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배지 떼고 기념식 참석, 유가족 등에 진심 사죄"
제주도 의전팀의 요청으로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도내 주요 기관장이 '4.3동백꽃 배지'를 떼어낸 것이 [제주의소리] 보도로 드러난 가운데,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이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특히 광복절 행사장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돌발발언에 대해 "말할 수 없는 모멸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18일 오후 2시 제주도교육청 기자실에서 '제75주년 광복절 기념식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교육감은 "강태선 애국지사를 비롯한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광복회원과 4.3유족 여러분들에게 예우를 다해 기억하고 감사를 드려야 할 광복절 기념식에서 상처와 아픔을 드렸다"고 사과했다.
이어 "광복절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4.3을 상징하는 '동백꽃 배지'를 떼고 기념식에 참석한 부끄러운 과오를 보였다"며 "제주의 대표 기관장으로서 상처와 아픔을 드린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허리를 굽혔다.
이 교육감은 "역사는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한다. 이번을 계기로 아이들이 더욱 활발히 과거와 대화할 수 있는 역사교육의 장을 만들어 나가겠다. 광복회와 협력해 한국 근현대사 교육 콘텐츠를 학교 현장에 보급, 활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4.3을 비롯한 한국 현대사 주요 사건을 광복과 연계해 교육하면서 평화와 인권, 정의, 민주주의의 가치를 아이들의 삶으로 발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진 질의응답 과정에서 이 교육감은 4.3배지를 떼게 된 경위에 대해 "이동 과정에서 '달지 않기로 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답했다. 어떤 이유로 달지 않기로 했는지 설명을 듣지 못했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짧게 말했다.
이 교육감은 "(원희룡 지사와는) 늘 부딪히고 협력관계에 있는 기관장이기 때문에 '왜 그러지' 갸웃하면서도 동의한 측면이 있다. 그동안 원 지사도 이쪽(제주4.3) 관련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왔기 때문에 선의로 해석했다"고 덧붙였다.
기념식 과정에서 원 지사가 꺼낸 돌발발언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는 모멸감을 느꼈다. 너무 속상하다"고 했다. 답변을 꺼내며 이 교육감은 잠시 울먹이기까지 했다.
이 교육감은 "입장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제 생각은 그렇다. 전체적인 상황 속에서 불필요하게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나, 현장에서의 제 심경이 그랬다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부연했다.
앞서 제주도 의전팀은 15일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을 앞둔 오전 8~9시께 제주도교육청과 제주도의회 등 주요 기관장에게 '행사장에서 4.3동백꽃 배지를 떼자'고 제안했다. 4.3배지를 떼고 행사장에 입장한 원 지사는 광복회장의 기념사를 겨냥하는 돌발발언을 쏟아내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