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좋은 지역만들기 현장을 가다(6)] 광주시 북구
'지원조직+조례+센터' 구축...주민자치의 메카로 등극한 광주시 북구

▲ 광주북구청 전경
# 살고싶은 지역만들기 모범지역 광주시 북구

전국적으로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모범사례로 얘기되는 곳이 여럿 있다. 그 중 대부분은 농촌지역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마을로서, 도시지역의 사례는 매우 드물다. 살기좋은 지역만들기가 주민들의 협동에 의해 삶터를 가꾸어 가는 마을만들기 운동이라는 점에서, 바로 옆집에 살면서도 인사조차 주고받지 않는 도시풍토 하에서는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도시지역 중 대구 ‘삼덕동’과 함께 모범지역으로 소문난 지역이 있으니 바로 광주시 북구다.

광주시 북구는 지난 2000년부터 “주민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마을만들기”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 센터 내부에 있는 북구의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현황판
북구는 아름다운 마을만들기를 “주민스스로가 마을의 주민으로 거듭나고, 주민 간에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지역공동체를 창조하기 위한 활동”으로 개념규정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주민이 주체가 되어 생활환경 개선을 통한 아름다운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마을삶터 가꾸기’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별 주민자치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2000년부터 주민과 함께할 수 있는 마을가꾸기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을 심의·운영하는 정도의 관행을 벗어나 실제 마을가꾸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문화동의 ‘시화(詩畵)가 있는 문화마을’ 조성 사업과 ‘정감있는 문패달기 사업’이 그러하며, △오치1동의 '머구재 가는 길' 이라는 테마공원 조성사업과 '동화의 거리 조성', 옛터를 재현한 동양화와 설명를 부착한 '오치 옛터의 유래와 문화찾기' 사업, 문흥 1동의 전통한식 기와를 설치하는 '옛날 옛적 우리동네' △오치2동, 닫힌 이웃간의 정을 나누는 공간을 조성하는 '담장 허물기 및 테마공원 조성' △건국동, 농촌 체험과 학습의 장을 마련해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하는 '짚풀공예 체험학습장 건립' 등이 대표적인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사례로 꼽힌다.

▲ 센터 내부에 있는 동별 마을만들기 현황판
추진과정은 이렇다. 매년 구(區)에서 지원계획을 수립하여 사업공모를 하게 되면 동별 주민자치위원회별로 사업계획(마을별 1주제)을 제출한다. 이 사업계획을 ‘마을만들기위원회’가 심의하여 확정하는 단계를 거친다. 마을별로 일정 비율을 쪼개주는 방식을 지양하고 있다는 얘기다.

북구 자치정책과 박종만 과장은 얘기한다.

“초창기에는 토탈 지원예산이 2억이 넘어 26개 동에 일률적으로 5백~1천만원씩 동별로 지원했었는데, 작년 사회복지예산이 57%가 넘는(이 지역에는 영세민이 많다) 실정이어서 1억 2천정도로 축소되면서 심사를 하여 7~8개 사업만 2천만원 내외에서 지원하고 있다. 초기 주민참여 유도에 관심, 자부담은 10~15% 정도 하도록 하고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좋은 아이디어들은 많다.”

▲ 북구청 자치정책과 박종만 과장
이 외에도 지역사회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자치역량의 강화를 위해, 마을발전을 선도하는 지역리더 육성을 위한 다양한 학교와 강좌, 세미나. 선진지 견학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웃과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지역공동체 형성 운동을 벌여 나가고 있다.

# 전국 최초, 삼위일체형(조직+조례+센터) 마을만들기 지원체계 구축

광주시 북구가 이렇게 전국적으로 소문난 살기좋은 마을, 모범지역이 된 데에는 자치의식이 뛰어난 자치단체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월까지 열린우리당 광주시당위원장이었던 김재균 전 북구청장이다. 그는 지난 98년부터 2006년까지 북구청장을 지냈다. 그의 재임 기간 동안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여러 정책이 나왔다. 그 중 하나가 2003년부터 시행된 '주민참여예산제‘이며, 지금부터 얘기하려는 전국 최초의 ’마을만들기 지원체계‘가 그것이다.

우선 마을만들기를 위해 체계적인 운영과 지원을 위한 전담조직을 구성했다. 지난 99년 주민자치팀을, 2000년도에는 주민자치과를 신설하였고, 2003년에는 팀장1명 팀원3명으로 구성된 ‘마을만들기팀’이 신설됐다(주민자치과는 2005년에 ‘자치정책과’로 명칭이 바뀌었고, 주민자치팀, 마을만들기팀, 평생학습팀, 생활환경팀 등 4개팀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마을만들기위원회’를 구성, 마을만들기 사업계획 수립,분석,평가 및 마을만들기 사업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디자인을 지원하고 있다. 위원회는 당연직 8명(구의원 3명, 관련공무원 5명) 이외 11명은 학계 시민단체 등 관련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이 위원회는 지난 2001년 6월 만들어진 ‘아름다운 마을만들기 연구회’가 모태가 되어, 지난 2005년 2월에 제1기 마을만들기 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올해2월 2기 위원회가 다시 구성됐다. 광주대 이명규교수 등 5명의 전문가와 조각가 이재길, 광주 환경연 이경희 사무국장 등이 주요 멤버다.

