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엉겅퀴

엉겅퀴면 그냥 엉겅퀴인 줄 알았는데 엉겅퀴의 종류도 많고, 비슷한 다른 종류의 꽃들도 부지기수더군요. 그 중에서 제주에서 가장 인상깊게 만난 꽃은 바로 '가시엉겅퀴'입니다.

진분홍이라고 해야할지 보랏빛이라고 해야할지 모를 꽃입니다. 한 송이처럼 보이는 꽃은 사실 수많은 통을 닮은 꽃송이가 모이고 모여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러니 그 많은 통안에 꿀을 잔뜩 가지고 있을 것이고, 한번 엉겅퀴꽃을 찾은 곤충은 그야말로 꽃에 취해서 자리를 뜨질 못하더군요.

수많은 통이 있어서 아무리 많은 손님이 찾아와도 넉넉하게 대접헤 줄 수 있는 엉겅퀴의 넓은 마음, 그러나 동시에 가시를 가지고 있으니 쉽게 다가가기가 쉽지 않은 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연이 가진 가시는 절대로 먼저 남을 먼저 찌르지 않죠. 자신을 지키는데에만 사용을 한답니다. 이런 가시 정도는 아름다운 가시요, 자기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엉겅퀴'라는 이름은 동사 '엉기다'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약효가 출혈을 멈추게 하는데 사용이 된다고 합니다. 출혈이 멈추려면 피가 엉겨야 하니 그 약효에 따라 엉겅퀴가 되었다네요.

이런저런 꽃에 관한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그 꽃의 이름이 괜시리 붙여진 것은 하나도 없고, 아주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지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은 꽃의 모양에 따라, 어떤 것은 열매, 어떤 것은 뿌리 등등 각 식물의 특징을 '꼭!' 집어서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서양에도 우리나라의 엉겅퀴와 비슷한 꽃이 있는데 그 꽃에 얽힌 전설이 있다고 하니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주듯이 여러분들에게도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옛날 어느 외딴 마을에 소녀가 살고 있었데.
소녀는 가난해서 우유를 짜서 항아리에 담아 팔아 생계를 근근히 이어가고 있었단다. 그런데 어느 날 우유를 판 돈으로 식구들에게 선물을 사갈 생각을 하다가 그만 엉겅퀴 가시에 다리가 찔리는 바람에 깜짝 놀라 항아리를 놓쳐버린거야. 그 바람에 항아리는 깨졌지, 우유는 쏟아졌지.....소녀의 꿈도 항아리처럼 산산조각이 났어. 너무 슬퍼하던 소녀는 그만 쓰러져서 목숨을 잃었다나. 그런데 그 소녀가 훗날 소로 태어났다네. 그래서 훗날 소녀는 소로 태어나 얼겅퀴를 보기만 하면 다 뜯어 먹는다고 한다네. 간혹 엉겅퀴 이파리에 흰무늬가 있는 것이 있는데 그게 바로 우유가 엎지러진 흔적이라나 어쨌다나.....'

그런데 실제로 엉겅퀴는 약간 씁쓰름한 맛이 있어서 초식동물들이 좋아한답니다. 토끼도 쓴풀을 좋아하는데 엉겅퀴도 아주 잘 먹죠.

12월 초 한라산을 닮았다는 오름 손자봉에 올랐다가 깜짝놀랐습니다. 겨울이 다가오는데 세상에 가시엉겅퀴가 지천에 피어있는 것입니다. 그 생명력에 감사를 할 수밖에요.

가시엉겅퀴.
살며시 한번 보듬어 보시고, 쓰다듬어 주고 싶은 꽃이면서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꽃, 그래서 자신을 지켜가는 꽃입니다.

'나에게로 다가온 제주의 꽃'을 연재하는 '수'님은, 제주의 동쪽 끝마을 종달리에 살고 있으며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에서 소중한 것을 찾는 것을 즐겨한다. 목사이며, 수필가로 근간 자연산문집<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꽃을 찾아 떠난 여행 1,2권>이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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