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람과 바람] (3) 중산간 대규모 태양광발전 개발사업을 어떻게 봐야 하나?

바람(風)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제주의 바람은 누대로 제주의 언어, 건축, 농경, 무속, 의식주 등 모든 삶의 양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기후위기라는 생태적 기로에 선 오늘날에 제주 바람은 풍력에너지라는 대체에너지 자원의 사회적 성격까지 갖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풍력발전 시설 개발이 이어지면서 바람자원의 이용 · 개발 및 그 수익 분배와 관련해, 도민과 기업 간의 역사 · 문화 · 생태적 불평등 문제가 제기돼 제주특별법 개정법률에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 조항’이 신설되기도 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환경정책칼럼 [제주 바람과 바람]을 통해 전지구적 과제인 기후위기에 대응할 대안과 희망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제주 바람(風)과 바람(希望)]은 격주 화요일에 싣는다. [편집자 주]


제주도 중산간 지역에 대규모 태양광발전단지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제이원 주식회사가 한국수력원자력 등과 함께 사업비 1391억원을 들여 수망풍력발전지구와 더클래식 골프장 사이에 있는 남원읍 수망리 중산간 약 233만㎡(약70만평)에 95.6㎿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실제 태양광으로 뒤덮일 면적 만해도 78만㎡(약 23만 7천평)이다. 발전 용량으로는 도내 최대 태양광발전일 뿐 아니라, 한림이나 한동·평대 등 해상풍력발전사업과 맞먹는 수준이다. 지난 2월에는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마쳤고, 지금은 환경영향평가 단계를 거치고 있다.  

 태양광발전 조성사업도 환경영향평가를 받는 이유

일반적으로 태양광발전은 화석연료가 아니므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재생가능에너지 개발사업도 자연환경지역에 대규모로 추진 될 경우, 수 십 년에 걸친 개발 및 운영 기간 동안 장기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환경영향평가를 받게 하는데, 육지와 달리 제주도는 도 조례에 따라 에너지개발사업의 경우 100㎿가 아니라 50㎿로 적용기준을 보다 강화하였다. 그래서 수망 태양광발전 조성사업도 환경영향평가를 위해 여러 차례 조사를 통해 초안을 작성하였고, 주민설명회와 공람이 이뤄졌다.

사업자가 기존 풍력발전단지의 송전선로를 활용하여 사업비를 낮추고, 대규모 개발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해 이익을 향상시킬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공짜 연료 투입에 따라 발생한 일정 규모의 이익은 사업자의 노력과 능력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nbsp; / 사진 출처 = 픽사베이<br>
사업자가 기존 풍력발전단지의 송전선로를 활용하여 사업비를 낮추고, 대규모 개발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해 이익을 향상시킬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공짜 연료 투입에 따라 발생한 일정 규모의 이익은 사업자의 노력과 능력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제주도 중산간 지역은 농경시대에는 마을공동목장 등으로 활용되었고, 제주도의 관광산업화 과정에서 대규모 부지가 필요한 골프장과 리조트 등으로 개발되면서 소유주도 마을주민에서 외지자본으로 바뀌었다. 개발도 많이 이뤄졌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제주도 중산간은 한라산과 해안가를 이어주는 제주 섬의 주요한 생태축이자 완충지역이고, 고유한 역사문화 및 자연 경관을 품고 있는 독특한 공간이다. 

그렇다면 제주도 중산간지역의 경관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개발사업의 유형으로 등장한 대규모 태양광발전은 어떻게 봐야 할까? ‘제주의소리’에 게재된 태양광발전 기사에 다음과 같이 눈에 띄는 댓글이 달렸기에 이런 시각에서 해당 사업에 접근해 봤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대한 의문은? 

“재생에너지가 탄소중립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부터 가져야 한다.
전기를 생산하는 순간부터 탄소중립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시설을 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지 먼저 알려야 한다.
설치후에도 태양광과 풍력발전이 환경 훼손과 공공재의 사유화, 경관의 사유화, 효율성 등등 많은 문제를 발생하고 있으며 이제 공급 과잉으로 인한 출력제한으로 이어져 사업자의 원망을 낳고 있지만 이는 사업자를 위한 돈벌이 수단으로 이어 졌기 때문이다.
진정 탄소중립을 위한 신재생에너지가 되려면 기초부터 철저하게 고민해야 한다.”

