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치 지방선거 아카데미]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시민참여의 역사 소개

2009년 8월9일 당시 김태환 제주도지사의 직무가 정지됐다. 광역자치단체장에 대한 전국 최초의 주민소환투표를 위한 사전 조치였다.

당시 김 지사는 공무원까지 동원해 총력 대응했다. 투표율 미달로 개표에 이르지 못했지만 도민 중심의 주민소환운동은 도내 시민운동의 분기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 나은 제주 사회를 만들어 나가려는 시민들의 모임인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는 1일 생생공화국에서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를 초청해 ‘제주 지방선거 아카데미’를 진행했다.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는 2022년 6월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6월3일부터 매주 목요일 정치, 사회 분야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홍 대표는 이날 ‘제주시민참여의 역사, 탑동-강정-제2공항’을 주제로 난개발 등에 맞서 30년 넘게 이어져 온 도내 시민운동의 과정과 의미 등을 알기 쉽게 풀어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가 1일 오후 7시 생생공화국에서 열린 ‘제주 지방선거 아카데미’에서 ‘제주시민참여의 역사, 탑동-강정-제2공항’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가 1일 오후 7시 생생공화국에서 열린 ‘제주 지방선거 아카데미’에서 ‘제주시민참여의 역사, 탑동-강정-제2공항’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탑동 매립 촉발 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 반대 운동

1960년대 박정희 정권에서 제주는 국제자유지역 구상에 따른 개발사업의 시험대였다. 1980년대 경제성장 흐름 속에 투자 자본이 몰리면서 도민들은 하나 둘씩 땅을 잃었다.

1988년 탑동매립은 개발사업에 대한 저항에 불을 지폈다. 흙과 돌, 시멘트가 뒤섞이면서 시민들의 쉼터였던 탑동 해안가 먹돌은 사라지고 콘크리트 바닥의 매립지로 변했다.

탑동매립 반대운동 이후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대섬유원지, 사수동 하수종말처리장, 한림항 매립공사, 도두동 분뇨처리장 등 개발사업에 반대하는 시민운동이 이어졌다.

개발 흐름은 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으로 연결됐다. 그해 9월 도내 30여개 단체는 제주도 개발특별법 제정 반대 범도민회를 결성하고 대대적인 반대 운동을 전개했다.

두 달 후인 그해 11월 양용찬 열사는 “제주특별법 저지와 제2차 종합개발계획 폐기, 이를 추진하는 민자당 타도를 외치며 이 길을 간다”는 유서를 남긴 채 분신했다.

홍 대표는 “당시 범도민회는 학생과 재야의 인사들이 함께 모여 본격적인 시민운동에 나선 시작점이었다. 도내 시민사회단체 태동도 그때 부터라고 봐야 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각종 개발에 대한 이익마저 기업이 가져가는 특별법 내용에 대한 저항이 컸다. 개발에 대한 이익을 도민들에게 돌려주는 개발이익 환수에 대한 요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가 1일 오후 7시 생생공화국에서 열린 ‘제주 지방선거 아카데미’에서 ‘제주시민참여의 역사, 탑동-강정-제2공항’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가 1일 오후 7시 생생공화국에서 열린 ‘제주 지방선거 아카데미’에서 ‘제주시민참여의 역사, 탑동-강정-제2공항’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2009년 해군기지건설로 촉발된 제주도지사 주민소환

2007년 5월 당시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서귀포시 대천동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후보지로 정했다. 이어 그해 6월 정부는 해군기지 건설 후보지로 강정마을 확정 발표한다.

앞선 그해 4월 강정마을은 주민 80명이 참여한 마을 임시총회에서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했다. 그해 8월 재차 열린 마을총회에는 주민 720여명이 참석해 93% 이상이 반대표를 던졌다. 

주민 절대 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시 김 지사는 국책사업을 내세워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행정 절차를 강행했다. 그 사이 강정마을은 찬반으로 나뉘어 갈등이 극에 달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민주성과 절차적 타당성을 모두 상실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반대 운동은 도민들이 참여하는 주민소환운동으로 확산됐다.

