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 한라산생태연구소장 "근거 없는 왕벚나무 연구" 문제제기

1908년 제주 첫 자생 왕벚나무가 발견된 이후 100여년 넘게 이어진 왕벚나무 원조 논란과 관련한 국립수목원의 발표가 허위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을 지낸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 소장은 6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립수목원이 왕벚나무의 자생지를 폄훼하며 한국 고유 식물인 왕벚나무의 생물주권을 포기하고, 왕벚나무 자생지인 한라산의 위상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지난 2018년 9월 국립수목원이 발표한 '세계 최초 제주도 자생 왕벚나무 유전체 해독'이라는 보도자료의 내용을 전면 반박했다. 해당 자료에는 "일본 왕벚나무와 제주 왕벚나무는 기원이 다르고 종도 다르다"고 발표했는데, 이 같은 주장은 일본의 주장을 수용한 허위 발표라는 것이다.

김 소장은 "관련 학술단체의 핵심 인원들을 비롯한 전문가들까지 사실확인 없이 동조하면서 왕벚나무를 일본명인 '쇼메이 요시노'라고 부르고, 모두 잘라버려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당시 국립수목원은 제주도에 있는 주요 왕벚나무 기념목 5개체, 일본과 미국에서 수집한 4개체 등을 분석한 결과 제주도에 자생하는 왕벚나무 4개체는 올벚나무를 모계로, 벚나무 또는 산벚나무를 부계로 하는 자연 잡종 1세대로 확인됐다고 했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 소장. ⓒ제주의소리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 소장. ⓒ제주의소리

이에 대해 김 소장은 "분석에 사용한 제주도 자생 왕벚나무 5개체 중 1개체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폄훼했다"며 "이 나무는 해발 600m 천염림에 있으며 2015년 4월 9일 국립산림과학원과 한국식물분류학회가 공동 참여해 자원화의 기준으로 삼는 '기준 어미나무'를 지정하고, 제주도 향토유산 제3호로 지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립수목원은 현장 조사조차 하지도 않은 채 '알 수 없는 이유로 옮겨진 나무'라거나 '재배 중 탈출한 나무'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뒷받침할만한 어떠한 직간접적인 증거가 없다. 개인적 상상을 써놓은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지금까지 왕벚나무는 일본열도는 물론 한국, 심지어 미국에도 널리 심어졌지만 이처럼 '사육장의 곰이 탈출하듯' 생태계로 탈출한 사례는 없었다"며 "제주도에 왕벚나무를 처음 심은 것은 1935년 서귀포이며, 제주시 지역은 1938년인데, 한라산에 자생하는 '기준 어미나무'는 최소 60년 이상 나이가 많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제주도 한라산은 다양한 왕벚나무 유전형이 존재한다. 재배하는 왕벚나무와 일치하는 나무도 있고, 그와 다소 이질적인 왕벚나무도 있어 왕벚나무의 유전 다양성이 풍부하게 갖춰진 유일한 곳"이라며 "국립수목원은 자생하는 왕벚나무 중 유전형이 거의 같으면 '일본 왕벚나무'라 하고, 이 나무를 '재배중 생태계로 탈출한 나무'라고 해 한라산 자생지의 위상을 폄훼했다"고 주장했다.

2018년 발표된 연구결과에 대한 반박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김 소장은 "인간적으로 같은 산림청에 근무했기 때문에 '언젠가는 바로 잡겠지'라며 기다렸지만, 이대로 두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왜 연구 결과가 잘못됐겠느냐는 질문에는 "연구진이 확증편향을 갖고 있다는 것 말고는 알 도리가 없다"고 답했다.

 2016년 5월 제주시 봉개동 개오름 사면에서 265년생 제주 최고령 왕벚나무가 발견됐다. 최고령 나무는 높이 15.5m, 밑동 둘레 4m49cm다. 빨간 원이 사람이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16년 5월 제주시 봉개동 개오름 사면에서 265년생 제주 최고령 왕벚나무가 발견됐다. 최고령 나무는 높이 15.5m, 밑동 둘레 4m49cm다. 빨간 원이 사람이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앞서 제주에서는 1908년 4월12일 프랑스인 에밀 타케 신부가 한라산 관음사 부근에서 자생하는 왕벚나무를 처음 발견하면서 원산지 논란이 촉발됐다. 2016년 5월에는 제주시 봉개동 개오름에서 수령 265년의 왕벚나무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국립수목원은 유전체 분야의 세계적 저널인 게놈 바이올로지(Genome Biology) 2018년 9월호에 '유전체로부터 확인한 야생 벚나무류의 잡종화를 통한 왕벚나무의 형성' 논문을 통해 일본 왕벚나무와 제주 왕벚나무의 종(種)이 다르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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