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토지주 안씨에게 징역 5년 구형…공사 담당 장씨는 일부 공소사실 부인

훼손되기 전(왼쪽)과 후(오른쪽)의 제주시 조천읍 일대 토지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훼손되기 전(왼쪽)과 후(오른쪽)의 제주시 조천읍 일대 토지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천연기념물 완충지로서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인 제주의 땅을 파헤친 혐의로 기소된 토지주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지가 상승을 노린 개발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22일 제주지방법원 형사1단독(강동훈 판사)은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장모(56)씨와 안모(51)씨에 대한 심리를 속행했다. 

증거위조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함께 재판을 받는 모 법무법인 사무장 강모(50)씨는 이날 공판에 불출석했다. 

이들은 2021년 11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제주도나 문화재청 등의 허가도 없이 중장비를 동원해 제주시 조천읍 일대 4개 필지 총 18만8423㎡ 중 7만6990㎡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훼손된 땅은 한라산, 성산일출봉과 함께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완충구역이며, 천연기념물 제444호 거문오름과 제490호 벵듸굴과 맞닿았다. 

훼손된 토지 면적은 축구장(7140㎡) 10개 크기인데, 국토 최남단 마라도 전체 면적(약 30만㎡)의 1/4 수준이다. 

안씨는 훼손된 토지의 약 2/3 지분을 가진 토지주며, 장씨는 안씨의 의뢰로 해당 토지에 대한 절토와 벌목 등 공사를 진행한 혐의다. 또 사무장 강씨는 안씨와 장씨가 체결한 계약서에서 일부 문제가 발견되자 새롭게 작성해 증거를 위조한 혐의 등을 받는다. 

앞선 공판에서 장씨에게 일임해 위법한 공사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던 토지주 안씨의 경우 이날 자신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조속한 심리 종결을 요구했다.

다만, 안씨는 개발을 통한 토지 시세차익을 노린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매입한 토지를 목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나름 다양한 곳에 문의했지만,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아 공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하면서 더욱 자세히 확인하지 못한 자신에게 과실이 있다는 취지다. 

검찰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천연기념물인 땅을 축구장 10개 정도 크기로 훼손한 범행의 죄질이 무겁다”며 조속한 심리 종결을 요구하는 안씨에게 징역 5년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함께 기소된 장씨의 경우 일부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장씨의 변호인은 “피고인 장씨는 토지주가 아니라서 개발이익을 얻을 수 없다. 나무 등이 많은 토지라서 초지처럼 조성해달라는 안씨의 의뢰에 따라 해당 토지에 있는 나무를 제거했으며, 구덩이를 파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를 땅에 묻었다. 또 남은 흙으로 평탄화 작업을 했을 뿐”이라고 변호했다. 

이어 “해당 토지가 초지로 돼 있어 행정에도 몇차례 문의했지만, 벌목과 절토 등 작업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아 공사를 진행했다. 공사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일부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장씨 측이 일부 공소사실을 부인함에 따라 재판부는 이날 심리를 마무리한 토지주 안씨를 오는 11월쯤 증인석에 앉혀 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연루돼 수사중인 피의자가 더 있으며, 1개월안에 기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는 안씨와 함께 훼손된 토지의 지분을 갖고 있는 토지주와 중장비를 동원해 공사에 참여한 노동자 등이다. 

이에 따라 일부 공소사실을 부인한 피고인 장씨와 검찰이 추가 기소할 예정인 피의자들의 사건이 병합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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