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컷오프 배경 놓고 설왕설래…“재심 요청 않겠다”던 고경실 심경변화, 무소속 출마하나?

[기사수정=16:30]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제주지역 최대 격전지인 제주시갑에 출마했던 고경실 전 제주시장이 미래통합당 공천심사에서 ‘컷오프’ 당한 것을 놓고 정가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2일 오전까지만 해도 “미래통합당이 원하는 인재가 아닌 것 같다. 재심을 요청할 생각은 없다”던 고경실 예비후보가 이날 낮 1시께 공천관리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탈당→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는 1일 4.15총선 제주지역 3개 선거구의 경선 후보자를 확정 발표했다. △제주시갑=구자헌 김영진 장성철 △제주시을=김효 부상일 △서귀포시=강경필 허용진 등이다.

제주시갑에서는 고경실 예비후보, 제주시을에서는 강승연 예비후보, 서귀포시에는 정은석 출마예정자가 컷오프 탈락했다.

정가에서는 제주시을, 서귀포시야 그렇다치더라도 고경실 예비후보의 탈락에 대해서는 이변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지자들은 “납득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실 고 예비후보의 ‘컷오프’를 예상했던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 동안 제주지역 언론사들이 실시한 각종 총선 여론조사에서 야권후보 1위 자리를 지켜왔었기 때문이다.

<제주의소리> 등 언론4사가 1월19~21일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4.15총선 2차 여론조사에서 고경실 예비후보는 여․야 전체후보 대상 선호도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희수 예비후보에 이어 2위, 야권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는 13.8%로 1위를 기록했다.

KCTV제주방송 등 언론4사가 1월20일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후보 선호도에서 25.0%로, 구자헌(9.8%)-김영진(9.0%) 예비후보를 오차범위를 벗어나 1위를 차지했다.

당선가능성만 놓고본다면 고 예비후보를 컷오프시킬 이유가 전혀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다면 왜 컷오프 됐을까?

일각에서는 중앙당에 이른바 ‘끈’이 없다는 점을 든다. 4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정치권과는 거리두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게 지난해 12월27일이었다. 면접에서도 특이 사항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당 기여도나 충성도 외에 뚜렷히 문제가 될 것은 없어 보인다.

경선무대에 오른 구자헌 예비후보는 자유한국당 제주도당위원장 출신이고, 김영진 예비후보는 인재영입 대상이었다. 바른미래당 출신인 장성철 예비후보는 새 식구에 대한 ‘배려’ 가능성이 높다. 장 예비후보는 통합신당준비위원회 간사를 맡기도 했었다.

당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입성한 원희룡 지사와의 소원한(?) 관계가 ‘컷오프’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고 예비후보는 원 지사에 의해 제주시장으로 발탁됐지만, 지난 도지사선거 때 적극적으로 돕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원 지사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고 예비후보는 무소속일 때도 야권후보 선호도 1위를 달렸지만 결국 제1야당 통합열차에 올라탄 게 패착이 되고 말았다. 더구나 공천심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달 26일에는 “공천 절대 승복” 서약이라는 족쇄까지 차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고경실 예비후보는 2일 오전 <제주의소리>와 전화통화에서 “당이 원하는 인재가 아닌 것 같다. 당에서는 저보다 젊고 유능한 인재를 원하는 것 것 같다”며 “제가 부족한 탓이다. 그 동안 성원해준 도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재심을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럴 생각은 없다”고 일축한 뒤 “출마 준비를 하면서 도민들과 만났던 시간들이 가장 행복했다. 가슴 깊이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지자들이 강력 반발하면서 심경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왜 ‘컷오프’ 탈락했는지 이유만이라도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지자들의 성화(?)에 낮 1시쯤 공천관리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했다.

고 예비후보의 한 측근은 <제주의소리>와 통화에서 “지지자들 사이에 왜 여론조사 1등 후보가 컷오프되느냐.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후보께서도 향후 행보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천 절대 승복’ 서약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법적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선언적 의미일 뿐”이라며 탈당 후 무소속 출마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 여론조사 결과 인용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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