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치사 등 혐의 적용...주사기-설탕물 등 시신관리 용도 쓰여

부패한 50대 남성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모 명상수련원에 창문이 활짝 열려있다. ⓒ제주의소리
부패한 50대 남성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모 명상수련원에 창문이 활짝 열려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내 명상수련원에서 50대 남성이 숨진 사고와 관련, 수련원 원장 등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당초 의혹이 증폭됐던 불법 의료행위나 종교·주술적 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서부경찰서는 제주시 모 명상수련원에서 A(58·전남)씨가 숨진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 유기치사 및 사체은닉 혐의를 받고 있는 해당 명상수련원 원장 H(58)씨를 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4일 밝혔다. 

또 유기치사, 사체은닉 혐의를 받고 있는 수련원 회원 J(52·여)씨와 사체은닉 및 사체은닉 방조 혐의로 S(52·여)씨 등 4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H씨는 A씨가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9월1일 오후 8시30분에서 10시 사이에 A씨에 대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A씨가 숨진 이후에는 사체를 은닉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A씨에 대한 부검 결과, 사인이 심장질환으로 추측되고, 외상 등 타살 정황이 없다는 점으로 미뤄 H씨에 대해 유기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A씨를 최초 발견했던 J씨 역시 같은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8월30일 제주지역 명상수련원에 들어가겠다며 집을 나섰고, 배편을 통해 제주에 와 해당 수련원을 찾았다. 일행 2명과 함께했던 A씨는 이틀 뒤인 9월1일 전남으로 돌아가는 배편을 예매한 상태였다.

해당 수련원은 숙식이 가능한 곳은 아니지만, 회비를 납부한 회원에 한해 오고싶은 시간대에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곳이다. A씨는 사고 이전에도 해당 수련원을 찾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9월1일 이후 가족들과 연락이 끊겼다. 함께 한 일행 2명은 같은날 예정된 배편으로 제주를 떠났지만 A씨는 동행하지 않았다. 한 달 넘게 연락이 닿지 않자 A씨의 부인은 지난 15일 전남 소재 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했고, 공조 요청을 받아 현장을 찾은 제주경찰은 당일 해당 수련원에서 숨진 A씨를 발견했다.

경찰이 A씨를 발견할 당시 A씨는 건물 3층 수련실에 설치된 모기장 안에서 이불이 덮인 채 누워있었다. 경찰 진입 당시 A씨의 시신은 상당 부분 부패가 진행되고 있어 악취가 진동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신 옆에는 주사기, 한방침, 살충제, 설탕물 등이 놓여있었다.

경찰조사에서 H씨는 "A씨가 죽은 것이 아니라 명상에 빠져있는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사체은닉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수련원 관계자들에게도 이 같은 취지로 설득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H씨는 최초 진술에서 A씨의 사망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구속 후 거듭된 조사에서는 혐의를 일부 시인했다.

경찰 조사결과, 최초 목격자인 J씨는 사건 당일 A씨가 결가부좌(양쪽 발을 반대쪽 넓적다리 위에 얹는 자세) 자세를 유지한 채 몸에 힘이 빠져있는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이후 J씨의 연락을 받은 원장 H씨 등은 A씨를 곧게 눕혀 매일 부패되는 시신을 관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시신 옆에 놓였던 주사기, 한방침, 살충제, 설탕물 등은 모두 부패 시신을 관리하는 용도로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씨가 산 채로 명상에 빠져있다고 믿어온 H씨는 하루 1~2번씩 A씨의 입가에 설탕물을 묻힌 거즈를 놓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수련원에서 종교적이거나 주술적인 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했다. 피의자 6명 모두 종교·주술적 행위를 하지 않았고, 진술 역시 공통됐다는 설명이다. 불법 의료행위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시신 주변에서 다수 발견된 한방침은 시신 관리에 쓰였다는 정황 증거를 확보했다.

한편, 경찰은 A씨에 대한 부검 시 채취했던 조직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했다. 약독물 등 검사 결과는 약 3주 후에 나올 예정이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