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발생한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의 진범을 가리기 위한 재판이 다시 열린다. 1심 무죄판결로 피고인이 석방된 지 9개월 만에 항소심 재개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왕정옥)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등살인) 혐의로 기소된 박모(51)씨를 상대로 4월8일 항소심 첫 공판을 연다.

박씨는 2009년 2월1일 새벽 제주시 용담동에서 자신이 운행하는 택시에 탑승한 이모(당시 27세)씨를 성폭행 하려다 살해하고 애월읍 고내리의 배수로에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2019년 8월1일 김씨를 구속기소하면서 피고인과 피해자의 의류 속 미세섬유와 범행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소사실의 핵심 증거로 제시했다.

미세섬유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접촉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간접증거였다. CCTV 영상도 피고인이 범행 장소로 이동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핵심 증거 중 하나였다.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박씨의 차량에 탑승했다는 사실이 우선 입증돼야 한다. 피해자의 시신에서는 박씨의 DNA가 나오지 않았다. 택시에도 피해자의 DNA는 없었다.

검찰은 두 사람 접촉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당시 압수한 의류의 섬유조각을 미세증거로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신체에서 다른 섬유조각이 발견된 점에 비춰 제3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을 의심했다. 미세섬유가 일반적인 옷에서 다량 생산되는 만큼 동일성도 입증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CCTV 영상의 경우 범행 동선에서 박씨의 차량이 특정된 곳은 번호판이 찍힌 외도 AVNI뿐이었다. 나머지 3곳의 영상에는 차량의 형태만 찍혀 차량을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려웠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CCTV 영상과 분석결과만으로 박씨의 NF소나타 택시를 특정할 수 없다고 봤다. 검찰이 추정한 동선으로만 차량이 이동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해석했다.

검찰은 1심 무죄 판결 이후 미세섬유에 대한 추가적인 감정을 진행했지만 재판을 뒤집을 만한 뚜렷한 직접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1심 재판부가 미세섬유와 CCTV 영상의 증명력을 모두 부정한 만큼 증거불충분에 대한 사실오인 문제를 집중 제기해 공소사실 유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박씨는 2019년 7월11일 무죄판결 이후 제주를 떠나 거주지로 향했다. 재판부는 박씨에게 피고인소환장을 발송하고 피고인 변호측에도 공판기일을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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