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제주와 자치 이야기] (8) 특별자치 미래 큰 그림 다시 그리는 계기
제주 평화-강원 생태 ‘다른 듯 같은’ 특별자치...제주와 강원 연대 협력 필요

사진=강원도청.

지난 5월 29일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이하 강원특별자치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6월 10일 공포됐다. 이 법률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에 2023년 6월 1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로써 특별자치라는 단어를 쓰는 광역지방자치단체는 3곳으로 늘어났다. 제주특별자치도, 세종특별자치시, 강원특별자치도이다. 

  강원특별자치도의 출발

현재의 강원특별자치도법은 23개 조문의 비교적 단촐한 법률이다. 주민투표에 대한 특례,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내 별도계정 설치, 인사교류 및 파견에 관한 특례, 지역인재의 선발채용, 감사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내용이다. 

그러나 앞으로 강원특별자치도법은 추가개정될 예정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 법률을 통과시키면서 부대의견으로, “정부와 강원도(이 법에 따라 설치되는 ‘강원특별자치도’를 포함한다)는 강원특별자치도가 특별자치도 취지와 설치 목적에 부합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행정체제의 특수성, 각종 지원 특례 등을 발굴하고 법률에 반영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리고 법이 아직 시행된 것도 아니지만, 국회에는 이미 3개의 강원특별자치도법 개정법률안이 발의되어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처럼 국무총리 산하에 ‘강원특별자치도 지원위원회’를 두는 내용 등을 담고 있는 법률개정안들이다. 

이런 강원특별자치도의 출범은 제주특별자치도에게는 또다른 도전이다. 이제는 3개로 늘어난 특별자치 시ㆍ도들 사이에서 제주특별자치도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필자는 지난 3월에 ‘평화와 생태의 섬’이라는 것이 제주특별자치도의 정체성이 되어야 한다는 글을 쓴 바있다. ( 평화ㆍ생태의 섬 제주에게 특별자치란 무엇인가? )

특히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섬’이라는 정체성이다. 외국의 경우에도 ‘섬’ 지역은 육지부와는 다른 여러 특성들(지리적, 역사적, 문화적) 때문에 특별한 자치권을 보장받는 사례가 많다. 제주특별자치도가 강원, 세종과 다를 수 있는 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강원특별자치도와 제주의 기초지방자치

한편 강원특별자치도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 제주에서 현안이 되고 있는 기초지방자치 부활과 관련해서는 강원특별자치도와의 비교가 중요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 

강원도의 경우에는 강원특별자치도로 전환하지만, 기초지방자치를 폐지하지 않았다. 이 점만 보더라도, 제주가 2006년 특별자치도가 되면서 기초지방자치를 폐지했던 것은 실책이었다.

특별자치를 한다는 것과 기초지방자치를 폐지하는 것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 것이다. 오히려 외국 사례를 보면, 특별자치를 하는 지역에서도 기초지방자치를 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할 당시에 참고사례로 거론됐던, 포르투갈의 마데이라/아조레스의 경우에도 기초지방자치를 하고 있다(인구 25만명 정도인 마데이라의 경우에는 11개의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있다). 

그런 점에서 제주에서 기초지방자치를 부활해야 한다는 하나의 근거를 강원특별자치도가 보여주고 있다. 강원과 제주 모두 특별자치도인데, 제주만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없다는 것은 맞지 않다. 

  강원과 제주의 연대 필요

한편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맥락에서 특별자치 지역이 된 세종특별자치시와 제주/강원 특별자치도는 그 성격이 다르다. 

제주는 섬지역이고, 강원도는 생태적 보전가치가 높은 육지부의 지역이자 접경지역으로서 제주와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평화와 생태라는 가치는 강원도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물론 강원특별자치도에서의  ‘평화’는 접경지역의 특성상 남-북관계의 평화정착이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평화’가 강원도에서도 화두라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강원도의 생태적 보전가치도 높을 뿐만 아니라 강원도는 국공유지의 비중이 높으므로(대한민국 국유지의 36% 정도가 강원도에 있다), 이런 공유자원을 어떻게 잘 관리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할 곳이다. 

그런 점에서 제주와 강원은 평화와 생태라는 가치를 놓고 차이점도 있지만, 공통점도 많은 지역이다. 그리고 이제 둘 다 특별자치 지역이다. 대한민국같은 중앙집권적인 사회에서 특별자치를 진전시켜나가려면, 제주와 강원의 연대와 협력이 필요한 지점들도 많을 것이다. 

어쨌든 강원특별자치도의 출범이 새로운 변화의 계기이자 도전인 것은 분명하다. 제주의 입장에서도 특별자치의 미래에 관한 큰 그림을 다시 그려나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 하승수

1992년 공인회계사 시험, 1995년 사법고시까지 합격한 엘리트지만,  정작 그는 편한 길을 택하지 않았다. 변호사 일을 하면서 참여연대 실행위원과 납세자운동본부 실행위원장,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등 시민운동가로서의 삶을 살았다.

2006년부터 약 4년간 국립 제주대학교 법학부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로 강단에 서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이후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을 맡으며 시민운동에 매진했다. 2012년 녹색당 창당에도 참여했다.

지금은 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와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에서 풀뿌리 지방자치를 향한 '하승수, 제주와 자치이야기'를 매월 한차례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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