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 칼럼] (4) 학교 밖에서 제주를 논하다-上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다. '학교밖청소년'에 대한 우리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비뚤어졌다. 패배자, 문제아, 혹은 낙오자…. 그들에게 붙는 왜곡된 꼬리표다. 제도권 학교를 떠났어도 학교밖청소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꿈을 찾아 끊임없이 날개를 펴려 한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대안교육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를 통해 학교밖청소년 이야기를 연재한다. [편집자 글] 
학교밖에서 바라본 제주의 현실은 장밋빛 미래와는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청소년들이 훌륭한 지역인재로서 충분한 자존감을 느낄 수 있는 사회적 환경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높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학교밖에서 바라본 제주의 현실은 장밋빛 미래와는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청소년들이 훌륭한 지역인재로서 충분한 자존감을 느낄 수 있는 사회적 환경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높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다. 제주 이주 붐이 크게 일었고 관광객들이나 외국인노동자들 등 상시 유동인구가 많다보니 아직 제주는 이에 대해 체감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주 붐은 눈에 띄게 사그라들었고 젊은층의 인구 유출은 슬슬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관광 수요도 줄어들면서 제주의 각종 경제지표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멀리 볼 필요도 없다. 당장 서귀포시 쪽은 고령화 단계를 넘어 고령사회로 진입한지 오래다.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도 멀지 않았다. 쓰나미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런 사정들에 도민들이 각성하기 시작하면 인구유출은 더더욱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지리적으로 폐쇄적인 데다가 시장마저 작은 제주는 경제적 희망이 보이지 않을 경우 다른 지방보다 더 빠르게 소멸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인구정책과 관련해 가임기 여성들에게 아이를 많이 낳으라는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자. 방법이 틀렸다. 그건 어디까지나 각자의 몫이다. 가끔 부끄러운 줄 모르는 정치인들은, 여성들이 출산을 위해 사는 존재인 것처럼 막말을 내뱉는 모습을 본다. 한심하다.

‘집토끼는 지키고 산토끼는 잡아오라’는 말이 있다. 이같은 전략이 지방소멸을 막는데 훨씬 효과적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가려는 이는 붙잡고 오려는 이는 두 팔 벌려 환영할 만한 ‘집토끼, 산토끼’전략에 무엇이 있을까? 정책 입안자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말은 이제 더이상 나오지 않도록 하면 좋겠다. 제주에서 나고 자라며 제주에서 공부하는 수많은 인재들이 있다. 시대에 역행하는 옛말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에게 있어서 자녀교육만큼은 아주 예민한 문제다. 그래서 드라마 ‘SKY캐슬’은 우리에게 많은 화두를 던졌다. 제주가 외국 유수의 학교를 유치하고 아이들에게 입시중심의 주입식 교육으로 대학 진학률을 높이면 제주를 ‘SKY아일랜드’로 만들 수 있을까? 그래서 육지 사람들이 제주를 찾게 할 수 있을까? 아니다. 벌써 다 해본 방식들 아닌가? 이미 제주 아이들은 전국적으로 학력수준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렇다고 육지에서 제주로 일부러 유학 보내는 집은 없다. 다만 서귀포시 대정읍에 조성된 영어교육도시가 예외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일시적으로 제주도 유입인구를 늘렸을 수는 있지만 다시 제주를 떠날 사람들이 더 많다.

그럼 이제 진짜 제주의 앞날을 이어갈 지역 인재를 길러내는 데 시선을 돌려야 할 때가 아닐까? 물론 큰물(?)에서 놀기를 바라는 부모 입장에서는 장성한 자녀들이 제주에 있기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선택은 아이들의 몫이다. 다만 이 아이들이 미래에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게 제주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주사람으로서의 자존감을 높여줘야 할 책임은 전적으로 지금의 제주를 살고 있는 어른들에게 있다.

제주를 스스로 변방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 스스로 정말 주변인이 되고 만다. 그러나 ‘로컬(local) 지향 시대’에서 더 이상 변방이란 없다. 수많은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들이 다양한 IT기기로 시공간 제약 없이 전국 어디서나 업무가 가능하다는 걸 이미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이미 이들 중 상당수는 제주로 이주를 했다. 그만큼 제주는 이들에게 매력적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제주에서 자라나는 아이들 눈에 제주는 어떻게 비치고 있을까? 제주의 미래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면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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