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제언]서남해안에 밀리는 관광 제주…지역특성 살린 '제주프로젝트' 시급

기업도시특별법·지역특구법·관광레저도시특별법

최근 들어 정부·여당은 경기부양과 지역균형발전을 명분으로 각종 규제완화 정책을 제출하고 있다.

건교부는 전경련의 희망사항인 '기업도시' 건설을 위해 '기업도시특별법' 제정을 준비 중이다. 지난 9월 21일 '민간복합도시개발특별법'(기업도시법)을 마련, 10월초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도시기능에 따라 산업교역형, 지식기반형, 관광기반형, 혁신거점형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있지만, 재벌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골프장, 카지노 등을 중심으로 한 '관광기반형 기업도시'라는 점에서 '관광기업도시'라 해도 무방할 지경이다.

관광레저형 기업도시에는 경마·경륜·경정장 등을 유치하고 5천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사업자에 한해 외국인전용카지노를 허가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또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처럼, 50% 이상 토지 협의매수 후 나머지는 민간사업자에게 토지강제수용권을 부여하고 있기도 하다.

재경부는 전국 각지역의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지역혁신도시 건설을 위한 '지역특화발전특구(지역특구)'를 추진 중인데,  이미 지난 3월 공포된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지역특구법)'이 9월 23일부터 본격시행됨에 따라 지자체로부터 특구지정 신청을 받아 90일 이내에 지정할 예정이다.

문제는 재경부가 수합한 지역특구 예비신청 접수결과 189개 지자체에서 448개 특구 지정을 신청했는데, 이 중 관광 분야가 113개로 가장 많다는 점이다. 뒤를 이어 레저·스포츠분야가 68개, 당초 이 법 제정 취지에 근접한 산업클러스터는 58개 지역밖에 안된다. 즉 대부분의 지역특구가 관광레저 분야에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문광부와 열린우리당은 '관광레저형 복합도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2~3개의 레저관광형 복합도시 건설을 추진하기 위해 '관광레저형 복합도시에 관한 특별법'을 이번 정기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 및 규제개혁위를 중심으로 골프장 규제 완화 정책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이는 각 부처별로 착실하게 후속조치를 밟아 최근(9월22일) 주무부처인 문광부가 골프장 규제완화 방침을 공식 발표하기에 이르렀다.(제주의 소리 9.21자 필자의 글, '비상걸린 골프장 규제완화 정책' 참조)

 

국가 차원의 관광개발 정책 1순위가 제주도가 아닌 서남해안으로 무게중심 옮겨 

이렇게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정부 정책을 제주도로서는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대부분 관광개발 규제 완화와 관련된 내용이라 제주도 당국이나 개발업자의 입장에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지 모른다. 반대로 환경단체는 이 제도로 인해 파급될 환경파괴 우려의 목소리를 내 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환경문제를 논외로 하더라도, 필자가 보기에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제반 정책은 대한민국 국내 관광지 1번지이자 국제적인 관광지를 지향하는 제주도로서는 '적신호'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이들 정부 각 부처의 정책이 제주도의 관광개발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도입되는 것이 아니라, 서남해안 지역의 개발을 위해 도입되는 것이기 때문이다(이에 대해서는 후술).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김대중 정부에 이르기까지 제주지역은 대한민국의 관광개발을 선도하는 국가 차원의 관광정책 시행의 0순위 지역이었다.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식 개발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기는 했으나 그 공과를 떠나 살펴보면, 역대 정권은 제주를 국가 관광개발 정책에 있어 최우선 순위에 두고 정책을 집행해 왔다.

박정권 시절의 '특정지역제주도개발계획'을 필두로 가깝게는 DJ정부 시절에 확정된 '제주국제자유도시' 프로젝트 또한 이 연장선상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비슷한 시기에 결정된 '인천경제자유구역' 프로젝트로 인해 양 지역간 경쟁이 불가피해 졌지만, 그래도 양 지역의 핵심 전략(금융 vs 관광)상 차이로 그 긴장감은 덜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참여정부가 최근 들어 내놓는 정책은 '제주=한국관광의 1번지'라는 시각을 거의 볼수 없다. 심지어 '국제자유도시' 또한 전임 DJ정부의 하나의 '지역정책'으로 치부해 버리고 있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제주출신 문정인 교수가 위원장으로 있는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에서 조차 이러한 발전전략을 숨기지 않는다. '서울=금융 허브', '인천·부산·광양=물류 허브', 다도해를 끼고 있는 '목포=종합레저타운' 거점으로, 그리고 국제자유도시인 '제주=평화의 허브'로 삼는다고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른바 '제주=평화의 섬' 구상은 기존의 '관광' 분야 이외에, 일부 '평화' 관련 프로젝트를 추가하고 '교육'과 '의료' 만을 주요한 발전방향으로 설정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아무리 눈을 씻고 살펴 보아도 제주관광개발의 획기적 대안모색과 지원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오히려 참여정부의 국가 차원의 관광개발 정책의 1순위는, 이제 제주도가 아니라 서남해안 쪽으로 분명히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 명분은 소득수준이 높은 국내관광객 유치와 중국인관광객의 유인을 위해서이다.

