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피고인 김모씨 항소심 첫 공판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피고인 김모씨(가운데). ⓒ제주의소리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피고인 김모씨(가운데). ⓒ제주의소리

제주 대표의 장미기제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도 ‘보육교사 피살사건’처럼 영영 미궁에 빠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필요한 상황이다. 

오는 5월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 심리로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피고인 김모(56)씨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이 열린다. 

1심 재판부는 ‘갈매기’라 불리던 손모씨와 함께 이승용 변호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올해 2월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을 다룬 방송 제작진을 협박한 혐의로 김씨는 징역 1년6월에 처해졌다. 

제주 장기미제 사건의 잇따른 무죄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피고인 김씨의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는 타인의 목숨을 빼앗은 중대 범죄에 대한 형사처벌을 위해서는 다른 범죄보다 더욱 압도적인 증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 김씨가 살인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결국 증거가 부족했다.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에 앞서 증거 부족으로 미궁에 빠진 미제사건은 ‘제주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리는 보육교사 피살사건이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를 받아 온 박모(52)씨에 대한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1~2심 무죄 판결에 불복한 검찰의 상고를 대법원이 기각하면서 박씨의 무죄가 확정됐다. 

박씨는 2009년 2월1일 제주시 용담동에서 보육교사 이모(당시 27)씨를 자신의 택시에 태워 가던 중 이씨를 강간하려한 혐의를 받아 왔다. 

이씨가 거세게 반항하자 박씨는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사체를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한 배수로에 유기한 혐의 등이다. 

검·경은 용의선상에 있는 사람 중 알리바이가 있는 사람을 제외하면 박씨만 남는다고 했다. 또 박씨 택시 뒷좌석과 트렁크에서 숨진 이씨의 옷과 같은 재질의 미세섬유가 발견됐다. 

당시 CCTV와 숨진 이씨의 통신 기록, 미세섬유 등을 종합하면 정황상 박씨가 범인이라는 주장이다. 

수사당국의 주장에도 1~3심 재판부 모두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살인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미세섬유의 경우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태우는 ‘택시’ 특성상 우연히 숨진 이씨와 같은 재질의 옷을 입은 제3자의 것일 수 있다는 등의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했다. 

심지어 보육교사 피살사건은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보다도 정황 증거가 더 많았다. 

수사 당국은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피고인 김씨가 방송에서 자백한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해 왔지만, 김씨가 수사 과정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계속 말을 바꾸면서 진술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게임체인저될 증거 필요

영구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의 실체가 밝혀진 사례도 있다. 20여년전 제주에서 발생한 강간사건이다. 

2021년 3월2일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를 하루 앞둬 한모(58)씨를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주거침입강간등) 등 혐의로 기소했다. 

한씨에게는 2001년 3월 서귀포시내 한 가정집에 침입해 A씨를 강간해 달아난 혐의가 적용됐다. 

20여년 전 당시 경찰은 목격자와 CCTV 등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유력 용의자조차 특정하지 못했다. 현장에서는 범인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 휴지 뭉치 5조각이 발견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영구미제로 남을 뻔한 상황에서 2010년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이용및보호에관한법률(DNA법)’이 제정됐다. 

DNA법에 따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장기미제 사건에 대한 DNA 재분석을 실시했고, 제주 강간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휴지 뭉치에서 나온 DNA가 교도소에 복역 중인 한씨와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2004년 제주를 떠난 한씨는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지역에서 강간 등 범행으로 2009년 징역 18년을 선고 받아 수감생활을 하고 있었다. 

당초 한씨 측은 DNA가 오염됐을 가능성 등을 제기했지만, 1심 재판부는 증거의 효력이 인정된다며 한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한씨가 2009년 징역 18년형에 처해졌을 당시 제주 강간사건이 함께 다뤄졌다면 징역 22년에 처해졌을 것이라는 취지다. 

항소한 한씨는 항소심에서 자신의 공소사실을 인정해 자백해 선처를 호소했지만, 항소심에서도 징역 4년이 유지돼 최근 형이 확정됐다. 

결국 DNA가 영구미제로 남을뻔한 사건의 게임체인저가 됐다. 게임체인저는 어떤 일의 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중요한 인물, 사건, 물건 등을 의미한다.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도 마찬가지다. 

1심 재판부는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피고인 김씨에게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당시 재판부는 “법률적인 판단에 따른 무죄다. 더는 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씨가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에 깊숙이 관여했을 의심에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부족해 무죄를 선고할 수 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2개월 정도 남은 항소심 첫 공판까지 검찰이 게임체인저가 될 추가적인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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