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도내에서 운행되는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2030 탄소없는 섬’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제주도가 정작 전기버스 보급에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버스 준공영제 실시로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면서도 전기버스 구매 업무 일체를 버스업체에 맡겨버려 행정 스스로 관리감독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도에 따르면 올해 교통약자를 위한 전기 저상버스 20대를 도입하기로 하고 관련 예산도 확보해놓고 있다. 앞서 제주도는 지난 1월부터 제주시내 대중교통 노선(431번, 432번)에 전기 저상버스 6대를 투입해 시범 운행하고 있다.

전기버스 이용객들의 만족도는 높다. 일단 소음이 거의 없어 승차감부터 쾌적하다. 더구나 보급되는 전기버스는 전부 저상버스여서 장애인-비장애인 구분 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인 디젤버스를 교체함으로써 ‘청정 제주’ 실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는 제주도로서는 재정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당 4억원 안팎인 전기 저상버스를 구입하는데 지원되는 보조금만 3억2900만원(환경부 1억, 국토부 4500만원, 도비 1억8400만원).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디젤버스 가격(1억3000만원 수준)으로 전기버스를 구입할 수 있다.

전기버스의 최대 장점은 구입 이후 유지비용이 디젤버스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는 점이다.

제주도가 버스업체에 지원하는 유류세 보조금만 연간 100억 가까이 된다. 실제 전기버스를 도입해 운행하고 있는 D업체의 경우 1대당 연간 1200만원 정도 절감효과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을 정도다.

하지만 이 같은 장점에도 전기 저상버스 도입․운행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18년 12월말 기준 도내에서 운행되고 있는 전기버스는 83대. 제주도가 수립한 전기 저상버스 연도별 도입계획에 따라 올해부터 2021년까지 내년 20대씩 도입하더도 143대에 그친다.

그나마 올해는 보급물량(20대)도 다 못채울 전망이다. 최근 업체들로부터 신청받은 결과, 2개 업체에서 8대씩 16대 신청에 그쳤다.

이런 속도라면 대중교통 노선에 투입돼 운행되는 버스 853대(민영 746대, 공영 107대)를 전부 전기버스로 전환하려면 35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2030년까지 도내에서 운행되는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바꾼다는 ‘2030 탄소없는 섬’ 정책과는 엇박자를 내는 셈이다.

게다가 전기버스 구매 관련 업무 일체를 업체가 알아서 진행하도록 했다. 업체에 준 가이드라인이라고는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인증만 받으면 된다는 게 전부다.

서울시가 최근 전기버스 114대 도입사업 공고내용과 비교하면 사실상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과 다름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을 통해 공고된 내용을 보면 △서울시 전기버스 표준모델을 기준으로 해서 △차량 성능 △차량 구조 △A/S 방법 △가격 △특별제안 내용을 제출하도록 했다.

여기에 △전기버스 납품 실적 △경영상태, 업체 신인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 △재무건전성, 법적소송 계류 여부 등을 확인하는 서류까지 제출하도록 해 객관적인 정량․정성 평가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여러 장점들을 감안할 때 전기버스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는데는 공감한다”면서도 “아직은 차고지나 충전시설 등 종합적으로 검토할 문제들이 많다. 한번 충전에 500㎞ 이상 운행 가능한 전기버스가 나온다면 전기버스 도입사업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