누가 썼는지는 모르지만 위 댓글을 통해 산림훼손에 따른 흡수원 손실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 햇빛과 경관이라는 공유자원의 사유화, 태양광전지의 물리적인 에너지전환 효율 한계 및 낮 시간에만 국한되는 발전 한계에 더해, 제주 전력계통의 신재생 점유율 증가에 따른 출력제한 등 태양광발전이 갖고 있는 환경·경제·사회·기술적 문제를 두루 지적하고 있다. 물론 이런 내용들이 인류가 구조적으로 처리 불가능한 핵폐기물 문제와 비슷한 수준은 전혀 아니지만, 그래도 하나씩 따져보면서 지적사항 해결을 위해 같이 고민해 보면 좋겠다. 

첫째, 산림 환경훼손과 탄소배출 문제. 산림은 광합성을 통해 온실가스의 하나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목재의 형태로 오랫동안 고정시킨다. 그런데 그러한 나무를 몽땅 베어버리면 온실가스 흡수원이 사라지게 된다. 

이 사업 환경영향평가서(초안)의 ‘온실가스’ 항목을 보면, 공사 과정에서 사용되는 건설장비 및 차량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만을 계산하였고, 배출량 저감을 위해 건설기계를 대형화 하거나 고효율 기계로 전환하고, 공회전을 자제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그러면서 이 사업을 통해 생산할 수 있는 전력량을 다른 화석연료(등유, 경유, LNG)로 생산하였을 경우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이기 때문에 태양광발전 사업시행으로 인한 온실가스 감축에 긍정적 영향이 있다고 적혀있다. 

그렇지만 이 사업으로 인해 훼손될 것으로 예상한 3만8158그루의 나무가 흡수할 수 있는 온실가스는 계산하지 않았다. 물론 2500그루를 이식하겠다 밝혔지만, 이는 전체 벌채 대상 나무의 6.5% 수준에 불과하다. 몇 년 전 농림부에서 태양광발전 개발을 위한 초지전용은 불허한다는 지침을 내린 이후, 나무가 없는 초지는 사업부지에서 제외하고 오히려 산림 지역을 훼손하여 태양광발전을 설치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중산간 지역 대규모 토지이용의 변화는 환경적 측면에서 몇 가지 생각해볼 내용이 있다. 현지조사 시 사업부지에서 확인된 멸종위기 야생동물과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와 새매는 “사업시행 시 주변 유사지역으로 이동하여 활동할 것으로 예상됨”으로 적혀있는데, 이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먹이활동을 할 수 있는 중산간 지역의 대규모 변화는 어떻게든 이들의 생존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이미 우리가 많이 겪어서 알고 있듯이, 중산간 지역 대규모 개발에 따른 불투수 면적 증가는 하류지역 재해발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나, 환경영향평가서(초안)의 수리수문 분야에서는 “침투 저류지 12개소를 설치하여 처리”할 계획으로만 되어있다. 과연 해당 저류지 시설만으로 제주도에서 가장 비가 많이 내리는 동남부 지역에 위치한 사업부지내 강우를 사업부지 밖으로 배출하지 않고 처리가능한지 자세히 따져봐야 한다.

  풍력자원 공유화 사례의 교훈

둘째, 공유자원의 사유화 문제. 햇빛은 인간이 생산할 수 없는 자연의 무료 선물이고, 경관은 자연과 인간 노동의 복합적 산물이다. 사유화된 화석연료는 거래되는 상품이 되어 그 소유주에게 연료 판매에 따른 수익을 가져다준다. 그렇지만 햇빛과 바람은 아직 누구의 것이 아니지만, 전력생산 과정에서 공짜 원료로 투입되다 보니 사실상 발전사업자가 무상의 자연력의 기여에 따른 이익을 독차지하고 있다. 

