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주치의와 중환자실 간호사에게 무죄 판결

제주 모 종합병원에서 환자가 스스로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뒤 목숨을 잃은 사고와 관련해, 환자의 주치의와 간호사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16일 제주지방법원 형사3단독(김연경 부장판사)은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48)와 간호사 B씨(28)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사고는 2018년 12월 발생했다. 

피를 토하며 중증폐렴 증상을 보여 2018년 12월21일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받던 환자(당시 37)가 12월24일 오전 1시쯤 스스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는(이하 자가발관) 사고가 발생했다. 

장비를 갖춘 상급병원 이송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의료진은 이곳저곳을 알아보다 육지부 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하다고 연락받았다. 

같은 날 오전 11시18분쯤 환자를 태워 이륙한 헬기는 11월57분쯤 제주로 회항했다. 헬기에 환자에게 필요한 산소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기존 병원으로 돌아온 환자는 심폐소생술 등 조치를 받았지만, 같은 날 오후 3시47분쯤 끝내 숨을 거뒀다.  

자가발관 사고 당시 환자에게는 진정제 등이 투약된 상태였으며, 억제대로 침대에 결박돼 있었다. 억제대는 신축성이 없는 천으로 제작돼 환자를 침대에 결박하는 도구다. 기도로 튜브 등이 삽입되면 대부분의 환자들이 괴로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진정제 투약과 함께 억제대로 결박된 환자가 자가발관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검찰은 주치의 A씨와 당시 중환자실에 근무하던 간호사 B씨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A씨가 주치의로서 적절한 약물 처방과 결박 지시 등을 소홀히하고, 간호사 B씨가 환자에 대한 고도의 주의 의무를 게을리했다는 혐의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고인이 된 환자에게 적절한 약물 처방과 억제대 결박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기에 자가발관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은 의료진의 과실이 없다면 환자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자가발관했다고 봐야 하는데,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며 A씨에게 금고 1년을, B씨에게 금고 10월을 각각 구형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발관을 요구하는 환자에게 의료진이 수차례 발관하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고 알린 점, 자가발관 사고 이전까지 지속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살펴 의료기록 등을 남긴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자가발관이라는 결과만으로 의료진에게 책임을 지게 하면 추후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모든 환자에게 강한 진정제 투약과 최대의 결박 등 의료 행위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 A씨는 의사로서 자신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진료 행위를 했으며, B씨는 발관을 원하는 환자의 억제대를 풀었다가 다시 묶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며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시, A씨와 B씨 2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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