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학교 밖 오늘] ② 보물섬학교 정희수, 김지한, 강지헌...스스로 가치·진로 찾아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일명 ‘수능’ 날이다. 입시경쟁을 통한 상급학교 진학만을 최상의 가치로 여겨온 우리나라 입시제도를 상징하는 날이다. 그러나 제도권 교육은 청소년들에게 창의성을 길러주기보다 반복적으로 지식을 주입하고 암기하는 교육방식을 강요해온 것이 사실이다. 엄밀하게는  ‘학습’만 있을 뿐 ‘교육’은 실종 상태라는 지적도 그 때문이다. 언론 역시 천편일률적 수능 보도를 반복하면서 소모적 ‘경쟁교육’을 부추겨 온 것도 숨길 수 없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2019 수능을 성찰의 계기로 삼아 ‘학교 밖’ 청소년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보기로 했다. 엄격한 의미로 교육은 온전히 가정의 몫이 아니라 국가의 몫이고 책임이어야 한다. 학교밖청소년도 물론 그 대상이다. 핀란드 등 교육 선진국가들처럼 교육만큼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발상과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제도권 교육 밖의 아이들도 우리에겐 소중한 미래다. [편집자 글] 

 

ⓒ제주의소리
우리 주변에는 자신만의 꿈을 꾸는 다양한 청소년들이 있다. 본인의 적성과 진로를 찾아 한걸음 한걸음 탄탄하게 걸어가고 있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왼쪽부터 김지한(17), 강지헌(16), 정희수(19). ⓒ제주의소리

‘공부를 못해서 그래? 혹시 학교폭력에 휘말렸어? 어딘가 부족하니?’

제주 대안학교 ‘보물섬학교’ 재학생 정희수(19), 김지한(17), 강지헌(16)은 대안학교에 대한 세간의 그릇된 인식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대안학교나 인문계 고등학교나 모든 재학생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거나 진로를 찾을 순 없다. 그러나 세 사람은 적어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하고 찾아보는 기회를 보물섬학교가 충분히 제공한다고 자각하고 있다.

보물섬학교의 역사는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동육아를 실현하기 위한 협동조합, 어린이집, 어린이문화학교(굴렁쇠)가 먼저 출범했고 2011년 대안학교를 정식 개교했다. 지난해부터 제주시 오등동에 새 보금자리를 차리고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교육 목표는 ▲몸도 마음도 튼튼한 자연인 ▲함께 크는 건강한 공동체인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주인이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에 해당하는 1~9학년 과정(아꼬운방, 요망진방, 제라진방)을 기본으로 두고, 16세부터 19세 이하까지 속한 일종의 고등학교 과정(새세상방)을 2년 전부터 운영 중이다. 현재 전교생은 42명. 이 가운데 정희수 양, 김지한 양, 강지헌 군은 초등학생 시절 보물섬학교에 입학해 지금까지 몸담고 있다.

수능을 이틀 앞둔 12일 [제주의소리]가 만난 세 사람은 보물섬학교에서 본인의 적성과 진로를 찾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회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실천하면서 자연스레 사회학 공부의 필요성을 느낀 정희수 양은 2020학년도 성공회대학교 사회융합자율학부에 합격해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다. 

보물섬학교 인연으로 양궁을 접한 강지헌 군은 본격적인 양궁 선수의 길을 걷고자 내년 고등학교로 옮길 예정이다. 김지한 양은 음악과 사회 활동을 중요시하면서 꿈을 만들어가고 있다.


# 이기적이지 않는 삶을 배웠다 - 정희수

정희수(19) 양은 초등학교 5학년(12세) 때부터 보물섬학교에 입학했다. 방과 후 수업인 어린이문화학교 굴렁쇠를 경험하면서 즐거웠던 생활을 매일매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보물섬학교 입학을 결정했다. 사춘기를 오롯이 보물섬학교에서 보낸 정 양은 청소년 제주평화나비, 촛불혁명, 강정평화대행진, 베트남 전쟁 평화기행, 청소년 참정권 토론 등 다양한 사회 활동에 참여하면서 사회문제를 구조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고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다. 그래서 대학 진학을 결정했고, 올해 성공회대학교 사회융합자율학부 대안학교 전형에 수시 합격하면서 내년부터 새로운 환경에 발을 내딛는다.

정 양은 “보물섬학교에 들어오면서 지금까지 ‘이기적인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배우고 노력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내 꿈을 찾을 수 있었던 소중한 8년”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 양과의 인터뷰 전문.

