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3개월 동안 갈등-자중지란, 더불어민주당 '당론'없이 우왕좌왕...김태석 "내부 갈등 두려웠다"

 

제주도의회가 결국 상임위까지 통과한 '제주특별자치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 일 부 개정안'을 상정 보류시켰다.

상임위까지 통과한 조례 개정안이 본회의에 앞서 상정보류된 사례는 박희수 전 의장이 한진 지하수 증산 동의안을 보류한 2013년 이후 처음이다.

그 당시 박희수 전 의장의 '상정보류' 결정은 지하수 등 공공재의 사유화 금지라는 대의명분을 통해 도민사회의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보전지역에 관리에 관한 조례 개정안 상정보류는 결이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보전관리조례 개정안은 홍명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이도이동 갑)을 대표로 해, 정민구, 이상봉, 양영식, 강철남, 강성의, 윤춘광, 고은실, 문경운, 김용범, 송창권, 현길호 의원 등 12명의 찬성 서명으로 발의됐다.

개정안은 조례로 정하는 공공시설 중 보전지구의 각 1등급지역 안에서 설치할 수 없는 시설에 '항만'과 '공항'을 추가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현행 조례(제13조)는 관리보전지구 1등급 지역이라도 도로, 전기·가스, 하수·방재, 공항·항만 등 공공 목적의 시설은 설치를 허용하고 있다.

개정조례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앞으로 관리보전지역에 공항·항만 등의 대규모 기반시설을 설치하려면 사전에 도의회의 보전지역 해제 동의절차를 밟아야 한다.

도민과 도의회의 권한과 통제를 강화하는 조례로 도의회가 반대하거나 상정보류시킬 조례가 아닌 것이다.

문제는 제2공항과 맞물리면서 보전관리조례 개정안이 처음부터 논란이 일었고, 찬반 양론으로 뜨겁게 맞서게 된 것이다.

제주도는 홍 의원이 대표발의한 보전관리조례에 대해 '재의요구'를 하겠다고 공공연히 '겁박'(?)했고, 제2공항 찬성단체들은 홍 의원을 찾아가 항의하기도 했다.

지난 4월 홍 의원은 보전관리조례 개정안 발의를 유보했고, 이후  토론회 개최 등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6월 임시회 회기에 안건을 제출했다.

민주당 소속 도의원 12명이 보전관리조례 개정안 발의에 동참했지만 '제2공항'과 관련된 내용이여서 찬반이 팽팽하게 맞섰다.

21일 환경도시위원회 안건심사에서도 찬성 4명, 반대 3명으로 가까스로 통과됐다. 

상임위 심사와 본회의 의결에 앞서 찬반 단체들이 이틀 연속 제주도의회 정문에서 조례안 통과와 폐기를 요구하며 대치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김태석 의장은 본회의 표결을 한시간 앞둔 오후 1시 전체 의원 간담회를 갖고, 보전관리조례 개정안에 대해 의원들의 의견을 들었고. 결국 상정보류키로 결정했다.

상정 보류된 조례이기 때문에 다음 회기에서 언제든지 보전관리조례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22일 기자실을 방문해서 보전관리조례 개정안 상정보류에 대해 설명하는 김태석 의장
22일 기자실을 방문해서 보전관리조례 개정안 상정보류에 대해 설명하는 김태석 의장

일련의 과정을 보면 제주도의회의 무능력과 무책임을 꼬집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의회 구성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없는 모래알 조직력'을 또 다시 보여줬다.

지난해 9월 신화역사공원 하수처리 행정사무조사 부결 헛발질, 국제관함식 반대 결의안 자진철회, 도의회 의원 간담회 없이 의장 독단의 제2공항 '공론조사' 요구 등 11대 도의회 들어서 민주당의 모습은 말 그대로 사분오열이었다.

전체 43명 중 29명으로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민주당이 '당론' 없이 제각각 움직이면서 도정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목소리도 나온다.

제주주민자치연대 한 관계자는 "11대 제주도의회 절대 다수를 점하는 더불어민주당은 당론 없는 게 '당론'인 것 같다"며 "행정체제개편, 행정사무조사, 제2공항 등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사분오열된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직권으로 상정을 보류한 김태석 의장은 이날 오후 의회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상임위를 통과한 안을 상정하자는 의견도 있었고, 유보하자는 의견도 있었다"며 "내부갈등을 가장 두려워 했다. 결정적으로 개정안에 서명한 의원들 일부도 유보하자는 의견이 있어서 유보하게 됐다. 전적으로 제 책임"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제2공항과 맞물려 제2공항 반대로 비쳐지는 요소가 있다고 판단한 의원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이런 의원들 중심으로 시기를 조정하자는 의견이 있었다"며 다음 회기에 상정할 지 여부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의회가 어느 쪽으로든 책임있는 결론을 내려야 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 김 의장은 "책임을 회피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상정과 보류 등 여러 의견이 있는 상황에서 의회 내부 갈등을 증폭하는 것은 3년 이상 남은 의회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독단적으로 판단했다"고 답변했다.

그동안 원희룡 지사를 향해 제2공항 갈등을 부추긴다고 비판했던 제주도의회가 오히려 보전관리조례 개정안을 놓고 찬반 양쪽의 눈치를 보다가 갈등과 혼란을 일으키며 결국 상정보류라는 최악의 수를 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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