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귀중한 작품

먹을 것 입을 것은 없었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시골 초등학교 어린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10 리나 떨어져 있던 학교를 오고 가는 길은 늘 삶과 앎이 만나는 학습의 현장이었고 자연과 하나 될 수 있는 좋은 놀이터였습니다.

아침이면 큰 아이 작은 아이 할 것 없이 동네에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한 덩어리가 되어 학교로 갔습니다.

장난도 치고 노래도 부르며 앞서거니 뒷서거니 다니다 보면 좀 머리가 큰놈들은 아우들을 다독거리면서 형님의 틀을 잡아갔고 하급생들은 이런 형아 들의 모습을 보면서 절로 세상사는 이치를 깨달아 갔습니다.

▲ 논에 있는 오리를 신기한 듯 쳐다보는 아이들.
논두렁 밭두렁을 지나갈 때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철따라 벼나 보리, 밀, 콩이 자라 열매를 맺어가는 모습을 보고 자연의 섭리를 배워 나갔을 뿐만 아니라 벼 사이에서 뛰어다니는 메뚜기와 물 잡힌 벼논에 노는 미꾸라지는 물론이고 남의 밭 고구마며 무우도 아이들의 좋은 간식 거리였습니다.

수박밭 참외밭 서리도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큰 흠이 되지 않는 시절이었습니다.

더운 여름날이면 하교 길에 뚝방 아래 개울에서 여자 남자 가릴 것 없이 물에 뛰어들어 멱을 한 바탕 감고 집으로 가는 것도 하루 일정에 추가되곤 했습니다.

그리고 이왕 개울에 들어간 김에 버들피리며 피라미라도 몇 마리 잡아 검정 고무신에 물과 같이 담고 한발은 맨발로 의기양양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 물놀이 하는 아이들.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어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지금처럼 자율 학습이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을 붙잡아 둘 일도 없었고 더 더욱이나 보충수업 따위는 없었습니다.

겨울철 갑작스런 폭설로 학교 뒷산이 하얗게 변한다 싶으면 수업중이라도 책을 덮게 하고 전교생이 토끼몰이를 나가는 멋이 있었고.

방학 때라도 될라치면 평소 고등학교 형님들은 존경하는 선생님을 모시고 무전여행을 떠나는 것이었습니다.

수업이 놀이 같았고 놀이가 곧 인생 수업의 연장이었습니다.

▲ 추억의 교실 풍경.
열 번 스무 번 다시 생각해 보아도 장작 난로에 도시락 데워 먹던 그때 그 시절의 그 학교가 진짜 학교였습니다.

이제 학교마다 번듯한 식당 건물 따로 지어 학교 급식이 되다보니 김칫국물 흘리면서 도시락 싸 갈 일도 없어졌습니다.

교실마다 컴퓨터와 대형 모니터가 설치되고 수세식 화장실이며 심지어는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 아래서 공부하는 학교도 있다는데 사랑하는 제자는 어디에 있고 존경하는 선생님은 어딜 가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학교 붕괴니, 사 교육비가 몇 조에 이른 다느니, 대안학교니, 홈스쿨링이니, 조기유학이니 하는 소리가 이 나라 방방곡곡에서 흘러나오는 이유는 어디 있는 것일까요.

지금 우리 사회는 어느 때보다 심각한 이념과 사상, 가치관의 양분 상태에 빠져 있다고 보여 집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사회, 우리 가정, 우리 학교가 한편이 되어 우리의 아이들을 경쟁주의와 이기주의, 개인주의에 익숙한 왜곡된 인간으로만 자라나게 내몰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현대 교실 풍경.
우리 아이들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귀중한 작품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영어,수학 성적이 잘 나와 좋은 대학에 가야 만이 질 좋은 상품이 될 수 있다는 획일화된 망상에 빠져 있습니다.

부모, 교사, 우리 사회 모두가 남들이 다 가는 그 길을 순탄하게 쫓아가지 못하면 뽑혀 없어져야 할 잡초 같은 존재로 생각하는 세상이 된 것 같습니다.


우리의 교육은 인간과 자연에 대한 사랑과 땀과 노동의 가치를 아는 생태적 감수성을 가진 인간을 만들어내지 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사회는 우리 아이가 세상을 맑게 하는 시인이 되고, 땅을 사랑하는 농부가 되고, 솜씨 좋은 목수가 되는 일을 하찮게 여기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부모는 성적이 인생의 모두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서는 안 된다고 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총리, 도지사, 시장, 교육감이 선출되었습니다.

이들이 해야 할 여러 가지 개혁의 과제가 많겠지만 그래도 그중에 가장 급한 일은 교육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우리 아이들의 정직하고 맑은 마음속에서 자라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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