 전단을 기동전단에 반드시 세트로 붙여주어야 한다” (2002년 8월 8일 주간동아, 346호, ‘기동함대 창설 꿈은 이루어진다’)    

“1개 잠수함전대가 3척의 잠수함으로 구성돼 있다(김명자 의원실, ‘육해공 합동성 강화 위해 해군 조직개편 필요하다’, [연합뉴스 보도자료 2006-10-17] “현재 1개 전대에 3척의 잠수함으로 구성이 되어있는...)”고 하는데, 2개 전대라면 6척 이상의 잠수함이 화순항에 정박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국방개혁2020’에 따르면 해군 잠수함사령부가 2015년 창설목표로 되어 있다. “잠수함사령부는 2015년, 209급(1,300톤급) 잠수함 9척과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실전배치되는 214급(1,800톤급) 잠수함 6척 등 총 15척으로 출범 예정”이라 한다.(경향, 06.1.6자, ‘잠수함 사령부 2015년 창설’)

제주해군기지는 2014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대양해군용임을 주창하고 있어, 214급 이상 최신예 잠수함 6척이상이 제주에 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잠수함 전력은 해군을 넘어 총체적인 군사력 가운데 가장 전략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핵무기 다음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한국 해군의 잠수함 기지는 진해 해군작전사령부 안에 있는데 이곳에는 해군작전사령부 관계자들도 별도 출입증이 없으면 잠수함을 구경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엄격하게 통제한다”고 한다.(‘한겨레21’, 2006.11.14, 635호, '욱일승천기여 제국을 꿈꾸는가', 녹색연합 서재철국장).

일본 해상자위대의 중추인 요코스카 기지는 미-일 동맹의 상징이자 미군과 함께 해외로 진출하려는 자위대의 실체가 응축된 곳이다. 기지를 아예 미군과 공동으로 쓰고 있다. 이곳에는 늘상 이지스함을 비롯해 각종 호위함들이 즐비하게 정박해 있으며, 기지에 정박해 있는 잠수함도 종종 볼 수 있다. 제주해군기지는 바로 '한국의 요코스카'가 되는 셈이다.

특히 진해 해군기지가 수심이 낮아 항상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제주잠수함 기지는 진해 잠수함전단 기지보다 앞으로 전략적으로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다. 추가로 2015년 창설예정인 ‘잠수함사령부’까지 제주에 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말이다.

# 베일에 쌓인 육상지원 전대 규모

더욱 궁금한 것은 잠수함전대 외에 처음 등장한 ‘육상 지원전대’다. 이것도 그 규모는 현재 베일에 쌓여 있다. 

제주 해군기지에 정박할 부대 규모가 이지스함은 물론 해군의 최신예함정과 잠수함 부대까지 들어온다는 것을 예상할 적에 이를 호위하고 지원할 병참부대의 규모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 예상 할 수 있다. 

이상을 통해 우리는 처음으로 제주해군기지의 실체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한번 군사기지가 들어서면, 확대되면 확대되지, 축소되거나 철수하기는 매우 힘들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현재 제주에 추진되는 해군기지 규모는 국내 최대의 전략기지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고 실제 ‘기동함대’로 발전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여진다.

단지 함정 20여척 정도 규모로만 일고 있었던 제주해군기지는 이렇듯 상상을 초월한 국내 최신예 및 최대규모의 함정들이 정박하게 된다는 것이다. 해군은 이를 민·군 공동항구로 개발하겠다고 하고 있으나 이 기지에 배치될 함정의 보안을 위해서 어떠한 통제조치가 취해질지는 현재로서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하여 단기적 경제효과 보다는, 100년 후의 제주 미래비전 속에서 해군기지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집 2-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