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 현장] 2018년 착공 4년만에 본공사 착수...환경훼손 논란 속 하반기 삼나무 다시 벌채

 

숲이 무성했던 자리에는 잡초들이 빼곡했다. 높이 10m가 넘는 제주 비자림로의 삼나무 사이로 2년 만에 중장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주도가 환경부와 환경저감방안 협의를 완료하면서다. 

19일 오전 벌채된 구역으로 굴착기가 진입해 땅을 고르게 펴는 평탄화 작업을 시작했다. 중장비가 지나간 자리에는 이미 잘려나간 삼나무의 밑둥이 뿌리째 뽑혀 나둥굴었다.

땅을 다지며 진입하는 중장비 뒤에는 현장 근로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미리 재단한 쇠파이프를 일정한 가격으로 두며 곧이어 땅에 박는 조립 작업이 이뤄졌다. 

환경훼손 논란과 교통 편의 여론 사이에서 갈등을 빚어온 제주 비자림로 확장 공사가 착공 4년 동안 속도를 내지 못하다가 공사가 본격화됐다. 삼나무 숲에 살던 생물들은 새로운 환경과 마주하게 됐다.

이날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 위치한 금백조로 입구에는 오전부터 굴착기와 근로자들이 투입돼 ‘제주시 비자림로(대천~송당) 확·포장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제주도가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과 환경저감방안 협의를 완료하면서 가까스로 공사가 재개됐다. 협의안에 맞춰 이날 현장에서는 보호울타리 설치 작업이 이뤄졌다.

울타리는 공사 과정에서 동물들이 도로로 뛰어드는 이른바 ‘로드킬’을 방지하지 위한 설비다. 멸기위기종인 애기뿔소똥구리, 뚜점박이사슴벌레 등 곤충과 파충류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제주도는 대천교차로부터 금백조로 입구까지 왕복 5.88km 구간에 울타리를 설치해 생물 피해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이 작업에만 꼬박 한 달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공사 과정에서 이처럼 동물 보호를 위한 대규모 보호울타리가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울타리 공사가 끝나면 3구간(시점부~제2대천교)에서 확인된 멸종위기종 팔색조의 서식 여부를 추가로 조사하게 된다. 이를 모두 수행하면 삼나무를 제거하는 벌채 작업이 이뤄진다.

제주도는 왕복 4차선을 유지하는 대신 도로 밖 공간을 줄여 삼나무 훼손 범위를 최대한 줄이기로 했다. 제2구간(제2대천교~세미교차로간)에 계획된 폭 8m의 중앙분리대 설치도 철회했다.

올해 하반기 공사가 시작되면 2025년 상반기 공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도로폭은 당초 계획한 22m에서 16.5m로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는 2013년 제2차 제주도 도로정비 기본계획에 반영됐다. 이듬해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를 거쳐 2016년 도로구역 결정 고시가 이뤄졌다.

2016년부터 전체 87필지 13만4033㎡를 편입해 2018년 6월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 직후 삼나무 900여 그루가 잘려나가면서 환경훼손 논란이 일었다. 이에 8월 공사가 일시 중단됐다.

2019년 3월 환경훼손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 공사를 재개했지만 그해 5월 환경부 산하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이행 조치를 명령하면서 또 공사가 멈춰섰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제주도가 제출한 환경영향 저감방안 보완설계를 검토한 후 추가 보완 지시를 거쳤다. 이어 올해 2월 제주도에 저감방안 이행을 주문하면서 공사가 현실화 됐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