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김 씨, 배후로 조폭출신 故 고모씨 지목하자 검·경 모두 고개 ‘절레절레’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살인' 혐의 피고인 김씨.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살인' 혐의 피고인 김씨.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의 살인 혐의 피고인이 이 사건의 핵심인 배후와 범행 동기에 대해 언급했지만 검찰은 “잠깐 기대했지만 허위”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피고인이 법정에서도 거짓말하고 있다는 취지다.  

23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강민수·강미혜 판사) 심리로 열린 김모(55)씨에 대한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이하 사건) 살인 등 혐의 4번째 공판에서 피고인 신문이 진행됐다. 

‘리플리증후군(Ripley Syndrome)’을 언급하면서 경찰부터 검찰에서도 진술을 번복하고 또 번복해 온 김씨는 법정에서는 진실을 말하겠다고 밝혀 왔다. 

리플리증후군은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자신이 만든 허구를 진실이라고 믿고 거짓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다. 

이날 신문은 피고인 김씨의 수사를 직접 담당한 제주지방검찰청 경제·강력범죄전담부(형사제1부) 소속 이환우 검사가 맡았다.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김씨는 자신이 알고 있는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의 배후를 밝혔지만, 검찰은 김씨의 발언에 대해 "허위"라며 신빙성을 낮게 봤다.

이날 이 검사는 “피고인(김씨)은 사건 배후 등을 검찰 수사 단계에서 말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말하지 않았다. 당시 속기사까지 동원해 김씨의 발언을 기다렸다. 배후에 대해 모르는 것인지, 아는데 말하지 못하는 것인지에 대해 묻자 피고인은 ‘후자’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법정에서 사실만 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곳에서 사건의 배후 등을 말할 수 있느냐”고 묻자 김씨는 침묵했다. 

이에 재판부도 “누가 사주했느냐”고 묻자 김씨는 “친구(갈매기)에게 들은 내용이라서 실체를 확인한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씨는 ‘갈매기’라 불리던 손모씨와 함께 1999년 11월5일 오전 3시쯤 예리한 흉기로 이승용 변호사를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당초 김씨는 자신이 ‘갈매기’라 불리던 손모씨에게 지시했을 뿐 현장에 없었다는 취지로 말하다가 추후에는 손씨가 말해준 것을 자신이 한 것처럼 과장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진술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김씨는 ‘리플리증후군’까지 언급하고 있다. 

재판부가 “피고인은 자신이 들은, 기억나는 부분을 거짓말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하자 “(저보다) 나이가 6살 많은 형님이다. 지금은 돌아가셨다”고 밝혔다. 

사주자의 이름을 묻자 김씨는 당시 자신과 함께 조직폭력배 유탁파에서 함께 활동하던 고모씨라고 주장했다.

도민 사회 관심사 중 하나인 사건 배후의 이름이 나왔음에도 법정에 있던 검·경 수사관들은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했다. 

김씨는 고씨가 지시한 동기에 대해 “정치적인 부분과 연관됐다고 친구(갈매기 손씨)가 말해줬다. 정치적 걸림돌인 이승용 변호사를 형님(고씨)이 손 봐줘야 한다했고, 사건도 곧 묻힐 것이라고 했다”고도 밝혔다. 

이에 대해 이환우 검사는 “잠깐 기대했는데, 역시 같은 대답”이라고 말했다.

김씨 발언의 신빙성이 낮다는 취지며, 김씨가 언급한 고씨는 고인이다. 

[제주의소리]가 다양한 경로로 확인한 결과 고씨는 당시 유탁파 일원이긴 했지만, 검·경 모두 고씨가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의 배후일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익명의 경찰 관계자는 "당시 고씨는 유탁파에서 활동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당시 세력 등을 봤을 때 김씨에게 무엇인가 지시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서 이 검사는 “당시 고씨는 어떤 위치였는가”라고 되묻자 뜸 들이던 피고인 김씨는 “당시 두목 백모씨가 저보다 7살 많았고, 고씨가 6살 많은 형님”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어 “피고인은 이미 인터뷰 등을 통해 배후를 두목 백씨라고 거짓말했었다. 그런데 실제 사주했다는 고씨는 조직에서 백씨보다 급이 낮은 사람이다. 정황상 고씨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두목 백씨를 언급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법정에서도 사주자를 허위 지목한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이 목소리를 높이자 김씨는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이어 검찰은 “(현재) 모두 친구 갈매기 손씨에게 떠넘기고 있는데, 일말의 부끄럼이 없느냐”고 물었고, 김씨는 “떠넘겼다고 하지 말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김씨에 대한 심리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날 변호인의 피고인 신문과 함께 검찰의 구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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