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인사 8인이 기대하는 '2007 제주도에 바란다'
'시장창조'와 '내부혁신' 필요...'뉴제주운동'은 공조직에서부터

   
 
 
청탁한 원고를 메일로 받은 후 한 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옥고를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별로 새로운 얘기도 아닌데요. 뭘"

애써 겸양의 표현으로 볼 답변이 아니다. 오히려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2007 새해 벽두부터 제주도는 '뉴제주운동'을 화두로 들고 나왔다. 제주를 새롭게 하는 운동이니 그것이 '관변화'되지만 않으면 반대할 이유는 없겠다. 오히려 잘 되도록 격려하고 박수칠 일이다.

문제는 '뉴제주'를 위한 방법과 내용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 관행화된 의식개혁 운동이나 캠페인 수준의 컨텐츠를 상정하는 순간 이 운동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운동은 새로운 제주를 위한 실제적 정책과 연동돼야 한다. 어떠 어떠한 점이 바뀌어야 하고 새롭게 준비돼야 하는지, 각 분야별로 최소한 기본 방향 만큼은 정해져야 한다는 말이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처럼... 

제주의 소리는 이러한 시점에서, 2007년을 맞아 각계 전문가들의 제주도에 대한 바람을 연재했다. 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지 햇수로 1년이 지나고 있으며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실정이라, 여러 가지 기대와 주문이 쏟아져 나왔다. 이들의 기대와 주문이 바로 뉴제주운동의 기본 컨셉이자 분야별 방향을 설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관계 정책담당자들의 일독을 다시금 권한다.

고운호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은 제주특별자치도의 행정혁신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창조적 행정혁신을 위해서는 공무원들의 도민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에둘러 표현하긴 했지만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는 공무원’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는 주문인 셈이다.

양영철 교수는 현재의 특별자치 상황을 ‘내분의 극치’라는 다소 극단적 표현까지 사용하며 역할분담과 각 분야별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것만이 특별자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며, 단합과 행동만이 필요한 때라고 역설하고 있다.

이와는 조금 달리 참여환경연대 고유기 사무처장은, 특별법에 함몰된 발전논의는 역설적으로 중앙의존형 발전논리만 심화시키고 있다면서 ‘내발성’과 ‘공공성’을 발전의 축으로 ‘실물적 관점’을 회복하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자치의 원리를 제주현실에 맞게 극대화 할 것을 역설했다.

지역경제와 발전 전망과 관련하여 김영철 KMCA 전략·그룹장과 삼성경제연구소의 강신겸 수석연구원의 글이 주목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강신겸 수석연구원은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제주특별자치도의 향후 개발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세계와 만날 것, 1차와 3차산업의 융복합,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세심한 서비스, 상상력과 창조력을 주문했다.

김영철 KMCA 전략·그룹장은 제주도의 혁신을 위해서는 시장창조와 내부의 자주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시장 창조를 위해 관광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내부 혁신을 위해서는 환대(hospitality) 회복과 물류혁신 방안의 모색 필요성을 역설했다.

여기서 두 분 모두 관광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하드 분야가 아니라 소프트부분(감동적 환대) 등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되며, 특히 현 시점에서 물류혁신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김 그룹장의 주장은 눈여겨 볼만 하다..

다가올 세기는 ‘문화의 시대’라는 트렌드에 걸맞게 제주가 갖고 있는 문화자원을 적극적으로 상품화시키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수열 제주민예총 지회장은 문화컨텐츠야 말로 제주관광의 경쟁력이라면서, 문화예술 전략을 위한 로드맵과 행정시스템이 필요하고, 문화예술의 생태계적 순환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제주역사의 진정성을 담은 문화원형 발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창균 영상위원회 사무국장은 영상산업을 제주경제를 견인하는 동력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면서, 영상테마파크 및 제주문화아트센터, 복합영상상영관, 영상스튜디오, 국제영상아카데미등을 복합적으로 갖춘 제주문화콘텐츠센터 조성도 고려해야 한다 주장했다. 

제주지역의 산남과 산북의 균형발전을 위한 제언도 있었다.

정구철 탐라대 교수는, 산남지역의 관광시설 배후도시에 과감한 행·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며, 서귀포지역을 면세지역의 시범지역으로 지정하거나 스포츠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 등을 역설했다.

사실 이 여덟분의 제언과 주장은 다시 읽어 보아도 되새겨 볼 만한 정책 아젠다 들이다. 반면 역설적으로 얘기하면, 몇몇 의견을 제외하면 대부분 이들의 주장은 어쩌면 별로 새롭지 않은(?) 새해의 바람이라 할 수도 있다.

옥고를 보내 주신 필자들에게 누가 되는 발언인지 모르겠으나, 오해마시기 바란다. 그만큼 이 얘기 속에는 제주지역에서 회자되어오거나 누차 제기되어 왔음에도 아직도('아직도' 라고 그랬다) 해결되고 있지 않은 정책과제가 많다는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이유의 단초를 고운호 본부장의 글에서 찾는다. 그는 이렇게 얘기했다.

“공무원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인식하는 도민이 많다면 어떠한 정책도 도민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없게 되고 정책적 의견 수렴도 원활하지 못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효과적인 정책추진을 통한 도의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이 얘기가 현재의 모든 문제를 공무원 탓으로만 돌리는 것이라고 또한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여기서 제기된 여러 인사들의 정책제언이 새로운 얘기도 있지만 오래 전부터 제기돼 온 아젠다라는 점에서, 아직도 그 제언들이 수용되지 않고 실행되지 않고 있다면 결국 그 책임의 '최종심'은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지방정부가 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점에서 ‘뉴제주운동’은 공조직 내부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래야 민간에서도 따라오거나 참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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