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칼럼] 2006년을 보내며...두 지도자에게
"자기 임기내 마무리짓겠다는 조급함 버리라"

벌써 세밑이다. 이맘때 쯤이면 한해를 뒤돌아보는게 관례다.

지난 한해 동안 국가적으로나 지역적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굵직굵직한 여러가지 일들 중에서도 국가적 측면에서는 '한미FTA협상'이, 제주 지역의 경우는 '해군기지'와 관련한 논란이 가장 큰 이슈가 아니었던가 한다.

세가지 공통점

이 두 사안은 세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어떠한 형태로든 이 것이 타결 혹은 결정이 되면, 국가적으로나 지역적으로, 향후 미래 국민과 제주도민의 삶의 질을 좌우할 메가톤급 사안이라는 점이다.

둘째, 이 사안을 둘러싸고 찬반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다. 이로 인해 국민간 지역주민 내부간 갈등이 첨예하게 진행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이러한 중차대한 사안을, 대한민국 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 지방정부를 책임지고 있는 두 지도자, 즉 노무현 대통령과 김태환 지사가 어떻게든 조만간(자신의 임기 내 등) 해결하려고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예의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는 의지가 자리잡고 있다.

상대가 있는 게임

이러한 두 지도자의 모습을 보면서 여러가지 상념에 잡힌다(우선 여기서는 두 분의 그간의 여러 정책과 언행에 대한 호불호나 논평을 떠나, 단지 FTA와 해군기지와 관련해서만 언급한다는 점을 밝힌다).

반복하지만, FTA와 해군기지는 국가와 제주지역의 미래를 졀정할 주요한 사안이다. 그래서인지 이와 관련하여 찬반의견이 극심하게 대비되고 있는 이슈이기도 하다. 이러한 갈등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급하게 결론을 보려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말이다. '사회적 통합'과 '도민통합'이 여전한 화두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해 볼 때 그러하다.  FTA든 해군기지든 상대가 있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FTA는 '미국'이라는 상대가, 해군기지 문제는 '해군'이라는 상대가 있다. 그리고 이에 안달이 나 있는 쪽은 미국과 해군이지, 결코 대한민국 국민과 제주도민이 아니다. 설사 만의 하나(만의 하나라고 했다) 상대의 의도대로 결정난다 하더라도 최대한 국익과 지역이익을 고려한다면 '가능한 천천히' 교섭하거나 오히려 강한 반대의 카드를 들고 협상하는게 낫다. 그게 협상의 ABC가 아니던가. 

 "한미FTA 차기 정권으로 넘겨야"
 
현재 한미FTA와 관련하여 노대통령의 입장은 단호하다. 자신의 임기 내에 협정을 체결하고 역사적 심판을 받겠다는 태도다.

반면 열린우리당 내 차기 대권후보군의 일원으로 얘기되고 있는 천정배의원과 김근태 의장은 이번 달 초순 한미FTA를 차기정권으로 넘길 것을 주장했다.

천정배 의원은 지난 1일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과제로 설정하고 있는 한미 FTA협상을 사실상 차기 정권으로 넘길 것을 촉구했다. 천의원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불가 및 국내 약가 결정 시 다국적 제약회사이 참여금지, 쌀과 여타 민감품목의 농산물 양허대상 포함 등 5가지 협상 마지노선을 관철시킬 수 없다면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근태 의장도 일주일 후인 지난 8일 한미FTA와 관련 "협상 타결을 다음으로 넘기는 것을 두려워 해서는 안된다"며 한미FTA 연기론을 주장했다. 김 의장은 "미국 측의 무리한 요구로 한미FTA 협상이 중단되었다"며 "시간에 쫓기지 않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한미FTA를 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협상의 목표는 국익에 도움이 되는 FTA"라며 "협상 성과에 얽메여 미국 측의 일방적인 요구에 끌려 다닐 필요는 전혀 없다"고 재차 연기 필요성을 강조했다.

필자는 이러한 두 의원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그들의 얘기가 가뜩이나 인기가 없는 노무현대통령과 차별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의도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노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고마운 얘기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실제 노대통령이 그렇게 받아들이든 안하든).

"돌다리도 두들기면서 걷기를"

해군기지 문제만 해도 그렇다.

김태환 지사는 조만간 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릴 태세다. 물론 지난 1년 동안 기다려 주었다는 반론이 있음직하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해군기지와 관련한 객관적인 정보 공개와 그에 따른 진지한 토론이 진행돼 왔는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실망스런 TF보고서도 그렇고 해군기지 부대규모의 실체 또한 최근에 들어서야 그 윤곽이 드러나는 상황이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지난 주 김지사가 밝힌 공군부대의 수용발언은 아무리 생각해도 실망스럽다. "공군기지는 안돼"라던 지사 본인이 "탐색.구조부대니까 수용할 수 있다"는 식의 돌변은 아무리 생각해도 신중치 못한 모습이다. 탐색구조부대는 공군기지가 아닌가? 설사 초기에는 탐색.구조부대로 출발한다 할 지라도 언제든지 전략기지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지사의 얘기는 참으로 순진하거나 근시안적 판단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김지사에게 해군기지와 관련한 결정을 다음 자치단체장에게 넘기라는 말이 아니다. 요지는 이 문제가 백년후 제주의 미래를 좌우할 역사상 중요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신중에 신중을 더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지사 자신의 역사적 평가를 위해서도...)

주민투표를 하든 여론조사를 하든 그 전에 선행돼야 할 것이 바로 정확한 정보의 제공이며, 이에 근거한 활발한 공론화이다. 필자는 지금까지 이러한 선행조건이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한다.

한해를 보내며, 노대통령과 김지사 모두 여러가지 고민을 안고 있음을 안다. 그러하기 때문이라도 두분 모두 FTA나 해군기지 문제를 심사숙고하여 결정해 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시간이 급한 것은 상대이지, 우리가 아니다. 

특히 김지사에게 바란다. "서둘지 마시라!" 김재윤의원이 고군분투로 시간을 벌어준 만큼...

'돌다리도 두들기면서 걷는' 것은 김태환지사의 트레이드 마크가 아닌가?

(* 사족 : 혹시나 두 지도자를 함께 비교하여 기분 나쁠 당사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허나 두 분은 '특별자치도'로 끈끈하게 맺어진 사이인 만큼 널리 양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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