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JDC 대학생아카데미] 김물길 작가, “좋은 향기를 품은 사람이 되자”

 

 

전 세계를 홀로 여행하며 그림을 그려온 김물길 작가가 제주청년들에게 ‘나만의 길을 찾아 당당히 걸어가자’는 응원의 메시지를 건넸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주최하고, [제주의소리]와 제주대학교가 공동주관하는 2022 JDC 대학생아카데미의 1학기 아홉 번째 강연이 10일 열렸다.

10일 2022 JDC 대학생아카데미 1학기 아홉 번째 강의를 펼치고 있는 김물길 작가. ⓒ제주의소리
10일 2022 JDC 대학생아카데미 1학기 아홉 번째 강의를 펼치고 있는 김물길 작가. ⓒ제주의소리

2년여 간 세계여행을 다니며 그린 그림과 사람 이야기를 담은 여행에세이 《아트로드》의 저자, 김물길 작가가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자신을 그저 평범하고 덜렁대는 대학생1로 느꼈던 스물둘, 대학시절 학교에서 진행한 워크캠프로 프랑스에 가게 되면서 그의 시야는 세계로 넓어졌다. 미대생이었던 그의 공책은 프랑스의 낯선 풍경들로 바쁘게 채워졌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된 순간이다.

김 작가는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았던 터라, 미술학원 보조강사부터 시작해, 양말 회사에서 포장을 하는 인턴 생활과 주말 벽화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일만 꼬박 2년 반을 해 피 같은 돈 2500만원을 모았다”며 여행을 준비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스물넷, 김 작가는 혼자서 10~20키로 배낭을 앞뒤로 맨 채 아프리카부터, 중앙아시아, 남아메리카 대륙을 거치며 5대륙의 46개 나라를 여행했다. 카우치서핑으로 현지인과 문화교류를 하며 숙박비를 아끼고, 히치하이킹으로 교통비를 아끼며, 매일 보고 느낀 것을 그림으로 남겼다.

10일 2022 JDC 대학생아카데미 1학기 아홉 번째 강의를 펼치고 있는 김물길 작가. ⓒ제주의소리
10일 2022 JDC 대학생아카데미 1학기 아홉 번째 강의를 펼치고 있는 김물길 작가. ⓒ제주의소리

김 작가는 “물론 여행을 하면서 행복하지만은 않은 순간들도 있었다. 숙박비를 아끼느라 저렴한 숙소에 가면 빈대에 온몸이 물어 뜯겼고, 에티오피아에서는 맞지 않는 음식을 먹고 고열, 구토를 겪기도 했다”며 “여행 시작 6개월 쯤 대가족이 있는 집에 머물도록 호의를 베풀었던 현지인이 떠나는 순간 강도로 돌변해 핸드폰, 지갑, 카메라를 다 빼앗겼던 경험도 있다”며 힘들었던 순간들을 전했다.

빈털터리로가 된 채 한국이 간절히 그리웠던 그 때 다시 여행을 지속할 수 있었던 건, 돈을 빼앗은 그의 가족이 대신 사과와 현금을 쥐어주고 비행기표를 끊어주며 진심으로 그를 위로했기 때문이다. 이어 방문한 이집트에서도 여행의 전부가 담긴 배낭을 분실했지만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사람들의 도움과 격려도 되찾을 수 있었다.

특히 그의 여행 방향성이자 인생 방향성이 아예 뒤바뀐 순간은 아프리카 여행에서 일어났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만난 중년 여성 ‘로즈매리’는 네 딸과 함께 좁은 판자촌에서 생활하는 변변치 않은 살림에도 김 작가를 위험에서 구하기 위해 잠자리를 선뜻 내어줬다.

이어 마다가스카르에서 만난 바네사는 일주일 동안 친가족처럼 그를 도와줬다. 일면식도 없는 낯선 관광객에서 선의를 베풀 수 있는 이유를 물으니, 김 작가 선착장에서 막대과자를 현지사람들과 나누어주는 모습을 먼저 봤던 바네사가 그를 온전히 믿고 선의를 베푼 것이었다. “당신은 참 좋은 향기가 나는 사람”이라고 말해준 그의 말은 김 작가의 인생 모토가 됐다.

김 작가는 “그 둘을 만난 후 여행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게 됐다. 그 전에는 돈이 없는 여행자인 나를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느끼고 감사 인사를 전하는 정도였는데, 내가 나눌 수 있는 것도 있겠다 싶어 초상화를 그려주기 시작했다. 그때 100여 장이 넘는 초상화를 그렸다”며 당시 그림을 보여줬다.

10일 2022 JDC 대학생아카데미 1학기 아홉 번째 강의를 펼치고 있는 김물길 작가. ⓒ제주의소리
10일 2022 JDC 대학생아카데미 1학기 아홉 번째 강의를 펼치고 있는 김물길 작가. ⓒ제주의소리

그의 그림은 여행 초기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딱딱한 검은 펜 선 안으로 깔끔하게 들어찬 색은 부드러운 선 위를 벗어나 향기처럼 번져 나왔다.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그들의 따스함을 담게 된 것이다. 여행 후 책 출간 제의부터 시작해 강연 요청, 방송 출연 등 그의 따스한 그림과 이야기를 찾는 사람 또한 자연스레 생겨나갔다.

그는 “여행 하면서 느낀 게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음을 느꼈다. 또 이제는 누군가가 정말 성공해서 가는 모습이 보이면 저 사람은 내 길을 뺏어서 가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다고, 나도 자신만의 길을 유일하게 가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꼭 여행을 가야 새로운 걸 느낄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제가 가는 저의 길 위에는 여행과 그림이 있겠지만, 제가 상상도 못하는 것들이 여러분의 삶에 숨어있을 것”이라며 “각자의 길을 가더라도 여러분의 삶이 향기로웠으면 좋겠다. 타인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향기가 있다면 분명히 빛나고 의미 있는 삶”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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