김병준 정책실장은 지난 8월 10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내수부족 타개책의 일환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국내관광객은 물론, 중국인 등 외국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는 복합레저단지를 전국 곳곳에 건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특히 서남해안쪽에 관심을 가진 투자자들이 있었으면 한다"고 그 대상지역까지 노골적으로 밝힌 바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안·영암의 'J프로젝트'와 새만금 프로젝트

그렇다면 이들 서남해안지역은 어디를 말하는가?

전라남도는 이른바 'J프로젝트'를 통해 무안·해남군과 영암군 일대의 논밭과 벌판을 108홀짜리 골프단지와 카지노, 호텔, 실버타운 등이 포함된 해상복합레저타운으로 탈바꿈시킨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J프로젝트'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남 무안·영암지역의 서남 해안 간척지 3천 2백만여평에, 인구 50만명의 신도시를 조성하는 계획이다. 이 신도시는 해양레저타운(4백만평), 외국인학교를 포함한 교육타운(3백70만평), 108홀규모의 골프타운 등 종합위락공간(9백20만평), 실버타운(1천80만평) 등을 포괄하는 규모다.

이에 대해 노무현대통령까지 나서서 적극 지원방침을 밝힌 바 있다. 지난 7월 29일 목포지역에서 열린 지역혁신발전 5개년 계획 토론회에서 노대통령은 "관광, 레저, 스포츠 분야에 천혜의 자원을 가진 전남에 큰 판을 벌이려 한다"고 전폭적 지원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전라북도 군산시 새만금 간척지 인근 지역도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새만금 지역은 전남의 J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하여 전북이 내세운 것으로 보이는데, 전북도가 지난 8월말 발표한 '새만금 국제관광도시' 프로젝트에 따르면, 새만금 간척지에 세계 최대규모인 5백40홀 규모의 골프단지(18홀 30개), 외국인 전용카지노, 요트장과 미국의 디즈니랜드같은 대규모 레저놀이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건교부는 기업도시법이 통과되면 올해 안에 1~2곳의 시범단지를 선정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이미 이들 시범단지가 전북 군산(새만금)과 전남 무안·영암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주목할 것은 이 두지역 모두 '관광레저형'이라는 사실로서, 이 일대는 이미 한두달 전부터 개발소문이 돌면서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기업도시 유치 희망지역은 총 9개로, 전남 무안·영암이 3천만평으로 가장 크며, 그 뒤를 이어 전북 군산 새만금이 2천만평, 전남 광양 1천50만평, 전국 익산 1천30만평, 강원 원주 4~6백만평, 제주 서귀포가 2백10만평, 경북 포항 1백80만평, 경남 진주 1백80만평 순이다.

이 가운데 무안·영암과 새만금 지역이 가장 규모가 크며(서귀포시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용도도 개발수익 환수가 가장 쉬울것으로 판단되는 '관광레저형 도시'여서 재계의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내년 시범 기업도시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이들 지역은 모두가 정부와 공기업이 개입해 조성했거나 조성중인 간척지로 정부와 협상만 잘하면, 토지강제수용에 따른 잡음없이 곧바로 사업에 착수할 수 있다는 잇점이 있다는 점도 이들 지역이 선정될 가능성을 크게 하고 있다.

여권에서도 최근 이들 지역에서 제기되고 있는 '호남소외론' 등을 일거에 잠재울 수 있다는 점에서 우선적으로 호남지역에 기업도시가 허용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정보를 종합해 보면 서귀포 기업도시는 이미 물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다고 볼 수도 있다.

