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없는 섬 10년] ①제주형 에너지 자립...전력계통 위험도 증가-내연기관 차량은 폭증

제주는 2012년 탄소 없는 섬(CFI2030-Carbon Free Island Jeju by 2030) 정책을 공식 발표하면서 에너지 자립 섬을 향한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2030년까지 도내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같은 기간 도내 전기차의 75%를 전기차로 전환하기로 했다. 양적인 성과에 정책이 집중되면서 경관 훼손과 전력계통 위험, 폐 배터리 처리난 등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CFI2030 발표 10년을 맞아 에너지 자립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과제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다 –편집자 주 
가파도 청보리밭 사이로 풍력발전기 2대가 멈춰선채로  불어오는 세찬 바람을 그대로 맞고 있다. ⓒ제주의소리
가파도 청보리밭 사이로 풍력발전기 2대가 멈춰선채로  불어오는 세찬 바람을 그대로 맞고 있다. ⓒ제주의소리

2011년 11월 제주도는 한국전력공사와 손잡고 제주 부속 섬인 가파도에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자급자족하는 탄소 제로 섬(Carbon Free Island) 조성 사업을 시작했다.

제주도는 2012년 9월 세계자연보전총회(WCC) 개최 전 완공을 한전측에 당부했다. 145억원을 투입해 250kW급 풍력발전기 2기를 설치했지만 가동 첫날부터 먹통이되면서 체면을 구겼다

부랴부랴 복구에 나섰지만 독일산이라던 풍력발전기는 인도산 제품이고 부품 수급도 어려워 수년째 수리만 반복했다. 결국 디젤 발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우근민 도지사는 가파도 프로젝트를 비양도, 우도 등 부속 섬에 이어 도 전역으로 확대한다며 2012년 5월2일 CFI2030(Carbon Free Island Jeju by 2030)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올해로 CFI2030 도입 10년째를 맞이했지만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출력제어와 내연기관 차량 증가 등 문제점이 이어지면서 여전히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13년 12월18일 당시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가파도 프로젝트 최종보고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오른쪽은 당시 김진태 현대카드 브랜드 본부장. 당시 현대카드는 가파도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기획과 자문을 담당했다.
2013년 12월18일 당시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가파도 프로젝트 최종보고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오른쪽은 당시 김진태 현대카드 브랜드 본부장. 당시 현대카드는 가파도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기획과 자문을 담당했다.

1단계로 가파도에 카본 프리 아일랜드 시범 모델을 구축하고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 비중을 50%까지 끌어 올리는 것이 목표였다. 계획의 완성은 2030년까지 100% 전환이다.

2015년 원희룡 도정이 들어서면서 공공주도 풍력 개발 투자 활성화 계획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이듬해 태양광발전 계획까지 제시했지만 실현 여부에는 여전히 의문 부호가 따른다.

에너지 자립 정책에 맞춰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은 급속히 늘었다. 2009년 9%에 불과했던 도내 전력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2020년 16.2%로 급상승했다.

2021년 말 기준 사업을 개시한 재생에너지 발전 규모는 풍력이 15곳에 214MW, 태양광은 1429곳에 470MW다. 허가를 기준으로 태양광은 2013곳, 704MW로 더 늘어난다.

결국 제주도는 2019년 6월 CFI2030 계획을 손질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보급목표를 4311MW에서 4085MW를 낮췄다. 연료전지 발전은 축소하고 지열발전은 계획에서 제외했다.

2012년 9월10일 제주 가파도 카본프리 아일랜드 구축사업 준공식에 참석한 당시 우근민 제주도지사. 당초 풍력발전기로 전기차 충전을 계획했지만 장비 고장으로 디젤발전기로 전기를 충전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졌다.
2012년 9월10일 제주 가파도 카본프리 아일랜드 구축사업 준공식에 참석한 당시 우근민 제주도지사. 당초 풍력발전기로 전기차 충전을 계획했지만 장비 고장으로 디젤발전기로 전기를 충전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졌다.

CFI2030 수정 계획에 따르면 2030년 최종 보급 계획은 풍력 2345MW, 태양광 1411MW, 연료전지 104MW, 바이오 40MW 등 4085MW다.

계획 축소에도 불구하고 우후죽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의 공급이 수요를 웃도는 불일치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재생에너지 발전을 강제로 중단시키는 출력제한 조치가 속출했다.

출력제한은 전력계통에 과부하를 막기 위해 전력거래소가 한국전력공사를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의 출력을 인위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이다.

전력거래소는 전력계통의 대규모 정전사태를 막기 위해 2015년부터 풍력발전의 출력을 제한했다. 이마저 과잉생산에는 역부족이어서 올해부터는 태양광발전도 강제 중단하기로 했다.

CFI2030의 핵심 정책에는 전기차 확대도 포함돼 있다. 제주도는 2020년까지 도내 차량의 30%를 전기차로 전환하고 2030년까지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야심찬 도전에 나섰다.

제주는 2013년 전국 최초로 전기차 보급을 시작했다. 9년간 4000억원에 달하는 구매 보조금을 쏟아부었다. 이에 도내 전기차 보급 대수는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2만6702대까지 늘었다.

2012년 제주도는 가파도에 있던 내연기관 차량 9대 운행을 중단시키고 전기자동차 7대를 보급했다.
2012년 제주도는 가파도에 있던 내연기관 차량 9대 운행을 중단시키고 전기자동차 7대를 보급했다.

반면 도내 등록차량 66만8568대를 적용하면 비율은 4%에 그친다. 더욱이 탄소를 배출하는 내연기관 차량은 2012년 29만448대에서 올해 64만1866대로 10년 사이 35만대나 늘었다.

10년에 걸쳐 내연기관 차량이 전기차보다 10배 이상 급증하면서 탄소 배출량은 오히려 늘고 있다. 전기차 증가에 따른 전력 수요 확대와 폐 배터리 처리 난 등은 또 다른 과제다.

CFI2030 추진 10년을 맞은 제주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탄소 배출 감소의 기대와 함께 경관 훼손과 환경 파괴, 전력계통 안정성 저하 등의 과제를 동시에 떠안고 있다.

제주는 2010년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인 스마트그리스 실증사업의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실증의 한계와 기업 육성 부족 등은 곧바로 실효성 논란으로 이어졌다.

가파도에서 시작된 CFI2030는 사업 초기 전시행정이라는 비판과 마주했다. 전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기 힘든 에너지 자립 섬의 도전이 어디를 향하는지 중간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