Q. 보물섬학교에서 어떤 시간이 가장 재미있었나?
A. 하나만 꼽기 어렵다. 학기 마다 떠나는 여행도 즐거웠고, 여러 가지 책을 읽고 토론하는 세계사·인문학 수업도 재미있었다. 예전에는 흥미가 없었는데 돌이켜보면 자치회의도 재미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전교생이 모여 안건에 대해 토의하는 시간이다. 모두가 찬성해야 의결이 된다. 학교생활을 비롯해서 각자 힘든 것을 공유하고 결정할 일이 있으면 결정하는 자리다.

Q. 9학년 까지 마치고 일반 고등학교 진학 없이 계속 보물섬학교에 남았다. 그리고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다. 남아있던 이유는 무엇인가? 
A. 9학년까지 마치고 나서 일반 고등학교로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물론 대안학교라는 특성상 불특정 대상을 만나는 기회가 적고 여러 또래 친구를 만나는 기회를 가지고 싶었다. 그러나 청소년 제주평화나비 활동을 하면서 그런 갈증을 해소했고, 지금 이곳에 있어야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느꼈다. ‘행복한 세상을 만들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내 삶의 철학도 보물섬학교에 있었기에 만들어졌다. 다양한 시각에서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은 10대 시기에 충분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Q. 대학 진학을 결심한 배경을 듣고 싶다.
A.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올해 초부터 대학에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다양한 친구를 만나고 싶지만 유일한 진학 이유는 아니다. 청소년 평화나비를 중심으로 박근혜 정권 촛불집회 당시 시국선언, 강정평화대행진, 베트남 전쟁 평화기행 등 여러 사회 활동에 참여하면서 배움이 필요하다고 크게 느꼈다. 이런 필요를 대학에 가면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판단했다. 대학생이 돼서는 사회 문제를 보다 큰 틀에서 구조적으로 바라보면서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싶다. 

Q. 대안학교 전형으로 대학에 수시 합격했는데 준비 과정은 어땠나?
A. 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검정고시 점수와 면접을 통해 심사했다. 준비하고 긴장할 일들이 생겨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면접은 보물섬학교에 다니면서 평소 품던 생각을 자연스레 말하면서 무사히 치렀다. 보물섬학교에서 배운 가장 큰 장점은 내 생각을 정리하고 말할 수 있는 힘이다.

ⓒ제주의소리
수업 중에 환하게 웃으며 대화 중인 정희수 양. ⓒ제주의소리

Q. 대안학교에 대한 세상의 인식이 두렵지 않았나?
A.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시기도 있었다. 사람들에게 일반 학교와의 차이점을 일일이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시선들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순간이 왔다. 내가 여기서 배우고 싶은 가치에 집중했고, 오히려 지나치게 이분법적으로 공교육과 대안학교를 나누려 했던 스스로를 돌아봤다. 우려 섞인 주변의 시선도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Q. 색안경을 끼고 대안학교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그렇지 않아도 나의 대안학교 생활을 글로서 정리하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다. (웃음) 이곳에 있던 8년 동안 나는 내가 어떤 존재인지 찾았다. 그래서 당당해졌다. 보물섬학교에 들어온 초등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기적인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배웠고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간식 하나를 먹어도 기쁘게 나누면서 이타적인 가치를 꾸준히 보고 듣고 실천했다. 그것이 주변 친구와 가족, 나아가 사회로도 확장됐다. 

Q.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나?
A.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행복한 사람으로 살고 싶다. 어떤 처지에 있더라도 이런 가치를 지향하고 싶다. 보물섬학교에서의 8년은 내 꿈을 찾게 해준 시간이었다.

# 양궁의 꿈, 보물섬학교에서 발견 - 강지헌

강지헌(16) 군 역시 방과 후 수업인 어린이문화학교 굴렁쇠를 계기로 초등학교 3학년부터 보물섬학교에 들어왔다. 그의 친형도 초등학교 5학년 시절에 먼저 보물섬학교에 들어오면서 자연스레 영향을 받은 셈이다. ‘앉아서 하는 공부보다 뛰어노는 공부가 좋았다’고 입학 이유를 밝힌다. 

‘축구소년’이었던 강 군은 14살 겨울, 어느 보물섬학교 선배로부터 양궁을 처음 알았고 그 뒤로 계속 양궁 한 길을 바라보고 있다. 양궁에 보다 매진하기 위해 올해를 끝으로 보물섬학교를 떠나지만 “경쟁 대상 이전에 한 사람의 인격체로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를 배웠다”는 성숙한 소감을 남겼다.