2009년 5월14일 시작된 서명은 45일만에 7만명을 넘겼다. 김태환 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가 7만7367명이 서명한 서명부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하면서 그해 8월26일 투표가 이뤄졌다.

유권자 41만9504명 중 11%인 4만6076명이 투표에 참여하면서 개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주민소환법상 개표 조건인 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1 이상 투표율에는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당시 주민투표 운동은 시민들의 자기결정권 쟁취를 위한 투쟁이었다”며 “김태환 지사의 방해로 개표가 무산됐지만 시민운동 발전의 시작을 알린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가 1일 오후 7시 생생공화국에서 열린 ‘제주 지방선거 아카데미’에서 ‘제주시민참여의 역사, 탑동-강정-제2공항’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가 1일 오후 7시 생생공화국에서 열린 ‘제주 지방선거 아카데미’에서 ‘제주시민참여의 역사, 탑동-강정-제2공항’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2018년 영리병원 공론조사와 2021년 제2공항 여론조사

2009년 주민소환운동 서명은 2018년 영리병원 숙의형 공론조사를 거쳐 2021년에는 제주 제2공항 찬반 여론조사로 진화했다.  

영리병원 도입에 찬반 논란이 불거지자, 제주도는 2018년 10월 숙의형 공론화조사위원회를 꾸리고 ‘녹지국제병원 공론화를 위한 도민참여형 조사 숙의토론회’를 열었다.

제주도민 참여 배심원단 200명 중 180명이 참석한 토론회에서 참가자의 58.9%(106명)가 영리병원 개설 불허를 선택했다. 찬성은 38.9%(70명), 유보는 2.2%(4명)였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그해 12월 공론화조사위원회 권고를 무시하고 조건부 개설허가를 내면서 배심원단 의견이 수용되지 않았지만 숙의형 민주주의 공론화는 그 자체로 의미가 컸다.

올해 2월에는 지역 최대 현안인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한 여론조사가 있었다. 공직선거법 위반을 이유로 행정이나 대의기관을 대신해 언론사가 대신하는 첫 여론수렴 과정이었다.

도민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2개 여론조사 기관 모두 반대가 찬성 여론에 앞섰다. 다만 후보지 성산읍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반대 결과가 나왔다.

홍 대표는 “공론조사와 여론조사를 통해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대의민주주의가 확산됐다”며 “도민들의 자기결정권을 위해서는 숙의형과 여론조사 등 수렴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가 1일 오후 7시 생생공화국에서 열린 ‘제주 지방선거 아카데미’에서 ‘제주시민참여의 역사, 탑동-강정-제2공항’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가 1일 오후 7시 생생공화국에서 열린 ‘제주 지방선거 아카데미’에서 ‘제주시민참여의 역사, 탑동-강정-제2공항’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에서 도민중심으로 달라진 시민운동 

과거 시민운동은 시민사회단체가 의제를 설정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지금은 시민들 스스로 문제의식을 느끼고 시민사회단체가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홍 대표는 이를 1990년대부터 이어져 온 시민사회단체의 지속적인 운동과 난개발과 환경파괴를 몸소 겪은 도민들의 참여 의지가 만들어낸 변화로 해석했다.  

도민들이 자기 결정권을 위해 참여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활동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시민참여 활동 범위로 넓어진다는 것이 홍 대표의 설명이다.

홍 대표는 “시민참여의 새지평은 자기 결정권이다. 이 같은 변화는 갑자기 이뤄지지 않는다. 도민들 스스로 슬기롭고 현명한 판단에 나서고 있다. 이것이 달라진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시민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프랑스의 CNDP(국가 공공토론위원회)를 도입하고 이를 의무화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홍 대표는 “시민정책과 행정이 합의점을 찾으면 갈등과 사회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시민사회단체는 시민들을 돕고 권력을 감시하며 해결책을 찾는데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는 8일 오후 7시 생생공화국에서 집담회 ‘우리가 정치 참여를 해야 하는 이유’(양희주·김현지·고권일·박찬식)를 끝으로 제주 지방선거 아카데미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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