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항소심 결심 공판서 검찰 무기징역 구형…전 경찰 “피고인 권력 쎘다” 증언

검찰이 ‘제주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특히 검찰은 사건 당시 모습 그대로 보관된 증거물을 훼손한 뒤 DNA 검사를 진행, 감정 결과를 증거로 제출하겠다며 항소심에서의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다. 

13일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 심리로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피고인 김모(56)씨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이 진행됐다. 

이날 검찰은 김씨에게 무기징역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등을 구형했다. 또 살인 혐의와 병합된 협박 혐의에 대해 징역 3년형 선고를 재판부에 요구했다. 

김씨는 ‘갈매기’라 불리던 손모씨와 함께 이승용 변호사 살인을 계획해 1999년 11월5일 제주시 관덕정 인근 노상에서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또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을 다룬 방송 제작진을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수사 당국은 DNA나 범행에 사용된 흉기 등의 과학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1심 재판부는 김씨의 살인 혐의를 입증할만한 압도적인 증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협박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6월 실형을 선고했다.

이날 항소심 결심 공판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혈흔분석관과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을 직접 수사했던 전직 제주 경찰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혈흔 분석관의 경우 사건 당시 촬영한 현장 사진 등을 토대로 이승용 변호사가 괴한에 습격을 당한 뒤 차에 탑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증언했다. 또 혈흔 만으로는 차량에서 습격 당한 뒤 차 밖으로 나왔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23년 전 촬영된 사진이 선명하지 않아 당시 현장을 추측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도 밝혔다. 

뒤 이어 출석한 증인인 전직 제주 경찰 A씨는 수사 당시 도내 조지폭력배 ‘유탁파’ 소속이던 피고인 김씨는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A씨는 35년 넘는 경찰 생활 중에서도 20년 넘게 강력계 형사로 활동했다. 경찰로 일할 당시 A씨는 도내 조폭의 서열 등을 파악하면서 조폭들의 일거수일투족 정보를 수집한 베테랑 형사 출신이다. 

A씨는 “유탁파와 산지파는 정치적인 문제로 서로 싸우기도 했고, 실제 사망자도 나온 적이 있다. 또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계속 맞붙었고, 많은 사람이 죽은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 변호사 피살)사건 당시 김씨는 수사 대상에 없었다. 산지파 대원이나 전과자, 주변인 탐문 등을 위주로 수사했다” 증언했다. 

유탁파의 경우 제주시 연·노형동 일대를 중심으로 활동했는데, 당시 도내 다른 조직폭력조직 ‘산지파’가 지금의 탐라문화광장을 중심으로 동문시장, 중앙로, 관덕정 일대 등을 자신들의 구역으로 삼았다. 이승용 변호사가 습격을 당한 지역도 산지파의 구역이었던 셈이다.

두 조직이 사망사고가 잇따를 정도로 치열하게 영역 다툼을 벌이던 상황에서 유탁파 일당이 산지파의 영역에서 몰래 범행했을 가능성을 낮게 봤다는 취지다. 

이어 A씨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이 발생한 1999년쯤 피고인 김씨는 유탁파 내에서 서열 5위 정도됐다. 김씨보다 서열이 높은 또래 5명이 후배들에게 밀려 쫓겨나면서 김씨의 서열이 더 높아졌는데, 그 시기가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전·후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피고인 김씨는 유탁파에서의 서열은 ‘나이’가 가장 중요해 자신이 누군가에게 이승용 변호사 살인을 지시할만한 위치가 아니라고 주장해 왔지만, 이날 A씨는 “유탁파는 나이보다는 조직 가입 경력이 우선됐다. 또 후배라 하더라도 실적이 좋으면 높은 서열로 인정받았다. 당시 조폭들이나 유탁파 영역 내 점포의 업주들이 피고인 김씨의 권력이나 힘이 모두 ‘쎄다’고 말할 정도였다”고도 증언했다. 

증인 신문이 모두 마무리된 이후 검찰은 피고인 김씨의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다. 

피살사건 당시 이승용 변호사가 입고 있던 옷인데, 현재 최대한 원래 상태에 가깝도록 보존돼 있다. 경찰과 검찰은 해당 이승용 변호사 옷에서 시료를 채취해 DNA 등을 감정해 왔다. 

이날 검찰은 보존돼 있는 이승용 변호사의 옷을 잘게 쪼개는 등 훼손, DNA 감정을 의뢰한 뒤 관련 결과를 추가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받아들인 재판부는 오는 8월 김씨에 대한 선고를 예정한 뒤 DNA 감정 결과에 따라 필요하다면 심리를 속행하겠다고 밝혔다. 

증거물을 훼손하더라도 과학적 증거인 DNA를 확보하겠다는 검찰의 마지막 카드가 장기미제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