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영화제 D-24] 여광수 감독의 'a Good Morning'

[ a Good Morning ]
2006년 제작 / 상영시간 8분45초 / 극영화 / Color

# 상영섹션 - '가족의 발견'

# 줄거리

어느 가족의 일상적인 아침 모습. 딸은 침대에서 일어나 세수를 하고, 아버지는 거실에서 신문을 읽고, 어머니는 부엌에서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세 사람이 마주앉아 식사를 하는 식탁 위.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 오가는 대화를 듣고 있는 딸. 아침 식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드러나는 가족의 진실.

   
 
 
# 'a Good Morning'은...

이 작품안에 등장하는 가족 중에서 온전히 얼굴을 드러내는 인물은 딸 뿐이다.

아빠와 엄마는 얼굴이 가려져 있다. 그들이 하는 '말'로만 얼굴 표정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철저히 딸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딸의 얼굴만 온전한 이 가족은 '가족'이지만 서로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이미 붕괴된 가족의 참상을 드러내는 상징이다.

아침 식사 자리. 무신경하게 이어지는 부부의 대화 속에서 관객의 귀를 찌르는 것은 TV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사건사고 소식이다.

관객의 귀는 두 갈래로 향한다. 부부의 대화와 뉴스 소리. 그리고 시선은 딸에게로 향한다.

귀마다 다른 음성이 들리고, 시선은 음성과 별개인 곳으로 향하지만 결국은 두 갈래의 음성과, 한 갈래의 시선이 하나의 사건으로 합쳐짐을 확인할 수 있다.

   
 
 
겉으로는 평화로운 아침식사 풍경, 하지만 음성과 시선이 하나로 모아지는 순간 가족의 식사풍경은 어느 사건사고 현장보다 참혹하고 잔혹한 정서를 안겨준다.

   
 
 
이로써 영화는 세상의 모든 사건사고의 중심, 사회 붕괴 중심에는 가족이 자리잡는다고 강조한다.

가족에서 일어난 한 현상이 '나비효과'를 동반해 순식간에 퍼져 온 사회 구석구석을 파괴하고 있음을 말한다.

이를 통해 사회는 가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그저 방관할 수 밖에 없는 허약한 시스템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한다.

'a Good Morning'은 가족의 해체를 드러내는 역설이자, 이미 붕괴된 가족을 억지로라도 꿰매고자 하는 이들의 자화상을 비추는 거울이다.

[ 제주영화제 홍보팀장 이영윤·㈔제주씨네아일랜드 사무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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