다음은 강 군과의 인터뷰 전문.

Q. 양궁은 어떤 계기로 입문하게 됐나?
A. 어릴 적부터 몸으로 부딪히며 뛰어노는 시간이 즐거웠다. 앉아서 수업 받고 집에 돌아와 숙제하는 일상 대신 다함께 어울려 보내는 생활이 좋아 보물섬학교에 입학했다. 중학교 1학년이 되는 겨울이었는데 학교 형을 통해서 양궁을 접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점수를 맞추는 데 흥미를 느꼈고,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하면서 기록을 세우는 과정에 재미를 느꼈다. 전국 동호인들이 출전하는 춘계양궁 대회에서는 동메달, 추계 대회에서는 은메달을 수상했다. 지금은 엘리트 선수를 목표로 삼고 있다.  

Q. 앞으로의 진로는 어떻게 되나?
A. 계속 활을 쏘다보니 전북체육고등학교를 비롯해 여러 학교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 나를 지도하는 손혜진 코치님(퍼니스포츠양궁클럽 대표)을 비롯해서 여러 사람과 논의한 끝에 다른 지역 학교로 가는 대신 제주 안에서 학교를 다니며 계속 운동하기로 결정했다. 무엇보다 내가 즐기면서 운동을 하고 싶어 선택한 길이다. 정식으로 선수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일반 고등학교에 입학해야 하기에 올해로 보물섬학교는 떠날 예정이다. 인생의 반을 보물섬학교에서 보냈는데 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준 친구들, 선생님들과 이별하니 아쉬운 마음을 표현하기 어렵다. 이곳에서의 배움을 토대로 더욱 멋진 선수로 성장하겠다.

ⓒ제주의소리
양궁 연습에 집중하는 강지헌 군. ⓒ제주의소리

Q. 보물섬학교에서의 배움이 양궁 선수로서 어떤 영향을 줬나?
A. 존중이다. 시합에 나가면 상대 선수를 배려하지 않고 이기적으로 구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한다. 보물섬학교에 다니면서 즐겁게 지내는 시간뿐만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는 게 왜 중요한지 배웠다. 그래서 연습장 안에서나 시합에서도 존중하는 자세로 운동하고 있다. 보물섬학교는 공동교육이라는 우리만의 철학을 배우고 그것에 맞는 교육을 받는다. 학생 모두가 선택해서 여기에 왔다. 분명한 교육 철학이 있기에 일반 학교와 다르다고 여기지 않는다. 

Q.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나.
A. 양궁 선수로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와 함께 경쟁자를 존중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더불어 제주와 한국 사회에는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사회 문제가 있다. 그런 문제에 대해 외면하지 않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려 한다.

# 성적에 집착했던 어린이, 스스로 길을 찾다 - 김지한

김지한(17) 양은 학업,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 영향으로 초등학교 4학년 시절 보물섬학교를 찾았다. 시간이 흘러 어느새 고등학생 나이가 되면서, 음악에 대한 꿈을 키우고 청소년 평화나비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청소년으로 자랐다. 구체적인 진로나 미래를 생각하면 아직은 하늘 위 구름 같지만 “내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이 학교를 지키면서 후배들에게 위안이 되는 선배가 되고 싶다”는 의젓한 모습도 보인다.

다음은 김 양과의 인터뷰 전문.

Q. 보물섬학교는 어떤 계기로 입학했나.
A. 굴렁쇠 방과 후 수업에 참여했었는데 함께 생활했던 언니들이 보물섬학교로 진학하면서 자연스레 나도 같이 따라갔다. 초등학생이었지만 그 시절을 생각하면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았다. 학업우수상을 항상 받고 싶어 했고 숙제도 늘 완벽하게 하려 애썼다. 선생님의 칭찬에도 집착했다. 내게 주어진 학업의 양이 많진 않았지만 이런 이유에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래서 부모님이 먼저 대안학교를 추천했고, 내가 좋아하는 언니·오빠들과 굴렁쇠 수업도 즐거웠기에 보물섬학교를 선택했다.

