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풍력발전 77차례 셧다운, 제3직류연계선 준공 시급…산자부 고시 개정돼 태양광 셧다운 가능

‘탄소 없는 섬’을 주창하면서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해온 제주에서 전력 과잉 생산으로 인한 신재생에너지 발전기 강제 ‘셧다운(Shut Down)’이 잇따르고 있다. 풍력과 함께 태양광에 대한 셧다운도 가능해지면서 셧다운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9일 전력거래소 제주본부에 따르면 올해 12월25일 기준 제주 풍력발전기 전력 생산을 총 77차례 강제 중단(셧다운)했다. 

제주에서 풍력발전기 셧다운은 ▲2015년 3차례  ▲2017년 14차례 ▲2019년 46차례 등 갈수록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력 과잉 생산이 이유다.

제주 전력소비량은 매년 꾸준히 늘어나면서 2019년 총 5374GWh를 기록했다. 2009년 전력소비량 3352GWh보다 2000GWh 이상 증가했다.

전력소비량이 늘어나면서 신재생에너지가 대두됐고, 수년전부터 ‘청정 제주’에 풍력, 파력, 태양광 등 많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가 구축되기 시작했다.  

2009년 도내 발전설비 비중의 9%를 차지하던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비중은 ▲2013년 10% ▲2015년 22% ▲2017년 27% ▲2019년 49% 등으로 증가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도 2009년 3%에서 ▲2015년 9% ▲2017년 13% ▲2019년 19%로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 전력 생산량이 갈수록 늘어나자 풍력 발전에 대한 셧다운이 계속되고 있다. 

도내 태양광발전사업 발전 시설은 올해 8월 기준 1055만7484㎡ 부지에 690.7MW에 달한다. 

연도별 신규 허가 건수는 ▲2016년 44건, 면적 30만227㎡, 용량 20.2MW ▲2017년 293건, 면적 156만1678㎡, 용량 108.7MW ▲2018년 612건 면적 308만7207㎡, 용량 221.1MW ▲2019년 278건, 면적 106만9666㎡, 용량 82.2MW 등이다.

올해도 8월까지 205건에 면적 84만4181㎡, 용량 72.9MW의 태양광 시설이 신규 허가됐다. 

도내 대부분의 신재생에너지는 생산과 동시에 전기를 소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생산한 전력을 저장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Energy Storage System)이 필요한데, 태양광 발전 시설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가의 ESS 장비를 갖추면 태양광 시설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ESS 설비 자체를 꺼리고 있다. 

냉·난방 사용량이 늘어 전력소비량이 많은 여름과 겨울에는 괜찮지만, 봄·가을이 문제다. 

통상적으로 봄과 가을에 전력 소비량이 적은데,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에서 쉬지 않고 전력이 생산되면서 풍력발전기 셧다운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력 생산량을 조절하지 못하면 관련 설비 과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풍력발전기 셧다운이 계속되자 정부는 태양광 시설에 대한 셧다운 카드를 꺼내들었다. 

셧다운의 경우 전력거래소가 과잉 생산이 우려될 때 한전 측에 셧다운 협조를 요청해 이뤄진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고시 등을 개정하고, 한전이 올해 관련 규정을 개정하면서 올해 가을부터 태양광 발전시설에 대한 셧다운이 가능해졌다. 

태양광 발전 설비의 경우 발전 용량이 500kW 이상이면 자동 개·폐기가 설치돼 있어 한전의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 다만, 올해 가을 제주는 흐린 날이 많아 태양광발전기에서 생산되는 전력량이 줄면서 태양광에 대한 셧다운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부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0)화하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는 등 제주에서 신재생에너지 관련 설비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근본적인 대책 마련도 시급해 보인다. 

최근 산통부가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0~2034)’에 따르면 제주와 완도를 잇는 제3직류연계선 준공이 시급하다. 

1998년 구축된 제1연계선(15만kW급)과 2014년 설치된 제2연계선(25만kW급)의 경우 한반도에서 제주로 전력을 끌어오는 용도로 쓰인다. 제1연계선은 제주에서 전력을 내보낼 수 있지만, 동시에 전력을 주고받을 수 없다. 

완도와 제주 약 122㎞를 잇는 해저전력케이블으로 추진되는 제3연계선의 경우 동시에 전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양방향으로 계획돼 있다. 제주에서 과잉 생산된 신재생에너지를 한반도로 전송한다는 계획이다. 

제3연계선은 2022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완도 주민들이 '완도-제주 간 변환소 관련 범군민대책위원회’를 꾸려 고압송전철탑 등 설치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전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가 과잉 생산되는 날이 잦아지면서 올해 풍력발전기 셧다운이 77차례 발생했다. 올해 가을부터 태양광 발전 시설에 대한 셧다운 사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날씨 등 여건으로 태양광 발전 시설 셧다운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제주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어날 전망이다. 과잉생산되는 전력을 다른 지역으로 전송하는 등 소비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재 제3연계선 적기 준공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과잉 생산 등에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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