또한 마을만들기 사업에 대한 행·재정적 기반마련 및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광주광역시 북구 아름다운마을만들기 조례 및 시행규칙’을 지난 2004년에 공포했다. 이 과정도 행정이 일방적으로 공포한 것이 아니라, 2003년 조례제정위원회를 구성, 조례초안 작성, 공청회를 거쳐 만들어졌다.

‘지원조직’과 ‘지원조례’와 함께 광주북구는 2005년 ‘지원센터’를 개설했다. 이 센터는 마을만들기 3대운동 프로그램 개발 및 각종 자료수집 제공, 마을만들기 특성화를 위한 동별특성조사 분석, 삶터 가꾸기 사업 디자인 지원 등의 역할을 한다(조직개념으로서의 센터가 아니라 공간개념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조직+조례+센터’, 지역활성화를 위한 이 삼위일체형 지원체제는 외국의 사례에서도 나타나는 선진 자치단체의 마을만들기 지원체제다. 바로 이런 시스템 때문에 광주시 북구가 전국에서 모범적인 마을만들기 지역으로 등극할 수 있게 된 것이나 해도 다를 바 없다.

이 삼위일체형 지원시스템이 없이는 살기좋은 지역만들기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제주특별자치도는 명심했으면 좋겠다.  

▲ 마을만들기 지원센터 외벽. 주민참여예산제 토론방이라는 간판도 눈에 띈다.

 # 성과 : ‘주민자치의 메카’로 등극한 광주 북구

이런 결과 광주시 북구는 지방자치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하였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우선, 주민 토론 문화 활성화, 민관NGO와의 협력 체계 구축, 지역문제 해결능력 배양 등 어느 한쪽이 주도하는 일방적인 운동이 아닌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이루어낸 사업으로써 주민과 행정이 함께하는 주민자치 모델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둘째로,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다.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마을을 가꾸어 나감으로써 자기 마을에 대한 애착심과 지역의 조화로운 발전을 유도하여 쾌적한 도시환경 조성으로 주민 정주생활 여건을 만들었다.

셋째, 박람회 등에서의 수상 실적이다.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2001년 이후 전국주민자치센터 박람회에서 최우수상 4회 등 총 6회 수상하였고, 2005년 공공자치연구원에서 주관한 제6회 자치행정혁신 전국대회 최우수상 수상,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주관 2006년도  지역혁신전국대회 우수상 등  20여회 각종 수상으로 주민자치가 전국에서 가장 앞서가는 자치단체로 평가받고 있다.

넷째, 주민자치의 메카로 자리매김하였다. 광주 북구의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사업이 생태, 역사, 문화 등에서 인증된 복합사업으로 널리 홍보되어 전국 134개 기관단체에서 2,900여명이 견학을 다녀갔으며, 자치행정, 자치발전, TV, 일간지, 국정홍보 케이블 방송 등에 450여회가 소개되는 등 주민자치의 메카로 자리매김하였다.

▲ 센터내 정보자료실
# 과제

그렇다고 광주 북구의 마을만들기 실험이 완벽한 것만은 아니다. 그 동안 사업을 추진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나타났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또한 현재진행형으로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시행과정에서 ‘다양한 계층참여 부족’이라는 문제점을 발생시켰는데, 이는 주민 공동조직과 단체를 참여시켜  주민의 대표성을 확보하고  주민 공모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보완하고자 하였다.

‘사업의 전문성 부족’은 대학교수, 사회단체 등 전문가의 설계지원과 아이디어를 제공받아 보완하고 있으며, 사업에 대한 반대 주민 발생시에는 주민자치위원회나 지역 주민들이 적극 설득 해결하고, 주민자치에 대한 이해력 부족은 각종 교육, 토론회 등 주민자치역량 강화를 통해 해결하려 하고 있다.

이어 광주 북구는 향후 다음과 같은 4가지 추진계획을 세우고 있다.

첫째, 지금까지 추진한 마을만들기 사업에 대한 종합평가와 환류를 통해 마을만들기 사업의 착근과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 둘째, 마을만들기 사업추진 결과 특화브랜드화가 가능한 지역을 중심으로 「살기좋은 지역만들기」와 연계한 장기비전을 제시. 셋째, 2005년 6월에 개설한 마을만들기 지원센터의 기능을 강화하여 마을만들기 운동의 확산을 위한 홍보와 종합적인 지원창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마을만들기 거점센터로 운영. 넷째, 광주광역시와 5개 자치구와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북구 마을만들기가 범 광주시민운동으로  확산되도록 노력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광주 북구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자연과 역사와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질 높은 생활 환경 추구와 예향 광주의 테마가 있는 어메니티 창출로, 민주적 지역공동체가 주민생활 곳곳에 구현되어 풍요롭고 인간미 넘치는  살기좋은 지역만들기에 적극 앞장설 예정이다.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정책을 입안하는 제주도 당국이 눈여겨 보아야 할 사례가 아닌가 한다.

(다음 주에는 광주시 북구 문화동의 마을만들기 사례가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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