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보전지역관리조례 개정’ 불발 원인은?…제주도의회, 제2공항 ‘견제기능’ 실종 우려

제주사회 핫이슈로 떠올랐던 ‘제주도 보전지역관리 조례’ 개정 시도는 제2공항 찬․반 프레임에 갇히면서 결국 무산됐다. 의결 정족수를 확보하고 있으면서 당론을 모으지 못한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의 무능력도 부결 사태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제주도의회는 11일 오후 2시 제375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어 홍명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제주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을 상정했지만 의결 정족수에 2표가 모자라 부결 처리했다.

재적의원 42명(1명 궐위) 중 고현수, 윤춘광 의원을 제외한 40명이 표결에 참여한 결과, 찬성 19명, 반대 14명, 기권 7명으로 나타났다.

개정조례안이 발의되자마자 “조례 개정=제2공항 반대” 프레임에 갇히면서 의원들의 운신의 폭이 좁았다. 표결 결과,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과 인근지역 지역구 의원들 대부분 반대나 기권 표를 던졌다.

조례안을 발의한 홍명환 의원은 그동안 “보전지역 관리조례는 제2공항 찬․반 입장을 떠나 절대보전지역과 관리보전지역 1등급을 제주특별법상 동일하게 관리해 나가자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다. 관리보전지역에서 공항과 항만 등 대규모 국책사업을 추진할 경우 도의회에서 제대로 검토할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는 차원도 있다”며 동료의원들을 설득해 왔다.

아무리 국책사업이라도 지역의 일은 지역주민들이 결정한다는 지방자치의 요체인 ‘자기결정권’ 차원의 접근이라는 논리를 폈다.

이 같은 홍 의원의 노력도 동료의원들을 설득하는데는 역부족이었다.

지난 3월 조례안을 처음 발의할 때만 해도 23명의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제2공항 찬․반 프레임으로 번지면서 절반 가까운 의원들이 발을 빼 지난 5월 재발의 때는 홍 의원을 포함해 12명만 발의자로 참여했다.

여기에 원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표심 분산이 결정타가 됐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본회의 직전에 의원총회를 열고 의견을 조율했지만 당론을 모아내지 못했다.

행동통일을 이뤄내지 못하고 의원들 자율투표에 맡긴 결과는 ‘부결’이었다.

표결에 참가한 민주당 소속 의원은 27명. 표결 결과는 △찬성 17명 △반대 5명 △기권 5명으로 사분오열됐다.

찬성표를 던진 의원은 강민숙(비례) 현길호(조천읍) 김태석(노형갑) 이상봉(노형을) 홍명환(이도2동갑) 송창권(외도․이호․도두동) 이승아(오라동) 강성의(화북동) 김경미(비례) 문경운(비례) 양영식(연동갑) 정민구(삼도1․2동) 문종태(일도1․이도1․건입동) 강철남(연동을) 김용범(정방․중앙․천지동) 박원철(한림읍) 좌남수(한경면․추자면) 등 17명이었다.

민주당 소속이 아닌 의원들 중에는 정의당 고은실 의원(비례)과 김창식 교육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나 기권으로 조례개정 ‘반대 편’에 선 민주당 소속 의원은 10명이나 됐다.

강성민(이도2동을) 박호형(일도2동갑) 송영훈(남원읍) 임상필(중문․대천․예래동) 조훈배(안덕면) 의원 등 5명이 반대 표를 던졌다.

고용호(성산읍) 강성균(애월읍) 고태순(아라동) 김희현(일도2동을) 김경학(구좌읍․우도면) 등 5명은 기권을 통해 사실상 반대 표를 던졌다.

반면 보수 성향 의원들은 전부 반대 표로 행동을 통일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김황국(용담1․2동) 오영희(비례), 바른미래당 강충룡(송산․효돈․영천동) 한영진(비례)과 보수성향의 무소속 이경용(서홍․대륜동) 강연호(표선면)도 반대표를 던졌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민주당을 탈당한 안창남(삼양․봉개동) 의원도 반대 진영에 가세했다.

당적을 가질 수 없는 교육의원 5명은 △찬성=김창식 △반대=강시백 오대익 △기권=부공남 김장영 등으로 표가 갈렸다.

개정조례안 부결로 당장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의 리더십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그 동안 말로는 제주의 환경가치 보호를 주창하며 제주도정의 난개발 행정을 질타했지만, 이번 표결 결과는 ‘말 따로, 행동 따로’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부결 사태는 김태석 의장도 전혀 예상치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태석 의장은 표결이 끝난 후 준비된 폐회사 대신 “시일야방성대곡으로 폐회사를 대신하겠다”며 보전지역 관리 조례개정안 부결에 따른 착잡한 심경을 우회 표현했다.

시일야방성대곡은 ‘이날, 목놓아 통곡하노라’라는 의미다.

제2공항과 연계돼 찬․반 논란을 일으켰던 ‘보전지역 관리 조례개정안’은 조례로 정하는 공공시설 중 보전지구의 각 1등급지역 안에서 설치할 수 없는 시설에 ‘항만’과 ‘공항’을 추가했다. 즉, 관리보전지역에서 공항.항만 등의 대규모 기반시설 설치를 위해서는 사전에 보전지역 해제 등의 도의회 동의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오는 10월 제2공항 건설사업 고시를 목표로 사업추진에 속도를 내면서 찬․반 갈등이 격화되고 있지만 도민의 대표기관인 제주도의회는 조례개정 실패로 제2공항과 관련한 최소한의 견제장치도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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