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 (4) 쓰레기 대란 이면은 관광 확대 정책...지속가능 어디에?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된 한국산 쓰레기의 진원지는 제주였다. 불법 쓰레기 수출도시라는 오명은 물론 도민들의 자존감도 큰 상처를 입었다. 원희룡 도정이 제주미래비전에서 제시한 청정과 공존이라는 제주의 핵심가치를 무색케 한 사건이었다. 

관광 확대 정책이 낳은 쓰레기 불법 수출 오명

쓰레기 불법 수출의 배경과 원인을 돌이켜 보면 단지 폐기물 관리 정책의 문제로 국한해서 볼 수 만은 없다. 10년 전부터 최근까지 제주 지역의 쓰레기 발생량은 크게 증가했다. 관광객, 이주민 등 체류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각종 폐기물의 발생량도 따라서 증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각장과 매립장은 급증하는 쓰레기를 처리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이에 제주도는 제때 처리하지 못하는 소각용 생활쓰레기를 압축포장해 보관하기 시작한다. 지난 2015년부터 처음 압축포장 쓰레기를 생산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약 9만 톤을 생산했다. 제주북부소각장의 1일 처리용량을 고려하면 600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소각해야 처리할 수 있는 양이다. 이들 압축포장 쓰레기는 발전소의 고형 연료로 사용될 계획이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았다. 아직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하지 않는 읍·면지역 음식물쓰레기가 혼합 반입되면서 고형 연료로 쓸 수 있는 수분 함량 조건을 맞출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폐기물 중간 위탁업체에 처리를 맡겼고, 불법 수출의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제주 회천쓰레기매립장에 쌓여 있는 압축쓰레기.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 회천쓰레기매립장에 쌓여 있는 압축쓰레기.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번 일의 직접적인 원인은 쓰레기 발생량 급증에 따른 발생원 저감 및 재활용 확대, 쓰레기 처리시설 확보 등 전반적인 폐기물 관리 정책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쓰레기의 급격한 증가를 야기한 정책이 자리한다. 바로 제주도의 관광 확대 정책이 그것이다. 제주도는 더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도내 체류 인구를 늘려 제주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항공 운항 편수로 접근성을 높였고, 그 결과 제주도는 하와이, 발리보다 2배나 많은 관광객 숫자를 만들어 냈다. 중국 자본을 비롯한 대규모 자본 투자 중심의 개발 사업으로 지금은 그 많은 관광객이 와도 남아돌 정도의 숙박시설을 갖추게 되었다. 

제주의 가치를 높이는 지속가능한 발전이어야

이러다보니 제주 경제는 더 많은 관광객이 와야만 유지가 되고, 더 많은 개발 사업이 추진되어야 활성화되는 구조가 되고 말았다. 질적 성장으로의 관광 정책 전환을 선언한지 오래지만 양적 팽창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나 정책은 없다. 쓰레기, 오수, 자동차들이 넘쳐나고 생활 용수는 부족하며, 제주섬의 환경은 악화일로다. 제주의 청정한 자연 환경을 보기 위해서 관광객이 찾아오는 걸 알면서도 보존해야 할 제주의 가치를 하나, 둘씩 희생시켜야 지역 경제가 유지되는 역설이 존재한다. 지속가능한 발전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쓰레기 불법 수출도 이러한 맥락에서 초래된 수많은 사건과 문제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제 원희룡 지사는 쓰레기 불법 수출 논란에 대해 도민들에게 사과하는 자리에서 책임자 문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언급했다. 실무적으로 잘못한 것은 맞지만 격무부서 중에 하나인 환경부서 담당자가 이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그러면서 양적인 관광 확대로 쓰레기 급증 현상을 만든 정책 실패의 책임은 모르쇠로 일관한다. 재발 방지 대책도 원론적인 수준에 그칠 뿐 기존 폐기물 관리 정책의 변화는 없다.

금번 사태는 이렇게 마무리되어 갈지 모르지만 지금의 개발 및 관광 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쓰레기 불법 수출과 같은 제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사태는 반복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관광의 규모 확대에만 급급한 정책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제주 사회로 가기 위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폐기물 정책에 있어서도 섬이라는 환경적 민감성을 고려하여 보다 적극적인 폐기물 감량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제주의 가치를 살리는 개발 정책을 수립하고 제주의 가치를 높이는 관광 정책이 실행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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