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포괄적 선거기획 공모, 공무원조직표 선거용"
변호인 "선거용은 논리적 비약…상급심 밝혀질 것"

공직선거법과 관련, 김태환 도지사가 일단 최고 벌금형인 600만원을 선고받자 도민사회에선 벌써 "정말 지사직을 상실하는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흘러나오며 차후 진행될 상급심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레 옮겨가고 있다.

실제 김 지사의 형량이 다소 줄어들더라도 벌금 100만원 이상을 받을 경우 결국 지사직 상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게 현실화될 경우 제주도는 또 다시 '재선거'라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변호인측은 "공무원 조직표를 선거용으로 판단한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응수, 항소할 뜻을 공식적으로 밝혀 차후 상급심에서 또 한차례의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고된다.

1심 판결 이후 항소심은 1주일 이내, 대법원 판결까지는 3개월 이내에 이뤄진다.

▲ 판결이 끝나자 김태환 지사는 변호인들과 15분여 동안 숙의끝에 재판장을 나오면서 '항소의 뜻'을 밝혔다.
▲ 일단 검찰에 손들어준 '재판부'... "포괄적 유죄 인정"

이번 재판부의 판결은 지금까지 자치단체장이 선거를 위해 '공무원을 사유화하는' 관행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풀이된다.

공무원의 선거개입 사건 1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검찰의 기소사실 가운데 선거기획에 대해서는 포괄적으로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일부 공모 부분 등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는 차별성을 보였다. 최근 법조계가 추구하는 '공판 중심주의'가 적잖게 작용한 탓이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공판을 통해 검찰의 제주도청 압수수색과 이를 통한 증거물 확보는 정당했지만 검찰의 진술조서는 증거가 안된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지역별·직능별·특별관리 조직책임자' 현황 문건에 대해 "문건의 내용과 주간보고서 등의 내용에 비추어 선거운동용으로 작성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공무원의 선거기획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직무정지 면한 벌금 최고형 600만원...'절치부심' 형량

또 공무원이 작성해 지사에게 전달한 메모에 대해서도" '책임자’라는 용어가 있으며 '총책'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것은 일반 선거구민을 상대로 한 선거운동을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대부분 선거운동에 따른 유죄성을 인정했다.

실제 선거운동으로 인정되는 문건에 가필한 현모 공무원은 선거운동 기획에 참여한 것으로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김모 피고인이 명단을 작성해 김 지사에게 전달한 메모에 대해서는 통상적 업무로 볼 여지가 있다"며 무죄를 선고하는 등 일부 공모사실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아울러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문건을 누가 작성한 것인지 밝힐 증거가 없다"며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포괄적인 부분에서 유죄로 인정한다"며 "공소사실 중 무죄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무죄를 선고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결국 재판부는 현직 지사에게 직무정지를 면할 수 있는 벌금 최고형인 600만원을 선고, 특별자치도 추진에 따른 업무공백을 최대한 감안하는 아량(?)을 보였다.

이는 공판 내내 진행됐던 피고인과 변호인측의 '묵비권'에 대해서도 철저히 배제, 나름대로 배려가 엿보이면서도 '절치부심' 끝에 내린 형량이라는 평가다. 

▲ 판결 직후 공식입장을 밝히는 김 지사."상급심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김 지사와 변호인측,  '특별자치도 홍보용→선거용, 논리적 비약...상급심서 밝혀질 것'

이에대해 김 지사와 변호인측은 "판결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이다. 특히 "불법 증거로 압수한 문건 중 특별자치도 홍보를 위한 '관리책임 조직표'를 '선거운동 조직표(표제=지역별·직능별·특별관리 조직책임자 현항)'로 본 것은 논리적 비약이 심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지사와 변호인단은 그동안 '독수독과'의 원칙에 따라 압수목록을 벗어난 압수물에서 얻어진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일체 재판부와 검찰측의 심문에 응하지 않아왔다.

