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71년만에 생존수형인 18명 형사보상 결정...범죄자로 남은 2530명 ‘완전한 해결’ 촉구
“이 종이 쪼가리가 대체 뭔지, 사람을 이렇게 집요하게 하네. 매 맞은 값을 이제야 받은 거지. 근데 돈으로 해결되겠나. 4.3은 아직도 풀리지 않았어. 아직도”
71년 만에 제주4.3 형사보상 결정이 내려졌지만 4.3생존수형인들은 억울한 옥살이를 한 채 눈을 감거나 아픔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또 다른 4.3 희생자들을 떠올렸다.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이하 4.3도민연대)는 22일 오후 3시 제주지방법원에서 4.3생존수형인과 변호인단을 초대해 형사보상 판결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양동윤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대표가 22일 오후 3시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4.3형사보상 결정 관련 기자회견에서 법원의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https://cdn.jejusori.net/news/photo/201908/306121_307468_4933.jpg)
현장에는 김순화, 김경인, 김평국, 박내은, 오희춘 할머니와 박동수, 양일화, 양근방, 오영종, 조병태, 부원휴, 현우룡 할아버지 등 생존수형인 12명과 故현창용 할아버지 유족이 함께했다.
김평국(90) 할머니는 “미친개 패듯 맞았다. 병신 강아지 취급을 했다. 구두발로 때리는데 머리가 뒤틀어질 정도였다”며 “그런 고생을 따지면 돈으로 그 한은 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지난 세월이 너무 억울하고 섭섭하다. 사람 꼴이 아니었다”며 “4.3은 돈에 비교할 것이 아니다. 아직도 4.3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4.3생존수형인 재심과 형사보상 청구 사건을 맡은 임재성 변호사가 22일 오후 3시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법원의 형사보상 청구 결정문을 4.3생존수형인인 김평국 할머니에게 전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https://cdn.jejusori.net/news/photo/201908/306121_307469_4935.jpg)
![제주4.3생존수형인 재심과 형사보상 청구 사건을 맡은 변호인들이 22일 오후 3시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법원의 형사보상 청구 결정문을 전달하자 4.3생존수형인인 박내은 할머니가 결정문을 받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https://cdn.jejusori.net/news/photo/201908/306121_307470_4935.jpg)
1949년 김평국 할머니는 아라리(현 아라동)에 살았다. 경찰이 들이 닥친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해안가로 향했다. 김 할머니도 어머니와 동생 2명과 함께 남문통(현 남문로터리)으로 피했다.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다시 아라동 집으로 갔지만 경찰에 붙잡혀 목관아지 앞 제주경찰서로 끌려갔다. 다행히 어머니와 동생들은 풀려났지만 김 할머니는 영문도 모른 채 매질을 당했다.
제대로 된 설명이나 재판도 없이 김 할머니는 유치장으로 끌려갔다. 열흘 후 부두에서 배에 오른 김 할머니는 전주형무소에 수감됐다. 당시에도 죄명과 형량을 알려주는 이는 없었다.
양근방(87) 할아버지는 “형무소에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 이런 날이 올지는 생각도 못했다. 4.3도민연대와 변호사의 도움으로 이 자리까지 왔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양 할아버지는 “우리 나이 이제 90이 넘어간다. 이번 일을 계기로 4.3생존수형인 모두 건강하게 살아가길 바란다”며 덕담을 건넸다.
故 현창용 할아버지의 아들 현성원(40)씨는 “예전에는 아버지가 이런 생활을 했는지도 몰랐다”며 “의식이 있을 때 공소기각이 결정이 내려져 그나마 다행이다. 살아 계신 분들 모두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4.3수형생존인인 양근방 할아버지가 22일 오후 3시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4.3형사보상 결정 관련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https://cdn.jejusori.net/news/photo/201908/306121_307471_4936.jpg)
![제주4.3수형생존인인 故 현창용 할아버지의 아들 현성원씨가 22일 오후 3시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4.3형사보상 결정 관련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https://cdn.jejusori.net/news/photo/201908/306121_307472_4936.jpg)
4.3재심과 형사보상 사건을 맡은 임재성 변호사는 이날 현장을 찾아 법원에서 발급한 형사보상 결정문을 생존수형인들에게 직접 전달했다.
임 변호사는 “변호인으로서 기쁜 날이다. 하지만 아직도 2530여건의 불법적인 4.3수형 사건이 남아 있다”며 “수많은 희생자 중 예외적으로 18명만 보상을 받고 명예를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규모 재심을 할 수 있지만 이는 현실적이지 않다”며 “결국 4.3특별법 개정을 통해 군사재판을 무효화해야 한다. 이번 형사보상이 4.3특별법 개정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4.3재심과 형사보상을 주도한 양동윤 4.3도민연대 대표는 재심과 형사보상에 이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와 2차 재심 청구 의사를 밝혔다.
양 대표는 “대통령 사과와 희생자 결정이 있어도 국가가 제대로 응답하지 않으면 명예회복 아니”라며 “이번 결정은 국가가 잘못을 인정하고 이 분들에게 사죄문을 드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생존수형인들 모두 고령으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한 배상청구와 억울한 옥살이를 한 또 다른 생존수형인에 대한 2차 재심 절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