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차장으로 임명된 이원석 제주지검장. ⓒ제주의소리
대검 차장으로 임명된 이원석 제주지검장. ⓒ제주의소리

전국 소년범들이 제주 올레길에서 자아를 찾아 사회에 복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제주지방검찰청은 사단법인 제주올레와 제주소년원, 제주보호관찰소, 청소년범죄예방위원 제주지역연합회, 소년보호위원 제주소년원협의회와 함께 ‘손 심엉 올레!(손 잡고 올레!)’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손 심엉 올레는 제주 올레길 걷기를 통해 소년범에게 새로운 미래를 찾아주는 선도 프로그램이다. 

제주지검은 소년원 수용이나 보호관찰, 교육·선도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소년범이 자원봉사자와 함께 올레길을 걷도록 도울 예정이다.

올레길 걷기를 통해 소년범이 성취를 얻고, 높아진 자존감으로 새로운 자아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손 심엉 올레도 제주 올레길 26개 코스 425km의 장거리 도보 여행으로 준비됐다. 

프로그램은 오는 23일자로 대검찰청 차장으로 영전하는 이원석 제주지검장이 소년범의 선도를 위해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이 지검장은 단순 형사처벌만으로는 재범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 성취감을 통해 사회성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해 왔다. 

실제 2000년 5월 프랑스에서 창립한 사회복지단체 ‘쇠이유’는 학대를 당했거나 학업부진, 폭력 등으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자원봉사자와 함께 3개월간 1600km 이상의 도보 여행을 지원하고 있다. 

쇠이유는 스페인 산티아고 등의 트레킹을 지원해 사회 부적응 청소년이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지원하고 있으며, 중도포기자는 극히 일부로 알려져 있다. 끝까지 완주한 청소년들은 높아진 자존감으로 사회에 원활히 적응해 재범률이 급감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지검장은 대검 차장 업무에 들어간 뒤 법무부에 손 심엉 올레 프로그램 전국 도입을 제안할 계획이다. 전국 소년범들이 제주 올레길 걷기를 통해 자존감을 높여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귀띔했다. 

실제 이 지검장은 서울로 떠나기 전인 오늘(20일) 내부 이임식에서도 손 심엉 올레를 언급했다. 

이날 오전 진행된 이임인사를 통해 이 지검장은 “제주4.3평화공원의 영령을 찾아뵀고, 소년범 선도프로그램 ‘손 심엉 올레’ 협약을 맺었다. 지나온 과거의 아픈 기억을 치유하고, 소년들의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우는 일로 제주에서의 마지막 업무를 마무리하게 돼 뜻 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서도 제주를 위한 일을 찾아 실행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 기본권을 지키는 검찰의 역할이 충실히 수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제주의 산과 바다, 돌과 바람, 꽃과 나무, 오름과 숲길 등 어느 하나 잊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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