실제 태평양법무법인 문강배 변호사는 1심 판결이 끝나자 "증거판단에 있어 초기 검찰 압수수색 압수물의 증거 능력을 인정했지만 검찰 조서는 증거능력을 부인했다"며 "재판부가 공무원 조직표를 선거용으로 판단한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 지사와 변호인측은 "김 지사가 공무원 조직표 작성에 관여했다는 것도 논리적 비약으로 무리"라는 입장과 함께 "상급심에서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이라며 강력히 어필할 뜻을 밝혔다.

문 변호사측은 이날 "판결문을 입수해 상세한 검토작업을 벌이겠다"며 "규정상 1주일내 항소할 수 있다"며 앞으로 상급심 준비를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변호인측이 이날 재판부 판결에 대해 인정할 없다고 주장한 부분은 ▲ 위법한 증거 채택 ▲ 공무원 조직표의 선거용 판단 ▲ 도지사가 조직표 작성에 관여한 부분 등 세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 검찰은 '징역 1년' 구형…1심 형량은 '600만원'...과연 최종심까지 얼마나 줄어들까?

1심 형량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검찰은 김 지사에 대해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관건 선거가 개입한 공직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1심에서 벌금 600만원을 받고 구제된 경우는 거의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 김 지사 사건과 '닮은 꼴'로 관심을 모았던 신중대 안양시장은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받아 이보다 낮을 것이라는 관측이 법원 주변에서 나돌았다. 당시 검찰은 징역 2년을 구형했었다.

또 기부행위로 선거법 위반혐의를 받은 이완구 충남지사의 경우 검찰구형에서 벌금 300만원을 받았지만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인 150만원 벌금형을 받았다가 2심에서 벌금 7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결국 재판부가 일부 기부행위에 대해 무죄 판정을 내리면서 가까스로 살아난 경우다.

최근 제주지역 경우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서 현직 도의원인 O모씨가 벌금 300만원의 구형을 받은뒤 1심에선 150만원 이어 2심에서 벌금 90만원을 받아  결국 의원직을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은 받은 김경민 도의원 경우 검찰은 도지사와 같이 징역 1년을 구형했으나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2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받았다가 결국 대법원에서 항소가 기각됐다.

김 지사가 최종 선고에서 당선무효형(벌금 100만원 이상)이 나올 경우 향후 5년 동안은 '공무담임권' 박탈로 인해 선출직 공무원(자치단체장)은 물론 농.수협을 비롯한 공공기관 등에 몸을 담을 수 없다.

▲ 이날 김지사 변호인측은 "공무원 조직표 선고용 판결은 논리 비약"이라며 항소할 뜻을 분명히 했다.

▲ 상급심서 '압수품' 쟁점...또 다시 증거 채택 여부 관심'

따라서 상고심 재판부가 검찰의 압수품을 또 다시 증거로 인정할지에 대해 형량 변동이 생길 수 있어 이 또한 주목되고 있다.

1심 재판부가 인정한 증거에 대해 특별한 하자가 없는한 '번복'이 없는게 관례이지만 변호인측이 '공판 중심주의'를 적극 활용한 '묵비권' 등을 통해 최종 공판까지 가겠다는 방침이어서 예측불허의 상황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만약 변호인측이 주장대로 '상고심에서 압수품에서 나온 선거조직표 등이 증거로 인정되지 않으면 김지사의 유죄를 입증할 만한 별다른 증거가 없어 무죄가 선고될 수도 있는' 예상 외 재판부의 결과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호인측이 "상급심에서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이라는 것도 이러한 가능성을 염두한 발언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 재판에서도 변호인단과 검찰측은 압수품의 증거채택 여부를 두고 또 한차례의 법정 공방이 예고되는 등 법정 형량과 더불어 여전히 끝나지 않은 치열한 두뇌싸움과 법리 싸움이 예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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