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외할아버지 고향, ‘한라에서 백두까지’ 상징성 등 제주도 남북교류 중심축”

 

이해찬 사단법인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이 29일 제주도의회에서 ‘제주도 화해정신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해찬 사단법인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이 29일 제주도의회에서 ‘제주도 화해정신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해찬 사단법인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이 29일 “4.3의 아픔을 승화한 제주도가 감귤을 북한에 보내면서 남북교류·협력의 상징이 됐다. 4.3의 화해가 남북 간 화해와 다르지 않다”며 남북 긴장 완화 및 한반도 평화 조성을 위한 제주도의 역할을 당부했다.

이해찬 이사장은 이날 오전 제주도의회 남북교류 및 평화협력 지원 특별위원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제주도 화해 정신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한 특별 강연에서 10년 전 표선면 가시리를 방문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4.3의 화해와 상생 정신을 소환했다.

이해찬 이사장. ⓒ제주의소리
이해찬 이사장. ⓒ제주의소리

이 이사장은 “제주도가 이념의 충돌, 국가의 폭력이었던 4.3의 가해자를 용서하고 화해하고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제주도민의 의지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민주정부의 노력으로 4.3의 아픔을 이겨내고 화해의 마음으로 세계평화의 섬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4.3의 화해와 남북 간 화해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4.3 화해의 역사가 그랬듯 남북 간에도 역사의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진실한 사과와 더불어 화해와 협력, 포용, 공생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김대중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의 기조가 남북화해였다”고 말했다.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진 것과 관련해서는 남북 교류의 문제들을 선제적으로 푸는 것이 북핵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고 제언했다.

“한국정부는 좀 더 담대한 대북 교류 협력과 긴장완화책을 제안하고 실행할 것”을 제안한 이 이사장은 “미국은 한국정부가 북핵 문제로부터 일정 수준 자율성을 가지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도록 양해하고 협력할 필요가 있고, 북한 역시 핵이라는 핵심 고리 연결을 통해 한 번에 모든 것을 얻으려 하기보다 가능한 부분에서 긴장완화와 교류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북 교류·협력과 관련해서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 협력을 보다 적극적이고 담대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가동 및 금강산 관광 재개 필요성도 역설했다.

이 이사장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은 단순히 경제협력의 문제가 아닌 군사적 긴장완화와 관련이 크다. 개성공단이 활발하게 가동될 때 서부전선에서의 긴장이 크게 완화됐고, 금강산관광으로 동부전선과 동해의 군사적 활동이 큰 폭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안보적 효과를 무시하고 금강산관광 중단과 개성공단 폐쇄를 섣부르게 결정한 보수정권은 군사안보적 관점에서 볼 때 완전히 무지하고 무모한 일을 한 것이다. 좁은 시야와 근시안으로 대한민국의 안보 상황을 더 위태롭게 하고 북핵문제의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든 결정적 실책이었다”고 비판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는 가장 원인이 ‘상호 불신’이라고 진단한 이 이사장은 “미국과 북한의 불신을 조금이라도 녹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실천할 수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며 양자 대화와 함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다자 대화 틀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지방정부 차원의 남북 교류·협력에 대해서는 “‘주민들의 참여’가 중심에 있다는 점에서 중앙정부 차원의 교류·협력과 차이가 있다”며 “지역주민들이 공유하고 있는 각 지방정부의 특색을 북한과 연계하려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주민들의 참여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성공의 뿌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제주감귤 북한 지원 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주민들의 참여를 통한 감귤 지원으로 북한과 제주도가 상호 ‘윈-윈’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비타민C 외교의 상징과도 같은 제주도의 감귤 북한보내기 사업을 높게 평가했다.

이 이사장은 특히 “제주도는 김정은 위원장의 생모인 고영희의 아버지, 즉 외할아버지의 고향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시 제주도 방문이 끊임없이 이야기되는 것도 이 같은 김정은 집안의 역사적 배경과 남북 지도자의 방문으로 한라-백두가 연결된다는 의미, 평화의 섬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초청강연에 앞서 제주도의회 남북교류 및 평화협력 지원 특별위원회(위원장 강민숙)와 사단법인 동북아평화경제협회(이사장 이해찬)은 업무협약을 맺었다. ⓒ제주의소리
초청강연에 앞서 제주도의회 남북교류 및 평화협력 지원 특별위원회(위원장 강민숙)와 사단법인 동북아평화경제협회(이사장 이해찬)은 업무협약을 맺었다. ⓒ제주의소리

이 이사장은 “제주도가 대한민국의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주도는 북한의 배가 태평양으로 나가기 전 잠시 머무를 수 있는 공간, 예를 들어 평화의 항구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세계적 관광지로서 제주도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와 제주의 청정에너지산업은 단번의 경제 도약을 바라는 북한이 협력을 절실히 바라는 분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지방정부는 한반도 평화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평화와 화해의 정신이 깃든 제주도가 한반도 평화 추진의 중심축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날 특별강연에 앞서 ‘남북교류 및 평화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강민숙 남북교류특위 위원장은 “제주도가 전국 지자체 중 남북교류의 선도적 역할은 물론 도민들의 평화·통일 공감대 확산에 기여할 수 있도록 특위 운영에 내실을 기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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