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과 제주] 다시 보는 제주 8대 공약...경제기반 구축-갈등조정 시험대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서 제주에도 일대 변혁을 맞게 됐다. 관광청 신설과 상급종합병원 지정 등 가려웠던 현안 해결의 기대감이 높아진 반면, 치열한 갈등이 진행중인 제2공항 등의 정상화 과제는 엄중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제주 공약은 △관광청 신설 △제주 제2공항 조속 착공 △초대형 크루즈선 접안 가능한 제주 신항만 건설 △미래모빌리티 전후방 생태계 조성 △합리적 보상으로 제주4.3 완전한 해결 △쓰레기 처리 걱정 없는 섬 제주 구현 △상급종합병원 및 감염병 전문병원 설치 △해녀문화의 전당·세계지질공원센터 설립 등 크게 8가지로 분류됐다.

누구보다 제주의 사정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을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캠프의 정책총괄본부장을 맡으며 제주 공약을 구체화 했다. 민선7기 제주도정이 완결짓지 못한 사업들이 대거 포함된 배경이다.

지역 최대 현안인 '제주 제2공항'은 다시 한번 변곡점을 맞게 됐다. 윤 당선인은 공식 석상에 설 때마다 제2공항의 조속 추진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 왔다. 윤 당선인의 제2공항 구상은 배후도시 기반 조성에 있다. 원 전 지사를 비롯한 기존 국민의힘의 입장과 연계된 것으로, 제2공항 추진과 더불어 공항복합도시를 조성해 동부지역에 새로운 경제축을 형성하겠다는 복안이다.

무엇보다 제2공항에 대해 신중론을 견지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며 보수 후보로서 선명성을 부각시킨 공약이라는 점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제2공항은 여전히 지역 내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채 표류중이다. 국토부-제주도-도의회가 합의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반대 여론이 높게 나타나는 민심을 확인하기도 했다.

자칫 새 정부가 제2공항을 무리하게 강행하려 한다면 또 한번 격랑에 휩싸일 수 있다. 윤 당선인은 선거 막바지 제주 유세 현장에서 "주민들의 찬반 양론으로 지체되고 있지만, 여러분의 의견을, 주민들의 의견을 잘 수용해서 제주의 동과 서가 모두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멋진 공항을 빨리 추진해서 사람들이 더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윤 당선인은 자신의 공언을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한 과제를 떠안게 됐다.

이와 맞물려 초대형 크루즈선이 입안할 수 있는 제주신항만 건설과 배후부지를 해양관광 클러스터로 만들겠다는 사업도 대규모 토목사업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발심리가 적지 않아 충분한 숙의 과정을 필요로 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이 '4.3의 완전한 해결'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는 점은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윤 당선인은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법률적·제도적·예산적 지원을 약속함은 물론, 4.3희생자에 대한 보상 등의 지원 근거를 담은 '가족관계특례조항'을 신설하는 등 입법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고령 유족의 요양시설과 유족회 복지센터 설립 등을 지원하고, 트라우마 치유사업을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적어도 이전 보수정권에서처럼 4.3을 폄훼하는 무리들이 득세했던 행태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쓰레기 처리 걱정 없는 섬' 공약은 원희룡 전 지사가 완결짓지 못한 문제다. 윤 당선인은 안정적 하수처리능력 확보를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을 하고, 해양쓰레기 종합처리장을 신축하는 계획을 제시했다. 폐기물의 활용과 재자원화를 위한 산업기반을 구축하고, 자연경관 복원 및 친구공간 확대 등의 계획도 함께 수립됐다. '미래모빌리티 생태계 조성' 사업도 환경과 맞물리는 공약으로, 제주가 집중적으로 추진해 온 전기차 활성화 사업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제주지역 관광청 신설은 윤 당선인의 시그니쳐 공약으로 꼽힌다. 국내 관광객에 대한 데이터 수집 및 분석 등 관리체계가 미흡한만큼 대한민국 관광산업의 컨트롤 타워를 제주에 두겠다는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구상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과제로 분류된다.

제주도내 중증 응급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하겠다는 공약은 제주의 가려운 지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공약으로 평가된다. 섬 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매년 제주도민 병원 이용자의 15.6%가 서울 등 육지 병원에서 진료를 받게되고, 연간 1500억원 이상을 도외에서 지출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제주에 상급종합병원이 지정되면 고난도·위중증 환자에 대한 대처가 보다 신속해질 수 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상대 후보도 이 공약을 적극 반영한 만큼 결실을 기대하게 됐다.

제주 해녀문화의 전당 조성과 세계지질공원센터 건립 등의 사업은 제주도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제주 고유의 문화예술자원을 계승 발전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반가운 공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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