사업자가 기존 풍력발전단지의 송전선로를 활용하여 사업비를 낮추고, 대규모 개발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해 이익을 향상시킬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공짜 연료 투입에 따라 발생한 일정 규모의 이익은 사업자의 노력과 능력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2008년부터 본격 시작된 ‘제주도 풍력자원 공유화운동’은 제주도민의 공유자원인 바람을 활용한 풍력발전의 개발이익 일부를 도민에게 환원시켰다. 2013년부터 풍력발전사업자로부터 풍력발전지구지정 6개월 이내로 ‘개발이익공유화계획’을 제출받도록 하였고, 2016년에는 ‘풍력자원 공유화기금 조례’를 제정하여 풍력발전사업자들이 제주도에 금전으로 납부하는 기부금을 별도의 기금으로 적립 운용하고 있다. 

이러한 풍력자원 공유화 사례에 이어, 오영훈 제주도정은 인수위원회 101개 정책과제 중 하나로 대규모 태양광발전에 대해서도 개발이익 공유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긍정적인 정책방향이라고 생각하지만, 개발이익을 환원한다고 해서 환경훼손 등 다른 문제가 동시에 해결되는 것은 아님은 분명하다. 또한 주민참여형 사업으로 추진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투자에 참여하는 일부 주민을 사업자(투자자)에 포함시키는 것일 뿐이며, 무상의 자연력의 기여에 따른 이익을 사업자가 사유화 한다는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셋째, 재생가능에너지 출력제한 문제. 이미 많이 알려졌다시피 전기는 생산량과 소비량이 일치해야 하는데, 제주도내 전력수요량이 평균 보다 적은 봄철과 가을철 낮 시간에는 태양광발전으로 인해 수요보다 생산이 많다. 전력계통 운영의 안정성을 위해 기존 화력발전소의 발전량과 해저송전선로의 수전량을 최소화 시키면서도 불가피하게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끄고 있다. 2015년부터 풍력발전단지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고, 올해부터는 민간 태양광발전 시설에 대해서도 출력제한을 실시하고 있다. 

약 700㎿의 태양광발전이 보급된 제주도에서 태양광 100㎿가 추가되면 출력제한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100㎿ 한림해상풍력도 건설되고 있다. 몇 년 전 제주에너지공사에서도 관련 연구용역을 수행한 적이 있고, 올해 전력거래소에서도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술적인 해결책과 제도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여 현실화 시키는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발전설비는 고장이나 사고에 대비하고 예방정비도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적정선에서 여유 있게 만들어야 최소한의 전력예비율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출력제한은 당연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출력제한이 현재 사회문제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수익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대용량 화력발전소는 생산량에 따른 전력판매수입 이외에 용량요금이라는 것을 별도로 받아 정산하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사업자는 생산량과 그에 따라 발급받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판매하여 수익을 올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생산 자체가 멈추게 되면 수입이 없다. 

재생가능에너지 전환을 위해 많은 자본을 투자해야 하지만, 전력계통 운영의 안정성을 위해 출력제한을 해야 한다면 사업자는 원하는 수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투자를 꺼려할 수도 있다. 기술 개발과 함께 제도적 해결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위와 같이 제주도 중산간 지역의 대규모 태양광발전 개발사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살펴보았다. 도시관리계획 결정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가 얼마나 검토되어 보완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환경영향평가와 개발사업 시행승인 단계만이 남아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인허가 절차를 통해, “제주다움”과 “제주로움”을 잃어버리지 않게, 그리고 과거의 정책실패 사례에서 교훈을 발굴하여 개별부서의 담당분야만이 아닌 최고정책결정자의 “종합적인” 정책판단이 필요하다. 


# 김동주

물, 하천, 에너지, 기후와 관련한 환경운동을 하였고, 제주도 풍력자원 공유화운동을 중점적으로 실천하였다. 이를 통해 자연과 사회의 관계에 관심을 두게 되어 환경사회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시간강사와 지방공기업 직원을 거쳐, 현재 기초지방정부를 대표하는 협의체인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에서 기후환경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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