이 뿐이 아니다. 충남 서산간척지에도 대규모 개발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서산간척지 AB지구 소유주인 현대건설이 B지구에 '복합웰빙·레저특구안'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농업진흥지구'로 지정돼 지금까지는 개발이 어려웠지만, 9월 22일부터 지역특구법이 시행돼 개발규제가 완화되면서 기초자치단체가 재경부에 특구지정을 신청할 경우 심사를 거쳐 해제될 수 있다.

현대는 제안서에서 3,300억원을 들여 162만평에 18홀짜리 골프장 3개와 콘도 등 숙박시설 25채 등의 시설을 건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현대의 서산 개발계획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역특구' 계획 대부분이 관광·레저 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경쟁적 관광개발로 인한 전국토의 난개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뿐인가? 전국에 230개의 골프장을 신규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그렇고, 문광부가 발표한 것처럼 농지, 보전임지, 산악지역에 조차 마음대로 골프장을 짓도록 하며, 세금인하와 인허가절차의 획기적 개선을 통해 전국 각지역이 골프장 개발 경쟁에 휩싸이게 됐다.

 

잠잠한 제주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상과 같이 살펴 볼 때, 이래 저래 제주관광은 '위기'라 하지 않을 수없다.

가뜩이나 항공료 인상 및 금강산 육로관광으로 인한 국내관광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실정에서 전국 각지역에 골프장들이 만들어지고, 서남해안 지역에 대규모 복합관광레저 타운이 만들어 질 경우 제주 관광의 경쟁력 약화는 더욱 불가피해 질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위험성을 우려하거나 경고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제주도청은 물론 언론, 학계 또한 그렇다.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다. 전국 각 지역에서 이러한 관광개발이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므로 제주 또한 앞뒤가리지 말고 관광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필자가 보기에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반 정책은 유사한 사업중복, 엄청난 재원 확보 방안 부재 등으로 자칫 땅값만 올려 놓고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 또한 최근 KDI 조차 그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듯이 정부의 잇따른 '과잉부동산 부양' 정책으로 인한 폐해도 우려된다.

또한 경기대 이장춘 교수도 지적하고 있듯이 이들 지역이 개발되더라도 제주보다 경쟁력있는 관광도시가 힘들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제주는 청정한 자연, 독특한 문화와 민속이 있기 때문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 차원의 관광개발정책의 우선 순위가 제주에서 서남해안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분명한 자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북아 국제관광 신도시 건설', '동북아 관광허브', 이 슬로건이 지금 제주가 아니라 전남지역에서 나부끼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앞서 살펴 본 대로 단기적 경기부양 혹은 중국관광객 유치라는 명분을 달고 있지만, '호남민심 달래기'라는 정치적 배경이 잠복해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미 APEC 사례를 통해 객관적 고려 보다는 정치적 배경에 의해 그 쓴맛을 경험한 우리들이 아닌가?

따라서 '평화의 섬'도 좋지만 실제적으로 대한민국의 관광 1번지로서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관광개발 프로젝트를 시급히 개발 요구해야 한다.

노대통령도 지난 혁신토론회에서 제주에 몇 배 큰 선물을 주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문제는 그 선물의 내용이다. 다른 지역도 그러니까 우리도 골프장이나 호텔, 카지노 등을 요구하는 우를 저질러서는 안된다.

타 지역이 너나없이 유사한 프로젝트를 가지고 씨름하는 사이, 제주도에만 독특한 프로젝트를 가지고 승부하는 전략이 시급히 필요하다.

또한 다른 지역의 개발에 앞서, 이른바 친환경적인 제주국제도시 건설을 위해 정부차원의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현재 열거된 선도프로젝트가 현실성이 없다면 추가 선도프로젝트도 동시에 검토하여 사업순위를 재조정하는 등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또한 평화의 섬 프로젝트를 단지 국제회의 유치로 한정시키지 말고 관광과 연계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국제주의적 방향'에서 관광을 연계시키는 방안이 '밀레니엄관'이라면, '생태주의적 방향'에서 평화의 섬 실천전략으로서 '생태공원(이는 현재 선도프로젝트 중 후순위로 밀려나 있음)' 등을 연계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제주만이 갖고 있는 유배 문화, 장수의 섬 등 여러 강점들을 살려 이를 프로젝트화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신화공원' 건설에 있어서 국가 차원의 지원 요청도 또한 필요하다.

멀리 볼 것도 없이, 현재 교래리에 건설되고 있는 '돌문화공원'이 우리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위기는 기회'라 하지 않는가?

이지훈 편집위원은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입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