Q. 입학 이전 초등학교 생활과는 무엇이 다른가. 인상 깊은 수업은 무엇인가?
A. 가만히 책상에 앉아서 일방적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이 아닌 손과 몸으로 배우는 활동이다. 자연을 탐색하면서 집짓기, 텃밭 가꾸기도 해보고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에는 전통놀이를 배우고 송편도 만들었다. 최근에는 인문학, 진로 수업이 재미있었다. 사회 속에서 벌어지는 성차별이나 일상생활 속의 이분법적인 성 인식은 꽤 흥미로웠다. 진로 수업 때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배웠는데, 인공지능으로 무수한 직업이 사라지고 대체되는 사회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했다. 요즘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보통 진로 선택이라고 하면 기존 직업 가운데 한두 개를 골라서가는 형식이 일반적이지 않나. 그런데 창의적으로 직업을 창조하는 것이 4차 산업 시대를 맞이할 우리의 역할이라는 이번 수업 내용 덕분에 진로에 대한 고민이 어느 정도 풀렸다.

Q. 4차 산업 관련 진로 수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했나?
A. 인공지능을 주제로 한 영화 소개 영상을 보고, 영화 속 상황이 나라면 어떻게 대처할지 다 함께 이야기해봤다. 나아가 인공지능이 많아지는 사회 속에서 어떤 직업이 생기고 없어질지, 정치·사회 제도는 어떻게 바뀌고 보완돼야 할지 토론하는 방식이다.

ⓒ제주의소리
김지한 양이 수업 시간 중에 발표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Q. 음악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더불어 현재 청소년 평화나비 대표를 맡고 있다던데.
A. 평소 예술에 관심이 많은 부모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대중문화를 접하면서 실용음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고 작곡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음악은 취미든 직업이든 계속 함께 하고 싶다. 청소년 평화나비는 희수 언니가 대표를 하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 회복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컸는데, 자연스레 희수 언니 따라 대표까지 맡게 됐다. 안타까운 것은 청소년 자녀를 둔 일부 부모님들은 평화나비를 정치 활동으로 오해하고 반기지 않으신다. 끔찍한 전쟁 범죄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인류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는 실천임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Q.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나.
A. 일단 19살 까지 보물섬학교를 지키고 싶다. 이 학교를 계속 다니고 싶은 아이들에게 선배라는 존재는 큰 위안이 된다. 나부터 기본 과정을 마치는 9학년 때 선배들과 떨어져서 지내는 시간이 힘들었다. 이제는 내가 선배로서 끝까지 보물섬학교에 남으려 한다. 물론 또래가 적다보니 동갑내기 여자 친구들과 어울리는 학교 문화를 경험하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세상 속에서 내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나중에 대학을 갈지 사회로 나갈지 결정하는 시기가 올 텐데, 대학은 삶의 과정 중 하나일 뿐이다. ‘졸업했으니 그냥 간다’는 판단보다는 배움의 길을 가면서 필요한 것을 배우는 단계로서 대학을 선택하려 한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보물섬학교 재학생 세 명은 학교에 대한 긍정적인 찬사만을 늘어놓지 않았다. 주체성을 길러주는 야외 활동이 비교적 줄어들었고, 막내부터 맨 위 선배까지 모든 학생들이 함께 어울리는 시간 역시 예전처럼 많지 않다는 아쉬움을 밝혔다. 아이들이 학교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도록 국가, 교육청, 제주도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는 조언까지 덧붙였다.

때로는 쑥스러워 하며 10대 다운 풋풋함이 느껴지고, 무엇보다 자신이 무엇을 중요하게 소중히 생각하는지 또렷하게 밝히는 자세는 세 명 모두 같았다. 개별 인터뷰가 끝나고 셋을 한 자리에 불러 ‘보물섬학교가 자신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공통 질문을 던졌다. 아래는 질문의 대답이다.

정희수(19) 
“부끄러울 줄 아는 마음, 양심이다. 부끄러울 줄 알아야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 개인 잘못과 사회의 잘못에 대한 행동 모두 부끄러울 줄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염치 있는 마음이 나를 성장시킨다.”

김지한(17)
“지식뿐만 아니라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고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알려줬다.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지만, 후회하면서 변화하려 노력하지 않는 삶은 부끄럽다. 이런 가치를 학교에서 배웠다.”

강지헌(16)
“자신을 돌아보는 방법이다. 나와 나와의 관계, 나와 타인 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때로는 뉘우치는 방법을 배웠다.”

 

ⓒ제주의소리
교실에서 편하게 쉬고 있는 세 사람.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희수, 강지헌, 김지한. ⓒ제주의소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